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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극장
달아실 | 부모님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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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윤형근 시인이 신작 시집 『해변극장』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97번으로 나왔다. 이 시집은 비유와 장식에 기대지 않고, 세계의 표면을 살짝 뜯어내 그 밑에 감춰진 결을 직접 만지려는 실험의 기록이다.

  출판사 리뷰

오늘 밤 유령택시는 은유를 찢고 실재를 향해 달려가지
― 윤형근 시집 『해변극장』


윤형근 시인이 신작 시집 『해변극장』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97번으로 나왔다.

이 시집은 비유와 장식에 기대지 않고, 세계의 표면을 살짝 뜯어내 그 밑에 감춰진 결을 직접 만지려는 실험의 기록이다.

문학평론가 오민석(단국대 명예교수)이 말했듯, “그는 상징계의 둥지에 안주하며 은유의 ‘멋진’ 시를 쓰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의 언어는 무슨 계시록처럼 상징계와 실재계 사이에 걸쳐져 있다.”

『해변극장』은 바로 그 불안한 경계에서 출발해, 끝내 상징의 안전망을 넘어 더 낯선 현실, 곧 실재를 향해 나아간다.

이 여정의 한 장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 「유령 택시」다.


밤이면 이 거리에 의문의 택시가 다닌다
낮에는 누구의 눈에도 뵈지 않지만
얼굴 없는 기사가 핸들을 잡고 암행하는데
행인이 길가에서 손을 들고 불러도 멈추지 않아
예약 표시등도 켜지 않은 채 그림자만 기웃대며
누굴 찾는지, 승객을 찾아 나선 게 맞는지
무작정 쌩쌩 달려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디선가 흐느끼는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택시는 급히 방향을 바꾸어 그쪽으로 향한다
거기는 벼랑 끝으로 이어져 있다 급하게
브레이크 밟는 소리, 타이어 타는 냄새
잠시 후 택시는 태연하게 휘파람 불며
도심 한복판 대로를 질주하고 있다

문득 젊은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이 날아와
택시는 후미진 뒷골목으로 뛰어든다
차체보다 폭이 좁은 길을 뚫고 나가
쓰레기통을 뒤지던 고양이를 통과하여
어두운 빌딩 지하 계단으로 들어간다
외치는 소리는 찢어져 나풀나풀 흩어지고
미로를 빙빙 돌며 숨을 헐떡이는 택시

자정이 지난 시각 도시를 떠난 택시는
국도를 지나 한적한 시골 지방도로 들어선다
가로등 아래 날뛰던 딱정벌레 떼가 숨져 있다
종종 오소리 족제비도 길 한복판에 누워서
버둥거리다가 힘없이 고개를 꺾는다, 택시는
청소차로 변해 트렁크를 열어 사체를 거둬 간다

먼동이 틀 무렵 지상은 다시 말끔하고 태연해
택시는 한순간에 땅속으로 스며든다
두더지가 되어 어딜 후비고 다닐지
― 「유령 택시」 전문


여기서 택시는 승객의 호출이나 제도의 규칙에 따르지 않는다. 대신 “흐느끼는 아이의 목소리”나 “젊은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 같은 낯선 신호를 따라간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는 혼란 속에서, 독자는 “브레이크 밟는 소리, 타이어 타는 냄새” 같은 날것의 감각에 부딪친다. 이 혼재의 장면은 『해변극장』이 실재로 치닫는 출발점임을 잘 보여준다.

윤형근의 시가 빛나는 또 다른 지점은 사물이 스스로 말을 하는 순간이다. 「묵은 집」은 삶의 흔적과 고통을 고스란히 품은 채, 은유가 아니라 감각의 사실로 다가온다.


수십 년 애면글면 살아온 쾨쾨한 성냥갑
달팽이 혼이 달라붙어 죄는 것도 아닌데
안주인은 이사 갈 엄두가 안 난다고
내가 벽에 못을 박는 동안 남몰래
스스로 못 박히고 있었다, 십자가가 된 집

예배도 하지 않으면서 집은 손바닥에
단풍 드는 시늉으로 상흔을 길러 왔다
그 그늘에 철새들 간간이 둥지를 틀어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이내 각자의 하늘을 찾아
연의 몸짓으로 훨훨 날아가곤 돌아오지 않는다

양조장 지게미 냄새로 젖은 유리창에
얼얼한 시선 띄우면 눈이 부시라고
낙조는 건너편 산자락에 날개를 걸친 채 막막하다
등성이에 기댄 흔들바위만큼 집은 들썽거리며
― 「묵은 집」 전문


“스스로 못 박히고 있었다, 십자가가 된 집” 이 구절은 집을 단순한 은유적 장치가 아니라, 고통을 품은 살아 있는 실체로 만든다. 낡은 집의 냄새, 유리창의 습기, 바위의 흔들림이 겹겹이 쌓이며, 마침내 사물은 의미가 아니라 감각의 진동으로 말을 건다. 시인은 사물의 표면에 스민 기억과 고통을 붙잡아, 언어가 아닌 촉감으로 드러낸다.

