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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5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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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겨울 2025』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8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겨울 2025』에는 2025년 겨울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박민경의 「별개의 문제」, 서장원의 「뱀이 있는 곳」, 하가람의 「5월은 창가의 호랑이」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5회 문지문학상 후보에 포함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조연정,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겨울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겨울 2025』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8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겨울 2025』에는 2025년 겨울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박민경의 「별개의 문제」, 서장원의 「뱀이 있는 곳」, 하가람의 「5월은 창가의 호랑이」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5회 문지문학상 후보에 포함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조연정,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도서는 1년 동안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겨울, 이 계절의 소설


굵은 눈발이 하염없이 떨어져 도처의 어둠을 하얗게 지우는 겨울이다. 쓸쓸한 풍경을 지나 부지런히 눈을 밟고 쓸고 뛰어다니는 사람들. 그 움직임의 열기에 녹아 드러나는 곳곳에 바닥이 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동안, 앞서 길을 짚어 간 타인의 발자국이 문득 시야에 들어오기도 한다. 인적이 끊어진 곳에서 그려보는 미래가, 기억에 자리한 누군가의 과거에 대한 반향이라면 영혼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소설 보다: 겨울 2025』는 열병처럼 끓는 세 편의 소설을 소개한다. 삶은 끊임없이 비극을 낳지만 살아 있으므로 희망은 끊어지지 않고, 기도는 계속된다. 희디흰 눈을 밟고 제 몫의 어둠을 새기며 한 걸음씩 미래로 나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오랜 울림을 전한다.

박민경, 「별개의 문제」
“세상에 완전히 무해한 진심이란 없다”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민경을 「별개의 문제」로 처음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살아있는 당신의 밤」으로 데뷔 당시 “유려한 문장, 세밀한 묘사, 문명과 원시의 조화, 기억과 현재를 오가는 구성, 환상으로 매듭지은 결말 등 다채로운 미덕을 갖”(심사위원 김화영·전경린·서하진)추었다는 평을 받은 작가는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성향이 정반대인 ‘병주’와 결혼한 ‘나’는 “적과의 공동생활이라는 사회 실험에 자처한 피실험자의 마음으로 신혼집에 입주”한다. 생활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나’는 다니던 디자인 스튜디오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한편, 병주는 배달 전문 피자 가게를 창업한다. ‘나’에 비해 세속적인 병주는 욕망과 포부도 강하다. 결혼 후 프리 선언을 했을 때 군말 없이 응원해준 병주에게 얼마간 빚진 마음이 있는 ‘나’는 차마 사업을 말리지 못하고, 병주가 친척에게 빌린 자금으로 문을 연 가게는 썩 괜찮은 시작을 알린다. 그림책 삽화 작업에 한창이던 ‘나’도 매장에 나가 일을 거들 정도로 바빠진 것도 잠시, 배달 앱을 통해 가게에 낮은 별점을 주는 이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이에 노심초사하던 병주는 리뷰를 참고해 더욱 사업에 열을 올린다. ‘오리지널리티’를 위해 직접 소스를 개발하고, 손 편지를 쓰고, ‘나’의 도움으로 피자 박스에 귀여운 그림을 그려 넣기까지 한다. 그러는 사이 임신한 ‘나’는 뱃속의 아이에게 ‘별’이라는 태명을 붙여주고, 그림책 막바지 작업에 들어서 트리 꼭대기에 달린 아름다운 ‘별’을 그리는 데 난항을 겪는다. ‘맛없으면 짖는 개’라는 닉네임으로 꾸준히 별점 테러를 하던 이에게 지극정성으로 매달리던 어느 날, 병주는 직접 그를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나 불길함이 스치던 찰나, ‘나’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 병주의 목소리는 두려울 만큼 낯설다. ‘나’는 병주가 있는 곳으로, ‘맛없으면 짖는 개’의 주소지를 향해 폭우를 헤치고 운전대를 잡는다.
박민경의 소설은 ‘별’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이용해, 순수한 진심과 세상의 적의 사이에서 좌절을 맛보는 인간의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끝내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자 인정받고 싶은 욕망 그 자체로서의 ‘별’은 훔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지만, 진심이 극에 달하는 순간 차가운 세상의 시선에 둘러싸여 빛을 잃는다. “이 작품이 실질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감정과 노동이 알고리즘의 질서 속에서 서로를 포섭하며 재구성되는 동시대 현실의 단면이다. 작가는 ‘별점’이라는 사소한 지표를 매개로, 인간이 얼마나 치밀하게 평가 체계의 내부로 흡수되어 있는지를 삽화적으로, 통렬하게 드러낸다”(강동호 문학평론가).

