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성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마늘』은 유년기의 향토적 추억에서 출발해 장년의 자아 성찰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내적 성장기를 그려낸 서사적 시집이다. 이 시집의 중심에는 늘 ‘상실’과 ‘그리움’이 있다. 어린 시절 “은사시 숲속에서 첫 입술을 주던 애인”이나 “소중한 구슬 딱지를 건네주던 친구”는 단순한 기억을 넘어, 시적 자아가 여성성과 처음 맞닥뜨린 무의식적 원형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세계는 현실 속에서 쉽게 파편화되고, 끝내 회복되지 못하는 잃어버린 에덴으로 남는다.
시 속에서 반복 등장하는 ‘누님’, ‘누이’, ‘새댁’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 형성된 **아니마(Anima, 내적 여성성)**의 다양한 얼굴이다. 이 여성상들은 보호자이면서도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고, 때로는 상실과 좌절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사랑과 성장이 언제나 아이러니와 역설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고성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마늘』은 유년기의 향토적 추억에서 출발해 장년의 자아 성찰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내적 성장기를 그려낸 서사적 시집이다.
이 시집의 중심에는 늘 ‘상실’과 ‘그리움’이 있다. 어린 시절 “은사시 숲속에서 첫 입술을 주던 애인”이나 “소중한 구슬 딱지를 건네주던 친구”는 단순한 기억을 넘어, 시적 자아가 여성성과 처음 맞닥뜨린 무의식적 원형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세계는 현실 속에서 쉽게 파편화되고, 끝내 회복되지 못하는 잃어버린 에덴으로 남는다.
시 속에서 반복 등장하는 ‘누님’, ‘누이’, ‘새댁’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 형성된 **아니마(Anima, 내적 여성성)**의 다양한 얼굴이다. 이 여성상들은 보호자이면서도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고, 때로는 상실과 좌절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사랑과 성장이 언제나 아이러니와 역설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표제작 〈마늘〉은 이 여정의 정점에 있다. “불판 위에 올려진 이백여 뼈마디”라는 이미지 속에는 삶의 고통과 연소, 그리고 눈물로 이뤄낸 정화가 담겨 있다. 마늘은 결국 향토성과 생명력, 슬픔과 치유를 동시에 상징하는 메타포가 된다.
『마늘』은 단순히 한 시인의 개인적 회고를 넘어, 독자에게 ‘내면을 향한 긴 여정’을 환기한다. 성장기의 순수한 동경, 현실의 굴욕과 좌절, 그리고 끝내 도달하는 정화와 성찰까지―이 시집은 우리 모두가 거쳐온 삶의 길목을 낭만적으로 비추며, 시조가 품을 수 있는 내면적 깊이를 새롭게 보여준다.
마늘
뜨거운
불판 위
한꺼번에 올려진 채
노릇노릇 익어가는
이백여* 뼈마디
속살이
아리는 슬픔
말갛게
고인 눈물
모래는 바위의 울음을 알고 있다
달구어진 모래에
귀를 대면 들린다
어디 먼 데
심장을 두드리는 고동소리
화산이 폭발하는지 피어오른 잿빛 연기
바위와 자갈들
강을 따라 흐른다
모서리와 모서리를
부딪히며 구를 때
뜨겁게 흐른 눈물을 핥아주던 온기들
해변 가 조가비에
눈 맞추면 보인다
섬광 번쩍번쩍
부서지는 천둥번개
새 떼가 내려앉은 바위섬
밝아오는
아침 해
풀을 베다
이것은 푸른 정신
처참한 순절이다
지구상 최후 보루 지키기 위하여
처서와 백로 그 사이
온몸으로 저항한다
볼록볼록 터진 물집
되살아나는 아픔
거미줄 걸린 나비
목숨 줄 죄어오던
네 눈길,
캄캄한 어둠
눈물 적신 이름이다
홀로 앉아 바라보면 배고픈 저녁 불빛
스르르 드는 잠
푹신한 요람
이것은
만인의총*
향기론 무덤이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에서 순절한 지사들의 무덤.
작가 소개
지은이 : 고성만
199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파씨 있어요?』, 시조집 『파란, 만장』을 발간했다. 지금은 광주광역시 연제호숫가를 산책하며 살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월봉서원 앞 감나무
마늘
모래는 바위의 울음을 알고 있다
풀을 베다
독소금 호수
소읍
횡혈식석실묘에 대한 명상
기찻길 옆
꽃무릇
가을 우편함
월봉서원 앞 감나무
늦가을
대금 산조
가을 영산강
명사산
연륜
핥고 싶다
제2부 검은 꽃의 감정
선천적 그리움
겨울 서간체
베란다 의자
월식
출렁다리
율정점에서의 이별
헐벗음에 대하여
사리에서
적소의 꽃
울음 무늬
검은 꽃의 감정
구름무늬 반닫이
율을 짓다
돌탑
청별항
겨울 저수지
테러리스트
제3부 보늬
찔레꽃역
낮달맞이꽃
인당수
풍력발전기
보늬
새 장수
망종
바닷가 민박집
누님의 꽃밭에서
장마
부채
자귀나무
그림자에 갇히다
소나기
밥 냄새
처서
붓꽃 피는 아침
제4부 눈물주의보
비밀번호를 몰라서
2월
눈물주의보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
구례군 광의면 온동리 난동마을
민들레
빨간 넥타이
봄 전입신고
섬진초등학교
자운영
재채기
손금에 내리는 비
청딱따구리
조팝꽃
빗방울 속에 산이 들어있다
별 못
해설
자아(self)를 찾아 떠나는 낭만주의자의 회고 -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