사물이 자기 몸으로 실재를 드러냈다면, 윤형근은 언어 자체를 무너뜨림으로써 또 다른 길을 열기도 한다. 시 「비문법적 이력서」는 언어의 질서를 버티고 있던 문법을 해체하며, 시가 어떻게 의미의 틀을 벗어나 감각의 세계로 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이 땅에 명사로 태어나
매년 다른 명사로 명찰을 바꿔 달았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살아왔다
삶이 꼬리표 달고 실려 가는 것도
모르고 밑바닥을 서성거리다가
어느 순간 대명사에게 포섭당하고

자폭을 꿈꾸도록 길들여졌다
집단 속에서 익명의 수사로 변해
어둠이 눈을 뜨면 동사가 나를 이끌어
명사에 매달렸던 관형사를 납치해 가두고
숨어 있던 형용사를 폭파하여
현장에 화약 냄새와 끌려간 자국만 남아

사는 건 점점 사라지는 길이라고
동사는 수행하는 부사에게 말하지만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빗방울 하나에도 지워질 꿈인 삶을
어떻게 충만하게 채울지 몰라
저만치 감탄사 혼자 속으로 웅얼거릴 뿐
― 「비문법적 이력서」 전문


이 시에서 가장 선명한 장면은 문법을 이루는 품사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리는 풍경이다. 명사, 동사, 형용사 같은 언어의 기본 단위들이 납치되고 폭파되며, 언어는 더 이상 질서의 틀을 유지하지 못한다.

“어둠이 눈을 뜨면 동사가 나를 이끌어/ 명사에 매달렸던 관형사를 납치해 가두고/ 숨어 있던 형용사를 폭파하여”

오민석 평론가의 말대로 상징계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언어와 사회의 법칙이다. 「비문법적 이력서」에서 시인은 그 질서를 거슬러 문법을 흔들고 깨뜨린다.

그렇다. “시는 은유 넘어 실재계로 건너뛰는 순간, 은유의 옷마저 찢는”(오민석) 것이다.

『해변극장』은 바로 그 찢김의 순간들을 장면마다 기록해 놓은 책이다. 이 시집은 은유로 포장된 세계를 걷어내고, 우리가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감각과 파편을 독자의 눈앞에 불쑥 내민다.

『해변극장』을 읽는다는 것은, 세계가 언어로 포장되기 전의 날것 같은 감각과 마주하는 일이다. 그것은 불안하고 거칠지만, 동시에 시가 주는 가장 근원적인 체험이기도 하다.

상징계적 의미의 안전망을 벗어나, 실재의 거친 숨결과 직접 마주하도록 이끄는 것—그것이 이 시집의 진정한 여정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윤형근
세종시 출생으로 198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새를 날리며』, 『나는 신대륙을 발견했다』, 『사냥꾼의 노래』가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물의 아이│비로 엮은 시│밤비가 유령처럼│불면의 날들│해변극장 1│두꺼비가 사는 법│물집│밤길의 주문│돌아오지 않는 골목│비에 젖은 날들│묵은 집│낡은 의자│생강라면│은밀한 전설│게걸음으로│달과 사과│단풍잎 뜨겁게│흩어진 너의 몸들로│환절기│해변극장 2

2부
거울 세상으로│우리는 나에게│옷에 관한 명상│언덕에 올라│비문법적 이력서│목동과 나무꾼│그때 그 수건│그 여름의 행방│수세미꽃│봉지 날다│계단의 추억│늙은 복서│깍두기를 위하여│거품 시장│개 같은 인생│군자君子 대로행大路行│유령 택시│뻐꾸기 둥지에서│거리의 몸짓│병사는 죽지 않는다

3부
버스가 다니던 옛길│가시│신의 농업│일개미 1│4월은 너에게│우리 집에 왜 왔니?│하우요夏雨謠│유배지에서 보낸 메일│최후의 유혹│악어 생각│박물관의 탄생│녹두밭 수색기│일개미 2│가을 유감│화살나무 단풍│버닝 하우스│허기의 야경│중력의 오리│매미는 떠나가고│불꽃의 아이

해설 _ 상징계를 넘어 실재계로 ․ 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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