어쩐지 진심은 발현과 동시에 그 자체로 완성형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언제든 다른 형태로 변할 수 있는 진행형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병주’의 경우 이제 막 생겨난, 작고 소중한 진심이었잖아요. 잘 키워나갔다면 이 구역의 피자왕 정도는 거뜬히 만들어줄 잠재력을 가진 진심이었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개’를 만난 뒤 그 진심은 극단적인 수단, 곧 폭력으로 변질되고 맙니다. 그 과정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진심이라고 해서 언제나 선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과 누구나 그런 방향 전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어요.
「인터뷰 박민경×조연정」에서

서장원, 「뱀이 있는 곳」
“어떡할 수가…… 없지 않을까?”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제16회 젊은작가상, 제4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서장원을 2024년 여름, 2025년 가을에 이어 세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전작 「히데오」에서 세계와 불화하지만 사적이고 밀착된 관계를 통해 충격을 소화하는 존재의 역사를 탁월한 균형 감각으로 그리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는, 이번 선정작 「뱀이 있는 곳」에서 사촌지간인 두 인물의 짧지만 독특한 여정을 통해 운명의 곤경을 헤쳐나가는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선보인다.
“어둡고 주눅 든 성격”인 정인과 “한결같이 친절”한 하진은 자란 곳도 형편도 다를뿐더러 대조적인 기질을 지녔으나 수험 생활을 함께하며 가까워진다. 몇 년 후, 직장 선배를 성추행으로 신고한 뒤 도리어 무고죄로 고발당한 하진은 공판을 앞두고 본가가 있는 사천에 내려가 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것”을 거두어 태우고, 굿을 벌이면 상황이 나아진다는 무당의 점사에 할아버지가 담근 뱀술을 떠올린 하진은 정인에게 연락해 사정을 털어놓는다. 그길로 정인은 사천으로 향한다. 하진의 부모가 인수한 펜션 지하에 보관된 뱀술을 모조리 꺼내 호숫가에 파묻기로 결정한 둘은 할아버지를 잠시 추억한다. 업보라는 것이 있다면, 미신적인 행위로나마 청산되는 무엇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고통스러운 현실이 나아질 수 있을까? 이름난 로펌에서 변호인을 고용한 ‘김철현’을 상대로 막막한 싸움을 이어가야 할 하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고작 “오래전에 죽은 뱀들의 명복”을 비는 것이다. 그러나 안간힘으로 구덩이를 파고 뱀을 쏟아붓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들짐승이 죽은 뱀 한 마리를 물고 간다. 허망함에 사로잡힌 것도 잠시, 삶의 불운을 처치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둘을 이끈다. 실패에 그친 작업을 마저 끝내고, 하진과 정인이 봉분을 사이에 두고 선 채 두 손을 꽉 잡고 기도를 올리는 마지막 장면은 애처로울 만큼 절박한 한편 기묘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서장원의 소설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개인의 고투를 그리면서 물질/비물질적인 ‘유산’의 양가적 의미를 독자에게 상기시키며 운명을 옭아매는 것의 실체를 차근차근 더듬어나간다. 중요한 것은 행위의 실패가 아니라 행위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사고의 전이이고, 어쩌면 그것은 전과 다른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선일지 모른다. “불확실성의 짐을 지고 불확실성의 편에 섬으로써만 우리는 확실성으로 몰염치와 아집, 독선을 정당화하는 업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끝내 불확실성의 편에 서 있다”(이희우 문학평론가).

이렇듯 구체적인 실상이 없는, 상속에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것들은 어쩌면 죄책감이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인은 자신이 상속받은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뱀을 묻고 명복을 빌어주는 방식으로 이를 외면하려 합니다. 그리고 실패합니다. 아마도 저는 상속이 주는 혜택과 죄책감이 엮여 있는 상태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상속의 곤경, 더 나아가 운명의 곤경을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해서는 저 역시 답을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서장원×이소」에서

하가람, 「5월은 창가의 호랑이」
“그들 사이에서 무언가 시작되고 있었다”


