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프랑스 《르몽드》의 자매지로 전세계 27개 언어, 84개 국제판으로 발행되는 월간지입니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라는 언론관을 바탕으로 국제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참신한 문제제기를 던집니다. 인권, 민주주의, 평등박애주의, 환경보전, 반전평화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옹호하는 독립 대안언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미국인들조차 이스라엘에 지쳐간다"
성 아르망 | 문화평론가지구촌을 전쟁과 혼란으로 몰아넣는 이스라엘을 미국은 언제까지 지지할 것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6년 새해 첫 호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 든다. 표지부터 그렇다. “미국인들조차 이스라엘에 지쳐간다.” 이는 단순한 여론 변화의 신호가 아니다. 전후 미국 외교를 지탱해 온 ‘무조건적 친이스라엘’이라는 합의가 더 이상 상식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징후다. 이번 호는 이 미세한 균열을 따라가며, 트럼프 이후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문화 - 기억을 둘러싼 싸움: 이번 호의 표지는 국제 정세를 요약한 그림이 아니다. 미키 모셔의 콜라주는 미국 정치 내부에 누적돼 온 피로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일상적인 소비물과 파편화된 이미지, 어긋난 시간의 감각이 한 화면에 겹쳐지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여전히 당연한 것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성에 불과한가. 이 표지는 반이스라엘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자동화된 지지가 더 이상 아무런 설명 없이 유지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세르주 알리미 전 프랑스어판 발행인의 글은 이번 호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축이다. 그는 가자 전쟁 이후의 미국 사회를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공동체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사회로 진단한다. 고령층은 여전히 전통 매체와 냉전기의 인식 틀 속에서 이스라엘을 바라본다. 반면 젊은 세대는 틱톡과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목소리와 현장의 이미지를 직접 접한다. 이는 의견 차이라기보다, 현실에 접근하는 경로의 차이다. 알리미가 주목하는 것은 여론의 이동 그 자체보다, 여론을 관리해 온 정치적 방식의 흔들림이다.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을 되돌리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의 선택, 민주·공화 양당에 깊이 뿌리내린 친이스라엘 합의,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젊은 정치인들의 문제 제기는 모두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그는 묻는다.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하는가, 아니면 이제 그 질문을 더 이상 덮어둘 수 없게 된 것인가.
트럼프 이후, 세계는 어디로 향하는가: 장 라드바니의 「캅카스에 ‘트럼프 도로’가 생길까」는 트럼프식 외교의 실체를 해부한다. 평화 협정, 회랑, 인프라라는 중립적인 언어 뒤에는 영토 재편과 세력권 이동이라는 냉정한 계산이 숨어 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분쟁은 더 이상 지역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러시아의 후퇴, 미국의 개입, 튀르키예의 야망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시험대로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평화는 목적이기보다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모리셔스와 부탄 - 번영의 대가: 임상실험용 마카크 원숭이 산업을 다룬 모리셔스 기사와, ‘행복의 나라’로 알려진 부탄에서 벌어지는 이탈의 이야기는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사례다. 그러나 두 기사는 결국 같은 질문으로 만난다. 개발과 번영이라는 이름 아래,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하는가? 지구촌 기사들을 일별하면, 유럽의 ‘러시아 공포’, 사우디 사막의 하이테크 도시, 네덜란드 우파 연정, 러시아의 중동 전략, 에콰도르에서의 미국, 그리고 르완다의 ‘스포츠 워싱’. 서로 다른 지역을 다룬 기사들은 하나의 공통된 풍경을 보여준다. 국가는 점점 정책보다 이미지를 먼저 관리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특히 르완다 사례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폭력의 기억을 덮고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식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군사력보다 서사와 이벤트가 더 큰 힘을 갖는 시대, 지구촌 섹션은 이 불편한 현실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경제, 성장 담론의 한계: 중국의 ‘인볼루션(경쟁의 악순환)’과 유럽을 끌어당기는 미국의 석유 정책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출발하지만, 같은 피로를 드러낸다. 중국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삶이 나아지지 않고, 유럽은 ‘에너지 안보’라는 이름 아래 비효율적인 미국 에너지에 종속된다. 경제 섹션은 성장과 효율이라는 언어가 더 이상 사회적 정당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문화 - 기억을 둘러싼 싸움: 이주민의 죽음, 끝나지 않은 프랑스 혁명, 앰브로스 비어스, 밀러의 신작, 이탈리아 공산주의자의 좌절. 이번 호에서 문화는 위안을 제공하는 영역이 아니다. 문화는 기억을 둘러싼 또 하나의 전장이다. “프랑스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은 민주주의를 제도나 절차로 환원하지 않겠다는《르디플로》의 오래된 문제의식을 다시 환기시킨다.
