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열린책들의 새로운 단편소설집 <하다 앤솔러지>의 세 번째 이야기 『보다』는 소설가 김남숙, 김채원, 민병훈, 양선형, 한유주가 함께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는 것>에 관한 단편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여 온 다섯 소설가의 개성으로 가득하다.
오키나와 모토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한 소설가와 그의 언니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는 김남숙의 「모토부에서」를 시작으로, 할아버지와 손녀들이 함께 바라보게 된 어느 <발>에 관한 김채원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 누군가의 내밀한 속마음을 세심하게 풀어낸 민병훈의 「왓카나이」, 하얀 손님을 자신의 트럭에 태우게 된 한 운송 기사의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인 양선형의 「하얀 손님」, 내가 이사 나온 집에서 나와 똑 닮은 사람과 마주하게 된 기묘한 경험을 다룬 한유주의 「이사하는 사이」가 차례대로 우리를 기다린다.
출판사 리뷰
<보다>를 주제로 한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쓴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보다』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 <하다>를 테마로 우리가 평소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즉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모두 25명의 소설가가 같이한 단편소설집이다. 그 세 번째 앤솔러지 『보다』 편에는 김남숙, 김채원, 민병훈, 양선형, 한유주가 함께한다. 날것의 감성과 타고 난 감각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결국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써오는 김남숙은 어느 자매와 그들의 연인들이 함께한 여행에 관해 글을 시작한다. 김남숙의 「모토부에서」는 실제로 바탕화면에 <모토부에서>라는 첫 마디를 쓰고는 글을 진척시키지 못하는 한 소설가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오키나와 모토부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그 후 이 소설가의 언니에게 벌어진 일이 덤덤한 말투로 서술된다. 언니를 보면서, 모토부의 바다를 보면서, 써지지 않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고 한다.
상실과 부재의 쓸쓸한 세계를 그리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과 긍정을 찾아내어 섬세하게 전달하는 김채원은 「별 세 개가 떨어지다」를 통해 다시 한번 독자에게 슬픔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끼게끔 한다. 석 달간 소식이 없어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걱정하게 된 외손녀와 친손녀는 홀로 사는 할아버지의 종묘원을 사이좋게 방문하게 된다. 다행히도 할아버지는 종묘원에서 혼자 재미있는 걸 하고 있고, 두 사람 역시 안심하는 마음으로 할아버지와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종묘원에서 누군가의 <발>을 보게 되는데…….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단편 작업뿐 아니라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내면세계를 세심하게 글로 풀어내는 민병훈은 새로운 단편 「왓카나이」에서 한 사람의 숨겨진 마음을 우리에게 고백하듯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들려준다. 일본의 최북단 도시인 왓카나이에 오게 된 한 남자는 소야곶에 서서 내내 바다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는 뭔가를 보기 위해 온 게 아니다. 눈이 내리는 왓카나이를 여행의 종착지로 삼은 이유는 단 하나, 살아갈 이유를 찾기 위해서다. 정작 그가 바라보고 싶으나 바라볼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그걸 찾게 되는 것일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소설과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선보이는 양선형은 <하얀 손님>을 태우게 된 어느 운송 기사의 몇 시간을 마치 카메라로 쫓듯 따라다닌다. 조수석에 하얀 손님을 태운 채 교통 체증에 시달리게 된 기사는 그 순간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우리는 그의 지나온 삶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하얀 손님 역시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결국 그들이 함께한 몇 시간은 둘이 함께 어딘가를 여행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아귀가 들어맞는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어긋나는 시간과 사물, 사람의 관계를 그려 내며 삶과 존재에 불가피한 모순을 건드려 온 소설가> 한유주는 「이사하는 사이」에서 그만의 경계가 풀어지거나 모호해지는 세계를 다시 한번 보여 준다. 옆 동으로 이사를 막 마친 <산희>는 이삿짐에서 청소기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다음 날 전에 살던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벌컥 문을 열고 나온 새로운 세입자는 산희와 똑 닮아 있었다. 산희는 그를 바라보고, 그도 산희를 바라보는데, 서로 바라보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사진 속 우형과 나는 좁은 차 안에서 고개를 꺾은 채 자고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언니를 보고 있으면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기분이 싫어 언니를 싫어했다.
ㅡ 김남숙, 「모토부에서」
「나는 모든 이야기가 그런 것 같아.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보다 보면 알게 되는 거.」
나는 혜임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어떤 것은 처음부터 보고 들어도, 겪어도, 전혀 알게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ㅡ 김채원, 「별 세 개가 떨어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유주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연대기』,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얼음의 책』,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 등이 있다. 2009년 한국일보문학상을, 2015년 김현문학패를 받았다.
지은이 : 양선형
201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감상 소설』, 『클로이의 무지개』, 『말과 꿈』, 중편소설 『V섬의 검은 짐승』이 있다. 2025년 김현문학패를 받았다.
지은이 : 민병훈
201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재구성』, 『겨울에 대한 감각』, 중편소설 『금속성』, 장편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 『어떤 가정』이 있다.
지은이 : 김남숙
2015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이젠』, 『파주』, 산문집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2024년 젊은작가상을, 2025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지은이 : 김채원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가 있다.
목차
모토부에서 김남숙
별 세 개가 떨어지다 김채원
왓카나이 민병훈
하얀 손님 양선형
이사하는 사이 한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