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의 존재 가치는 이와 같이 본질적 물음에 답하는 일이다. 본질적 물음에 답한다는 것을 다른 말로 다시 말하면 마음의 경계에 서는 일이다. 시는 본질적으로 마음의 경계에 서는 일인 것이다. 그 경계에 섰을 때 모든 사물의 그 존재가 명확해진다 할 수 있다. 험난한 인생의 강을 건너려는 누우처럼, 험난한 인생의 강을 건넌 누우처럼 시는 삶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일이다. 그 대답에 우리는 ‘울컥’ 한다. 가슴에 담긴 설움과 슬픔이 『울컥』하는 여기에 그의 시가 있다.
출판사 리뷰
시에서 묘사나 비유는 매우 중요하고 빈번하게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사실 시는 묘사나 비유를 넘어서는 데 그 경계가 있다. 묘사나 비유를 넘어 ‘마음의 경계’를 열어 보이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다. 많은 시인들이 이 ‘마음의 경계’를 열어 보이지 못하고 묘사나 비유에 머무는 것을 종종 본다. 묘사나 비유를 단계를 뛰어넘어 ‘마음의 경계’를 열어 보여야만 올바른 시의 세계에 도달했다 볼 수 있다.
손윤금 시인의 시집『울컥』은 이 ‘마음의 경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 인생의 험난한 강을 건너는 사람의 일상이 담겨있고 험난한 강을 앞에 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서 평
시를 쓴다는 것은 마음의 경계에 서는 일이다. 경계에 섰을 때 모든 사물들은 그 존재가 명확해진다. 손윤금 시인의 시집 『울컥』은 마음의 경계에 서서 바라보는 사람살이에 대한 기록들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나 내 곁을 떠난 사람이나 내가 건너야하는 험난한 세상의 경계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일들에 대한 회상이다.
사람살이의 일상이라는 것이 매양 동일한 시간의 반복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 순간 선택과 결심의 경계에 서는 일이다. 매양 반복되는 일상도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동일한 반복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선택’과 ‘결심’의 이 경계에 섰을 때 흔들리는 마음과 지키려는 마음의 ‘갈등’과 ‘회한’이 손윤금 시인의 시집 『울컥』에는 오롯이 담겨있다. ‘선택’과 ‘결심’의 이 경계에 섰을 때, 흔들리는 마음과 지키려는 마음의 이 간극, 여기에 『울컥』하는 시의 자리가 있다 하겠다.
안부를 묻다 1
오랜만에 오셨군요
부모님 모시고 동생과 저 세상 여행 다녀오셨다고요
잘 지냈냐고요
마냥 서러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럭저럭
당신이 고생하신 덕분에 예나 지금이나
오늘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쯧쯧 혀를 차며 아까운 사람인데
참 아까운 사람 맞습니다
오랜만에 당신의 목소리 들으니 좋아요
밤새 내려 초롱한 빗방울 떨어질까 봐
빨랫줄에 앉지 못하시는군요
옆집 차가 움직이나 봐요
당신 목소리가 자꾸 멀어져요
다음엔 혼자 오지 말아요
멍
머리에 멍이 들어 하얗다
봄은 언제 왔는가 멍때리고
목련 개나리 벚꽃 보고 멍때리고
산등성 보고 멍때리고
바위 보고 멍때리고
엄마 이마 잔주름으로 밀려드는 바다 보고 멍때리고
이래도 멍 저래도 멍
멍멍 짖다 보니 멍텅구리가 되어버렸다
멍때리고 살다 보면
어지러운 생각이 물방울 터쳐
팽팽, 팽이처럼 머리가 돌아갈 줄 알았다
뭐 하는 데 아니고 멍하다
백지를 보는데 글씨가 멍하고
글씨가 멍하니 생각도
푸른 멍이 잡힌다
머리에 퍼렇게 맺힌 피,
붉다
숨, 좀
평생이 평원이었습니다
손발을 땅에 묻고 사시던 아버지
하남성 밀밭에서
두 손 두 발 가지런히 잠들어 갑니다
빵틀만 한 구멍 내어놓았습니다
제발 숨, 좀
작가 소개
지은이 : 손윤금(연식)
•본명 손연식•경남 밀양 출생.•2005년 『신문예』에 시가, 『문학세계』에 수필이 당선되어 등단.•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국럽 한본부, 마산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시집 『거울을 닦으며』, 『내일은 이곳에서 너무 멉니다』, 『울컥』 디카시집 『엄마의 남새밭』을 내었다.•서울특별시장상, 마산예술공로상,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 수상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날아라, 오리야 13
안부를 묻다 1 14
안부를 묻다 215
어둠을 켜 놓고 16
강된장, 호박잎 18
미역국 20
심지 22
장국 23
선물 24
숨소리를 보다 –우진에게 26
눈길이 손길이다 28
문득, 술 30
멍 31
나를 일으켜 세운 건 32
길 34
혼술 35
무통 금지 36
댓글 38
제2부
41 궁류저수지
42 납작 돌집
44 출렁다리
46 엘승타사르하이
47 남강, 유등축제
48 몽골에서
50 남강
51 숨, 좀
52 악양
54 솟대
55 투본강에서
56 절규
58 말의 상처
60 이노우에 야스시 문학관
제3부
마지막 바람 65
눈물 빵 –그놈의 돈 66
섬 67
불길–모서리의 불 68
우리 동네 예보관 70
라일락 72
치킨과 파마 74
한 끼 76
파장 77
어리광 78
김 할머니 79
말이 없다 80
얇은 귀 82
제4부
87 비 오는 날
88 보약 한 제
90 SNS
91 번아웃
92 술, 밥
94 진달래
96 성격 차이
98 한 표
100 꽃잎
101 상처를 핥는 시간
102 대성사 붕어
104 울컥
106 아, 네
108 아니!
110 나의 노래
112 두리안
114 퇴근길
115 해설 | 누우처럼 험난한 강을 건너며 / 성선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