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잉어등 시인선 2권. 모두 70편의 시가 실려 있고, 4부로 나뉘어 있다. 부를 나누는 데는 특별한 이유를 두지 않았다. 읽는 독자가 쉬어가며 읽으라는 뜻이다. 그러나 4부에는 필자가 주로 활동하는 '대구경북예술가곡회'에서 매년 창작곡으로 발표하는 작곡을 위한 작시에 사용된 시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시 「가창에 살아요」는 가창을 자연으로 바꾸어 「자연에 살아요」라는 곡을 만들었고 「은행나무 커튼」 「박하사탕」 「화살물고기」 「걸어온 살구나무」가 근래 발표한 가곡의 노랫말이 된 곡들이다.
출판사 리뷰
이전에 시집에 있는 시 <알약>에서 흰 철쭉을 만났을 때 몽우리 진 철쭉에서 나는 말 달리는 거친 발굽 소리와 마을 사람들의 비명을 엿들은 적이 있다. 이는 현세에 경험하지 못한 전생 혹은 무의식의 한 장면일 수도 있는데, 그때에도 난 힘없는 촌부였다. 침략군은 말을 타고 마을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칼로 베고 찌르는 아비규환 속에서 나는 한없이 비겁했다. 식구들을 짚가리 속에 감추고, 살기 위해 서로의 입을 틀어막았다. 고작해야 시를 쓰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나를 창칼 들고 나아가 싸우지 못하고 뒷전으로 물러서게 하거나 초라하게 한다는 걸, 흰 핏물 흘리는 철쭉에 귀를 대고 전생쯤을 더듬다가 나는 알았다. 철쭉이 나를 일깨워준 비참의 한 장면이 비굴의 나를 속속들이 발견케 하는, 이번 시집은 내 개인사적인 굴욕의 또 다른 보고서일 것이다.
□ 이번 시집 『화살물고기』은 일곱 번째 시집이 되는 셈인데 제목에 적합한 시를 고르다가 『화살물고기』라는 표제를 달기로 했다. 이 시는 전의 시집에 실린 시 「수인」을 좀 더 풀어서 쓴 시인데, 가곡의 작사로 변환하면서 동굴에 천 년 동안 갇혀 살던 물고기 이름 주홍미끈망둑을 쓴 시가 하나의 뿌리에서 또 다른 싹이 나듯 새끼를 친 그런 시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는 모두 70편이며 4부로 나뉘어 있다. 부를 나누는 데는 특별한 이유를 두지 않았다. 읽는 독자가 쉬어가며 읽으라는 뜻이다. 그러나 4부에는 필자가 주로 활동하는 <대구경북예술가곡회>에서 매년 창작곡으로 발표하는 작곡을 위한 작시에 사용된 시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시 「가창에 살아요」는 가창을 자연으로 바꾸어 「자연에 살아요」라는 곡을 만들었고 「은행나무 커튼」 「박하사탕」 「화살물고기」 「걸어온 살구나무」가 근래 발표한 가곡의 노랫말이 된 곡들이다.
□ 이번에 묶은 시집의 시들은 요즘 시단의 추세 혹은 시류와는 많이 다른 시이다. 과거 한국시인협회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밝힌 바 있지만 유행을 만들지 못하고 유행을 따르는 시와 이름을 가려놓으면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없는 게, 한국 시의 현주소 또는 현실이기도 한 바, 오로지 난해하게 흘러가는 그런 창의성 또는 개성이 없는 시의 문제점을 내가 나름 지적한바, 있었는데 그 후 나는 내 시의 색과 맛을 또는 나의 물에 물 탄 듯한 세계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했던 것도 같다. 물론 시류를 완전히 거스르려는 것은 아니지만, 시의 여러 기법(화법)에 변화를 주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가미했다. 음식으로 치자면 원재료의 맛에 충실했으며 조미료는 많이 넣지 않아서 감칠맛은 좀 떨어지더라도 복고적이어서 오래 씹다가 보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는 의도적 장치를 시 전편에 걸쳐 복선으로 깔아두면서 개인사적인 경험언어들을 시말로 녹여내려고 했다.
□ 시인 한 개인의 비참했던 기록을 엿보는 재미가 있을 그런 시들이다. 내용에 있어서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은, 과거 어두웠던 시대의 요절 시인 「입속의 검은 입」 기형도 시인의 시 세계가 그랬던 것처럼, 침울하고 어두운 내면 감정을 드러내는데 있어서 상관물을 동원하고 경험적 사실을 덧대면서 나만의 진술을 끌고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분히 스토리텔링 된 요소도 없진 않으나 내 속에 존재하는 트라우마를 읽어, 나와 유사한 갈등 구조를 가진 독자를 동병상련의 감정에 호소, 절망에 희망의 끄나풀을 쥐여 주려는 창작 의도를 감추고 있는 그런 시편들을 추려 묶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윤배
1989년 매일 신춘문예로 시 등단. 시집 『오목눈이 집증후군 』외 다수. 한국시인협회회원. 대구문인협회회원. 수성문인협회부회장, 금복문화상 수상. 현재; 대구경북예술가곡회 사무총장, 경주문예대 심화반 교수. 대구디카시인협회장. 시창작원 <형상시학>대표.
목차
1부
진공청소기 13
암울한 비누 14
뿔의 맛, 사는 맛 16
불두화佛頭花 17
미꾸라지 18
바른생활지침서 19
따듯한 밀봉 20
중생衆生 21
말년의 혼밥 22
자귀꽃 그늘 24
가창천 둑길 26
옥玉이 27
물속의 숲 28
염치 30
술렁 31
관망 32
문드러지다 33
2부
그리운 목향 37
문리버 38
망향 39
뒤집어 볶아야 할 것들 40
오늘이 화이트데이 42
네시 이십삼분 44
겨울 잠행 45
불문율 46
내연의 미학 48
서글픈 공백 50
정월 연등 52
매물도 겨울 54
비의 뒤끝 56
뒤늦은 후회 57
개여울 연가 58
작침鵲枕을 버리다 60
적요의 그늘 62
3부
그리운 인가人家 65
보름다비 66
가창 별곡別曲 68
나무南無의 반경 69
십우도十牛圖 텃밭 70
감응의 구간 71
해오라기 명상 72
대략 난감 74
벌러덩 76
도착 10분 전 77
수박바위 자르기 78
유등연지 80
산이 좋다, 하늘이 좋다 82
뜨거운 욕조 84
사랑 85
모텔 도도 86
제비꽃 카페 88
무료하다 89
4부
모멸·1 93
모멸·2 94
모멸·3 95
모멸·4 96
모멸·5 97
용서라는 말 98
물밥 100
관계·2 101
비참의 사원·1 102
비참의 사원·2 103
가창에 살아요 104
오소서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그날로 106
박하사탕 108
화살물고기 110
은행나무 커튼 111
감기 앓는 나무 112
걸어온 살구나무 114
난감한 여파 116
| 출판의 辯|
상처받은 영혼에 건네는 헌시獻詩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