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창세기 1장을 둘러싼 전통적 해석 체계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하며, 우상의 신학 아래 형성된 상징 질서를 벗어나 새로운 독법을 시도한 책이다. 어거스틴에서 루터, 칼뱅에 이르는 신학적 계보가 형성한 ‘창세기 읽기’의 기표를 해체하고, 신화적 이야기로서의 창세기를 다시 읽는다.
저자는 창세기 1장을 팩트로 읽는 근본주의적 신앙의 폭력을 비판하며, 성서를 이야기로, 은유와 비유의 언어로 되돌려 읽는 방식을 제시한다. “무엇이라 기록되었으며 어떻게 읽느냐”라는 예수의 물음에서 출발하여, 감추어진 의미를 드러내는 비유적 해석을 복원한다.
창세기 1장을 성서 이야기의 ‘알파’로, 요한계시록을 ‘오메가’로 바라보며 성서 읽기의 첫 단추를 새로 끼우려는 이 책은, 신화와 해석, 신학과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 성서 해석서다.
출판사 리뷰
창세기 1장 읽기의 기존 전통은 어거스틴과 토마스아퀴나스의 신학 토대 위의 가톨릭은 물론이요, 개신교의 초조인 루터의 이신칭의론 및 칼뱅의 기독교강요의 신학 체계가 창세기 1장 읽기의 상징질서 저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학적 기표와 기의의 연쇄 사슬의 바탕에서 창세기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종교 시스템의 연쇄 사슬을 이루고 있는 기존 언어의 틈새가 수없이 보입니다. 본서는 전통의 상징 체계의 사슬을 이루고 있는 개념들, 기존의 전통적 해석 체계에서의 일탈과 해체를 시도합니다. 왜냐하면 우상의 신학 아래서 형성된 해석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비록 창세기 1장 읽기이지만 기존의 성서 읽기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청을 담고 있습니다. 궤변과 터무니없는 몽상의 창세기 읽기로 치부되겠지만, 어느 시대나 기존 체계에 대한 강력한 이의 제기는 있게 마련입니다. 벌거숭이 임금님의 우화에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허위의 해석 체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팩트로 읽는 독자가 있던가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창세기 1장은 신화적 이야기로 읽는 것이 타당한가. 벌거숭이 임금님 주변의 간신들은 펄쩍 뛸 것입니다. 이야기 관점에서 다시 읽어보면, 무궁무진합니다. 영감의 보물 창고입니다. 해석의 다양성은 혼란의 부추김이 아니라 생명의 풍성함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프리즘을 통해 다양한 색깔이 드러나게 하려면 전통적 해석의 감옥에서 풀어 놓아야 합니다. 창세기 1장은 영감의 원형적 보고寶庫입니다.
법정의 판사 앞에서 천동설이 맞다고 증언하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 갈릴레오의 유명한 일화! 성서무오설과 유기적 영감설로 중무장한 근본주의 법정에 서게 되면, 창조 설화, 신화적 이야기는 목 베임 당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야기가 이야기이지 뭐란 말인가요. 이야기를 팩트로 믿어야 한다는 저 무지막지한 근본주의 폭력에 인류가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립니다.
본 창세기 1장 읽기는 기존의 글쓰기 방식을 벗어나 강론 화법으로 서술하였습니다. 본서의 내용은 수년 전 영상으로 제작된 바 있습니다. 녹취 후 교열 교정 형태로 다시 정돈하였습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동영상을 참고하면 의도하는 바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 1장 읽기는 성서의 첫 단추입니다. 요한계시록은 마지막 단추입니다. 창세기가 성서 이야기의 알파라면 요한계시록은 오메가인 셈입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도 엇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창세기 1장 읽기가 요한계시록 읽기의 성격을 결정짓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는 방식을 규정하는 것도 매한가지입니다.
“무엇이라 기록되었으며 어떻게 읽느냐”는 물음은 예수가 어느 율법사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먼저 무엇이라 기록되어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본문 비평의 영역입니다. 반면에 어떻게 읽느냐는 해석 영역입니다. 키다חִידָה 와 마샬מָשָׁ֣ל! 키다는 감춘 것이고 마샬은 비유라는 뜻입니다. 비유는 감춘 것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시편 기자는 말합니다.시편 78편 참조
어떻게 읽느냐는 감춘 것, 은폐된 것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여전히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그 또한 비유를 동원하게 마련입니다. 은폐된 것을 드러내는 비유가 발화시에는 서로 자명하게 소통됩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명한 진리는 더 이상 자명하지 않고 비유 자체가 수수께끼가 되고 더 깊이 은장隱葬됩니다. 칠일 창조 서사의 이야기로 감춘 것을 드러내려는 자명한 이치는 숨어버리고 “천지창조공사” 창업주의 홍보 책자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창세기 1장의 창조 서사를 우주 만물 창조로 읽고 역사적 팩트로 읽으면 요한계시록은 자연스럽게 우주의 소멸과 우주 종말론으로 읽게 됩니다. 거기에는 위대한 우주의 창업자인 전지전능한 초월 신을 전제하게 됩니다. 예수는 이를 전복시킵니다. 그렇게 있는 초월 신은 거짓이고 미움이고 사람의 영혼을 살해하는 살인의 신이라고 유대교의 신을 탄핵하고 해체해 버립니다.요 8장 참조 작금의 기독교는 예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예수 그리스도를 종주宗主로 세우고 있지만, 예수의 가르침보다는 유대교의 전통을 좇고 있습니다. 첫 단추인 창세기 1장 읽기에서 판가름 되고 있습니다.