202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하가람을 「5월은 창가의 호랑이」로 2023년 여름에 이어 두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전작 「재와 그들의 밤」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애틋하게 그리며 내면의 믿음을 회복하는 인물을 섬세하게 구현해냈던 작가는 이번 선정작 「5월은 창가의 호랑이」에서 타인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혹독하리만치 뜨거운 시절을 앓으며 성장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옮겨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마리 앙투아네트, 존 레넌, 기형도…… 엄마인 ‘국화’가 달력에 적은 유명인의 기일을 외며 커가는 ‘호수’는 열 살 여자아이다. 이혼 후 곤궁해진 집안 형편으로 온종일 일을 나가 있는 엄마를 기다리며 좁은 단칸방에서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호수는 우연히 이웃에 사는 ‘준’을 알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달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그는 호수와 달리 울산 사투리를 쓰지 않고 나긋나긋한 말투를 가진 상냥한 청년이다. 호수는 준이 기르는 고양이에게 ‘호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가 하면 자신의 꿈을 나직이 털어놓기도 하는 준과 고독을 털어내면서 호수는 일상을 채워나간다. 어느 날, 서울에서 준을 찾아온 ‘소라’의 등장으로 평온했던 둘만의 세계는 달라진다. 준과 소라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나란히 연극 대본을 읽을 때, 차마 끼어들 수 없었던 침묵의 밀도. 그 순간 호수는 준이 알려준 ‘페이드인’의 의미를 떠올린다. 연인의 사랑이 깊어지고 거칠어질수록, 호랑이와 호수는 조금씩 그들의 일상에서 밀려난다. 연기를 그만두고 고향에서 서점을 열고 싶다는 준의 꿈 또한 소라의 반대로 조금씩 허물어진다. “이팝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던 5월에 호랑이는 창밖으로 뛰어오른다. 유일한 목격자였던 호수는 끔찍한 비밀을 간직한 채 준과 서서히 거리를 둔다. 늦은 밤, 오랜만에 재회해 호수와 함께 관람차를 탄 것을 마지막으로 준은 영영 동네를 떠난다. 이후에 호수는 크게 앓아누워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한참 시간을 흘려보내고 의식을 되찾는다.
하가람의 소설은 계절이 드러내는 선명한 시간성을, 한 소녀의 성장과 절묘하게 엮어낸다. 마음을 내주는 일에서 비롯되는 세계의 시작이 선연하다. 환희와 슬픔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란다. 너머의 세계를 꿈꾸는 사이 틈을 비집고 끼어드는 사건 앞에서 속수무책인 여린 정신은 이윽고 깨어나 독립된 삶으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시간은 태평하게 흐르지만은 않는다. 망연히 상실되는 것과 끝끝내 잃어지지 않는 것을 온몸으로 살아내는 6월과 호수와 소라 껍질 속 세계. 그곳에서 피어나는 국화꽃의 향기를 하가람의 소설은 내내 기억하게 한다”(홍성희 문학평론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일시적인 구원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호수에게 준은 반복해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사람일 거예요. 아마도 처음으로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이자, 그만큼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준은 호수가 몰랐던 세계를 열어준 사람 아닐까요. 부모의 이혼 이후 다시금 ‘우리’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사람이고, ‘우리’를 지속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해준 존재이기도 하고요. 단정한 말투와 ‘구원’ 같은 낯선 단어들, 그리고 어떤 단어로도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까지. 모두 준에게서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하가람×소유정」에서

나는 병주가 속물이라서, 겉과 속이 같아서, 철부지라서, 마음에 그늘이 없는 양지의 인간이라서 좋았는데. 그래서 오래 지켜주고 싶었는데.
나는 토마토 냄새를 풍기며 잠든 병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병주야. 너무 진심이 되진 마.
―박민경, 「별개의 문제」

정인은 망연한 얼굴로 서 있는 하진을 달랬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 아니겠느냐고, 뱀들이 좋은 곳에 가도록 기도해주면 된다고. 하지만 정인은 스스로도 그 말들을 믿지 못했다. 정말 그뿐이라면 두 사람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서장원, 「뱀이 있는 곳」

창 너머로 쌀알 같은 눈이 흩날렸다.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호수는 허공에 손바닥을 내밀어보았다. 구원. 뜻 모르는 단어를 속으로 되뇌었다. 소리 없이 눈이 닿았다가 사라졌다. 작은 것. 처음 쥔 것.
―하가람, 「5월은 창가의 호랑이」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장원
1990년 출생. 2020년 『동아일보』 등단. 소설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문지문학상〉 수상.

지은이 : 박민경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살아 있는 당신의 밤」으로 등단 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와중에 빗방울이 지고 눈이 내립니다. 땅이 젖은 후엔 무엇이든 피어난다는 믿음으로 글을 씁니다.” _BAZAAR 인터뷰

지은이 : 하가람
202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수박」으로 등단. 『소설 보다: 여름 2023』에 단편 수록.

  목차

별개의 문제 박민경
인터뷰 박민경×조연정

뱀이 있는 곳 서장원
인터뷰 서장원×이소

5월은 창가의 호랑이 하가람
인터뷰 하가람×소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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