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프랑스《르몽드》의 자매지로 전세계 27개 언어, 84개 국제판으로 발행되는 월간지‘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라는 언론관으로 유명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의 자매지이자 국제관계 전문 시사지인《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국제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참신한 문제제기로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민주주의, 평등박애주의, 환경보전, 반전평화 등을 옹호하는 대표적인 독립 대안언론이다. 미국의 석학 노암 촘스키가 ‘세계의 창’이라고 부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데에서 더 나아가 ‘아탁(ATTAC)’과 ‘세계사회포럼(WSF, World Social Forum)’ 같은 대안세계화를 위한 NGO 활동과, 거대 미디어의 신자유주의적 논리와 횡포를 저지하는 지구적인 미디어 감시기구 활동에 역점을 두는 등 적극적으로 현실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발행인 겸 편집인 세르주 알리미는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세계로 향한 보편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잠비아 광부들과 중국 해군, 라트비아 사회를 다루는 데 두 바닥의 지면을 할애하는 이가 과연 우리 말고 누가 있겠는가? 우리의 필자는 세기의 만찬에 초대받은 적도 없고 제약업계의 로비에 휘말리지도 않으며 거대 미디어들과 모종의 관계에 있지도 않다”라고 하면서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맞서는 편집진의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한국 독자들 사이에서 ‘르디플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2014년 현재 27개 언어, 84개 국제판으로 240만 부 이상 발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08년 10월 재창간을 통해 한국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www.ilemonde.com 참조). 이 잡지에는 이냐시오 라모네, 레지스 드브레, 앙드레 고르즈, 장 셰노, 리카르도 페트렐라, 노암 촘스키, 자크 데리다, 에릭 홉스봄, 슬라보예 지젝, 알랭 바디우 등 세계 석학과 유명 필진이 글을 기고함으로써 다양한 의제를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무슬림 사회주의자, 과연 차기 뉴욕시장 될 수 있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 2025년 11월호는  윤리적 파산과 민주주의의 퇴행 속에서 ‘세계의 다시 세움’을 요청하는 특집호다.
표지 기사인 ‘무슬림 사회주의자, 과연 차기 뉴욕시장 될까?’(알렉산더 제빈)은 미국 정치의 심장부에서 다시 등장한 도덕적 정치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뉴욕의 무슬림 사회주의자 조흐란 맘다니(Zohran Mamdani) 의원의 도전은 팔레스타인 지지로 공격받으면서도, 정의와 윤리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은 정치인의 초상이다.
이번 호 전체가 던지는 질문, ‘윤리의 붕괴 이후, 인간의 존엄은 어디서 다시 시작되는가’는 이 커버스토리에서 비롯된다.
프랑스어판 발행인 브누아 브레빌은 ‘파괴의 범죄자들과 그 공모자들’에서 가자지구의 학살을 방조한 서구 국가들의 도덕적 파산을 고발한다. 그는 “러시아에는 19차례의 제재를 가한 유럽연합이 이스라엘에는 단 한 건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유럽은 방관자가 아니라 학살의 공범자였다”고 단언한다. 브레빌의 칼럼은 유럽 민주주의의 위선과 ‘인권의 언어’를 잃은 서구의 공허한 선언을 폭로한다. 그의 글은 이번 호 전체의 도덕적 방향타다.
한국어판 발행인 성일권은 ‘월 천만 원의 열망에 속은 한국의 젊은이들’에서 캄보디아·미얀마·필리핀의 ‘디지털 노예무역’ 실태를 고발한다. 그는 이를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한국 내부의 도덕적 붕괴가 국경을 넘어 확장된 인간 수출 구조”라 진단한다. 그는 과거 해외입양을 “복지의 이름으로 생명을 수출하던 시대”로, 오늘날의 디지털 노동 착취를 “노동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인간 거래”로 이어 읽는다. “돈이 인간보다 앞서고, 효율이 윤리를 대체한 사회에서, 우리는 이제 윤리의 재건에 나서야 한다.” 이 글은 한국 사회의 도덕적 위기를 세계사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이어 포커스 섹션에서는 프랑스 사회학자 플로랑스 이아다덴이 ‘국가에 속아온 청년 세대’를 통해 국가가 청년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빚진 존재’로 만든 현실을 분석한다. 그녀는 부르디외의 말을 빌려 “청년은 하나의 단어일 뿐이다”라며, 청년 세대 내부의 불평등과 불안정 노동을 직시한다. 청년층 실업률은 20%에 육박하고, 30세 미만의 3분의 1만이 안정된 일자리를 갖는다. 그녀는 “청년은 일자리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청년을 거부했다”고 말하며 국가의 ‘관리의 정치’가 청년의 존엄을 침식시켰다고 비판한다.
지구촌 섹션에서는 세계 질서의 균열과 재편을 집중 조명한다.
크리스토프 벤투라는 ‘미국이 추락시킨 유엔의 권능을 되찾으려면’에서 냉전 이후 미국이 약화시킨 유엔 체제를 복원하기 위한 남반구의 외교 노력을 조명하고, 파니 피조는 ‘83세의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마크롱 지원 속 4선 도전’이라는 글에서 프랑스의 ‘후견적 민주주의’가 여전히 아프리카 정치를 옭아매는 현실을 질타했고, 니나 빌렌은 ‘사헬 지역의 군사정권들, 지하디스트 대응에 실패하다’에서 서아프리카 군부의 통치 실패와 프랑스의 잔존 영향력을, 아크람 벨카이드는 ‘보호자를 찾아 방황하는 걸프 국가들’에서 석유·안보 의존의 구조 속에서 자율성을 상실한 걸프의 딜레마를 집중 진단했다. 지구촌 섹션은 세계 정치의 혼돈 속에서 도덕적 리더십의 부재와 그 대안을 모색하는 르디플로의 핵심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이어 한반도 섹션에서는 글로벌 자본과 민주주의의 전선의 엇갈린 교차점을 짚어낸다. 목수정의 ‘블랙록은 왜 한국과 손을 잡았을까’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한국 진출을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험대”로 해석한다 .박정은, 김영근, 임형진, 송아름의 글은
한미관계, 극우 연정, 예술과 정치의 접점을 다루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문화적 저항을 탐구한다.
 파괴의 범죄자들과 그 공모자들
파괴의 범죄자들과 그 공모자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프랑스어판 발행인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위해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스페인·아일랜드·노르웨이가 결단을 내렸을 때도 그는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그때의 상황은 이미 충분히 엄중했다. 가자지구 폭격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었다. 스웨덴이 팔레스타인을 승인한 지는 10년이 되었고, 팔레스타인 독립 선언은 36년이나 지났으며, 세계 국가의 4분의 3이 승인을 마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대통령은 아직 몇 달은 더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월 천만 원’의 열망에 속은 한국 젊은이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 발행인“월 천만 원 알바에 낚여 캄보디아로 간 한국 청년, 개발회사 명목으로 노예처럼 일했다.”
처음엔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피해로 보였다. 그러나 수사망이 좁혀지자, 그 조직의 운영자도, 모집자도, 관리인도 모두 한국인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다. 한국 사회 내부의 도덕적 붕괴가 국경을 넘어 확장된 하나의 ‘인간 수출’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