한반도 - 사유의 좌표를 찾아야 : 부동산 위기, 역사 논쟁, 개인의 몰락 서사까지. 한반도 섹션은 거대한 지정학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한다. 평범한 개인의 추락 서사는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위기는 언제나 국가보다 개인에게 먼저 도착한다. 마지막으로 브누아 브레빌의 〈여덟 번째 전선〉은 이번 호의 문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정리한다. 군사·외교·경제를 넘어, 여론과 알고리즘, 플랫폼이 새로운 전쟁터가 된 시대를 정확히 이름 붙인다. 이어지는 성일권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대통령이 언급한 ‘환단고기’라는 한국 사회의 역사 논쟁을 통해, 국가가 채우지 못한 공적 역사 언어의 공백을 날카롭게 짚는다. 지금 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2026년 1월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단순한 시사 잡지가 아니다. 세계의 현주소를 읽기 위한 하나의 좌표다. 새해 첫 호로서, 이 잡지를 권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유의 1월’을 시작하자!

‘여덟 번째 전선’, 이스라엘의 여론전
"이스라엘은 미국 여론의 지지를 잃었다. 위기를 의식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여론을 다시 얻기 위한 ‘진실을 위한 전투’, 즉 ‘여덟 번째 전선’의 개시를 선언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소셜네트워크다."
역사란 무엇인가
"국가 기관의 수장이 어떤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개인의 학문적 취향을 넘어, 국가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의 분쟁을 어떤 언어로 대응하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것은 국가가 어떤 사관(史觀)에 침묵하고, 무엇을 기억하는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브누아 브레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역사학 박사. 퀘벡대 교수와 파리 1대학 20세기 사회사 연구소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편집장 등을 각각 역임했다. 도시 빈곤, 사회정책, 언론 자유 및 검열, 글로벌 경제와 기술 권력 등을 비평적인 시각에서 분석한다. 주요 저서에 『Les mondes insurgés. Altermanuel d’histoire contemporaine 반란의 세계. 현대사의 대안 편람』(공저, 2014), 『Manuel d’histoire critique 비평 역사 편람』(2014) 등이 있다.
목차
■ 이달의 칼럼
브누아 브레빌 | ‘여덟 번째 전선’, 이스라엘의 여론전
성일권 | 역사란 무엇인가
■ 포커스
장 라드바니 | 캅카스에 ‘트럼프 도로’가 생길까?
세르주 알리미 | 미국인들조차 이스라엘에 지쳐간다
기욤 푸아송 | 임상실험용 ‘마카크 원숭이’ 수출에 분노하는 모리셔스인들
엘렌 페라리니 | ‘행복의 나라’ 부탄에서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
■ 경제
네이선 스퍼버 | 중국 경제성공의 이면, ‘경쟁의 악순환’(인볼루션)
아르노 베르트랑 | 고비용 ‘미국 석유’에 끌려가는 유럽 에너지정책
그레고리 르젭스키 | 프랑스개혁, 이기고도 진 ‘피로스의 승리’에 갇히다
■ 지구촌
피에르 랭베르 | ‘러시아 공포’에 호들갑 떠는 유럽 정신병
리즈 트리올레 | 사우디 사막에 세워진 하이테크 모래성
메레인 우데남스엔 | 급진 우파와 손잡은 네델란드 우파 정부는 어디로?
이고르 들라노에 | 중동에서의 영향력 약화에 직면한 러시아의 선택은?
빈센트 오르티스 | 에콰도르에서 다시 ‘주인행세’하는 미국
미카엘 포롱 | 국가 이미지 세탁에 나서는 르완다의 ‘스포츠 워싱’
아네 드브레제아스 | 프랑스의 수력발전, 공공자산에서 금융상품으로
■ 문화 / 연재 / 한반도
안세실 로베르 | 프랑스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이크 와캉 | 미국의 인종 테러, 한 편의 이야기
김상수 | 다카이치의 승용차 번호 ‘37-77’, 우연일까?
목수정 | 97%를 패자로 만드는 부동산 공화국
김세연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던 김부장에게 남은 것
아르망 성 | 축제는 일탈이 아니라 꿈의 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