본서는 전통적인 창세기 1장 읽기의 도그마를 해체합니다. 창세기 1장은 성서의 다른 이야기들의 제1 원형입니다. 아르 키 타입archetype입니다. 본서는 반복하여 제1 원형인 것을 드러낼 것입니다. 에덴 이야기는 제2 원형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이 두 이야기에 수렴되고 변주變奏 됩니다. 창조 서사를 해설하면서 때로는 논리적 서술보다는 문학적 상징의 비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고 근본주의 시각에서는 매우 불편한 지점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본서를 출간합니다. 이 같은 독법이 과연 가능한가. 성서를 이렇게 읽어도 될 것인가. 대답은 독자 각각의 몫이 될 것이고, 어떤 비판도 달게 받을 것입니다. 창세기 1장 이야기에 이어 ‘야훼와 하야 그리고 아바’, ‘신 죽음과 좀비 신학’, ‘메타노에오와 회개의 본래 의미’의 주제 글을 덧붙였습니다. 창세기 1장 읽기는 신 죽음과 새로 복권된 신의 관점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책의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창세기 1장의 창조 서사를 비롯하여 에덴, 노아, 아브라함, 모세의 출애굽 이야기, 사사들의 이야기, 가나안 땅 이야기, 바벨론과 귀환 이야기, 그리고 사복음서와 사도행전,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바울 서신을 비롯한 일부 서신서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이야기’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야기들이 모여 집대성된 서적입니다. 이야기의 형태를 지니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서는 서사적 구조를 깊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야기가 존재하며, 이야기가 없는 사회는 없습니다.
창세기 칠일 창조 이야기가 성서 모든 이야기의 ‘제1 원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창세기 1장 이야기의 구조는 요한계시록까지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영’, ‘일곱인’을 떼는 이야기 등이 모두 창세기 1장의 원형적 구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원형적 이야기가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주變奏’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 이야기 속에도, 출애굽과 모세 이야기 속에도 창세기 1장의 이야기 구조가 다양한 언어와 진술 방식, 서사적 구조 속에서 원형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요컨대 ‘에레츠’라는 단어 하나에 단일한 정의를 고정시키는 것은 성서적 맥락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성서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에레츠’의 의미를 층위적으로 드러냅니다. 창세기의 원형 서사, 에덴의 개념 분화, 모세의 역사, 그리고 예수의 비유에 비추어 보면, ‘에레츠’는 동일한 명칭 아래 다른 상태와 기능을 담는 그릇이며, 언약의 귀환과 결실이 일어나는 ‘가장 적합한 땅’으로 수렴한다고 하겠습니다. 천지를 ‘바라’했다는 것을 광활한 우주를 창조했다는 기존의 전통적 해석을 내려놓고 성서의 전체 맥락에서 보면 땅의 창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조망해 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 1장 1절을 놓고 창조론과 진화론의 프레임에 갇혀 논쟁하는 동안, 성서가 말하고자 하는 땅의 창조에 대해 놓치게 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창호
총신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철학교육을 전공하였다. 수도침례신학교와 중부대학교에서 기독교철학과 헬라어, 히브리어를 강의하였다. 저서로는 『베드로의 고백 그 허와 실』(1994)『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냐』(1998)『예수의 믿음』(2018)『에덴의 뮈토스와 로고스』(2021)『유대신비주의 카발라와 생명나무』(2021)『성서 그리고 도마복음 Vol 1, 2, 3』(2024-25) 『신죽음과 좀비신학』(2025) 등이 있다. 원어성서원 刊 『스테판 원어성경』 데이터 작업과 편집에 참여하였으며 격월간지 『형상과 글』을 창간하기도 했다.현재 유튜브 방송김창호 TV를 운영하고 있으며, 원어 성경을 토대로 한 해설 요한계시록과 창세기, 산상수훈, 주기도문, 카발리즘, 도마복음, 로마서, 히브리서 등 동영상 약 700여 편이 업로드 중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6
하늘과 땅의 창조 13
성서가 말하는 땅 32
바람이 분다 40
2절의 중요 개념들 53
빛이 있으라-첫째 날 61
윗물과 아랫물-둘째 날 68
뭍이 드러나는 이야기-셋째 날 75
86 위를 비추는 마음의 하늘-넷째 날
100 빛, φ과 바람,πνεμα의 서사-다섯째 날
113 말문-여섯째 날 1
129 형상과 모양 그리고 ‘씨 알’의 양식-여섯째 날 2
142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안식-일곱째 날
151 야훼와 하야, 그리고 아바
161 신 죽음과 좀비 신학
176 메타노에오와 회개의 본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