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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여왕 2 - 밀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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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여왕 2  이미지

남방여왕 2
괴물의 탄생
삶창(삶이보이는창) | 부모님 |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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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미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김수남의 여정은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겹겹이 얽힌 사실을 따라가며, 이 소설은 우리 시대에 횡행하는 괴물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 구조 속에서 태어났음을 드러낸다.

작가 조중연은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에서 괴물의 기원을 대한민국의 정치 구조와 일그러진 현대사로 확장한다. 베트남전쟁 참전과 그 속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군사독재 권력의 탐욕과 출세 욕망이 제주도라는 지역 공동체의 권력 구조로 침투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일제 식민 지배의 흔적과 제주도를 둘러싼 군사 전략, 병적인 반공주의가 형성한 종교 권력까지 교차한다. 괴물은 역사 속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하고, 그 위에서 개인의 삶이 영위된다는 냉정한 통찰이 소설 전반을 관통한다.

  출판사 리뷰

괴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장편소설의 ‘진실 말하기’

미제 사건이 되고 만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김수남은 여러 과정과 복잡한 미로를 거쳐 뜻밖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소설은 살인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가 누구냐에 맞춰져 있지만 않다. 겹겹이 쌓인 사실의 가닥을 헤쳐나가면서 우리 시대에 횡횅하는 괴물의 기원이 사회 역사적으로 복잡한 구조 속에서 태어났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작가 조중연이 이 두 권짜리 장편소설에서 밝혀낸 괴물은 가까이에는 대한민국의 정치 구조, 그에 의해서 파생된 불구를 닮은 정치권력에서 배태되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이는 일그러진 현대사가 원인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이 탄생한 지점은 베트남전쟁이고, 구체적인 사건으로는 베트남전쟁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이다.
베트남전쟁 참전이 군사독재 권력의 비도덕적 판단에서 비롯되었듯이, 그 전쟁의 복판에서 벌이는 온갖 탐욕과 비정함, 타인을 짓밟고 출세하려는 인물들의 욕망, 그리고 그것이 다시 제주도라는 지역 공동체의 권력 구조에 침입하는 과정들 속에서 괴물은 점점 평범한 생활 속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이것을 말하기 위해 작가는 미제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택했다. 그런데 괴물을 탄생시킨 직접 서사는 이것이지만 이 서사에 또다른 서사가 횡으로 걸쳐져 있다. 그것 또한 우리의 어두운 근대사 자체인데, 그것은 바로 일제의 식민지 지배, 특히 제주도를 본토 사수의 핵심 기지로 사용하려 했던 일제의 전략과 병적인 반공주의의 의해 조형된 기독교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일제가 가미카제를 위해 만들려다 중단한 제주도의 비행장을 군사독재 권력과 매판 자본이 재사용하려 했다는 사실 혹은 설정은 괴물이라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역사에 의해 탄생한다는 깊은 통찰에 의해 배치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개인들의 삶이 영위된다는 작가의 판단은 섬ㅤㅉㅣㅅ하다.

“박흥식이 알지? 화신백화점. 조선 제일의 갑부 화신백화점 박흥식 말이야. 그자가 가시리에 목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쪽 재정 상황이 안 좋아. 내가 제주도 목장에 관심 있는 걸 경제 부총리도 알고 있거든. 그거 때문에 내가 천하에 쓰레기 같은 정부 항공공사를 떠안게 된 거고. 박흥식은 최종 부도처리 될 거야. 그거 나한테 올 건데, 나도 그러려면 실탄이 꽤 필요하다구.”
“제주도에서 큰 사업을 하시려는 모양입니다.”
“천리마항공을 세워 김포, 제주 간 독점 노선을 띄울 거야. 목장 부지 안에 옛날 가미카제 띄우려고 만들어놓은 활주로가 있는데, 그거 정비해서 비행사들 훈련시키고. 호텔 하나 지어서 제주도를 신혼여행의 메카로 만들어 볼까 구상 중이야. 이제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결혼하면 비행기 타고 제주도 신혼여행 정도는 가야 하지 않겠나?”
과연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왠지 그가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제주도가 바뀔 것만 같았다.(2권, 550쪽)

이 소설에는 여러 이야기와 에피소드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기에 인용한 부분이 크게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행복이 역사가 만든 괴물들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잔인한 지적은 어쩌면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진실 말하기’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장편소설이 말이다.

피해와 가해가 함께 만든 괴물과 싸우는 방법

작가의 페르소나인 것처럼 읽히는 주인공 김수남은 제주도에 살면서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키는 캐릭터다. 대학 동창이자 《삼다일보》 편집국장인 송재홍의 추천으로 제주도에 내려온 김수남 기자의 눈에는 제주도 사람들이 내부의 모순과 부조리를 직시하지 않고 외부 탓만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거기에 친구인 송재홍이 정치권에 줄을 대는 선택을 하자 격렬하게 충돌하고 만다. 송재홍과의 갈등은 제주도 내부의 폐쇄적인 문화와 갈등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서 김수남은 제주도 지역 정치의 모순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되며 베트남전쟁에서 발아한 괴물의 씨앗이 정치권력을 둘러싼 쟁투 속에서 성장했음을 작가는 그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수남이 기계적 객관주의자이거나 무책임한 허무주의자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제주도를 깊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진실에 몰입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진술 속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잔인한 괴물로 그려지는 손정엽의 전처인 현세희에 대한 감정으로도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김수남과 현세희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관계는 철저하게 역사적 진실에 구부러지거나 은폐되는데, 실제로 현세희 또한 역사의 자식이면서 큰 상처를 입은 존재이다. 소설 속 인물이 자신에 대한 연민에 빠지지 않게 작가가 문학적 절제를 잘 수행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죄송합니다만, 할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제 주도에서 뀌년까지 건너왔습니다.”
현세희의 느닷없는 등장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제 어머니도 탁 중위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바로 통역이 따라붙었다. 방송 도중 게스트가 폭탄선언 한 것처럼 카메라와 사람들의 이목이 한꺼번에 현세희에게로 몰려들었다.
“제가 그 탁 중위의 딸입니다.”
자원봉사자가 통역하다가 말을 중단했다. 허수정이 손짓하자 통역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2권, 592쪽)

학살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 현장에서 터져 나온 현세희의 느닷없는 고백은 지금껏 가해자 중 한 명인 손정엽의 아내로서 또는 자신을 위해 손정엽을 살해하는 현영학의 결단 등을 통해 보호받는 존재로 그려지다가 최종적으로는 이 소설의 마지막 비밀 열쇠로 탈바꿈한다. 작가는 이미 앞부분에서 현세희의 보호자인 현영학 주변에 음험한 독재 권력의 그림자들을 배치해놨다. 그런데 그것들이 모두 현세희를 옭아매는 괴물들이었음을 밝힌 것이다. 즉 현세희에게 드리워진 괴물들이 죄다 우리의 근현대사가 탄생시킨 것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일방적인 피해의 역사 때문인 걸까? 작가는 피해와 가해가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낸 괴물을 말하고 있으며 주인공 김수남이 제주도 기득권 세력과 줄곧 갈등하는 소설 내의 구조도 결국은 ‘우리 안의 괴물’에 대한 예민한 자의식으로 해석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벌이는 김수남과 현세희의 정사는 그래서 일반적인 에로스를 넘어서는 상징을 갖는다. 선 굵은 조중연 작가의 이 장편소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만하다.

15분쯤 흘렀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걸렸으면 어떻게 하지? 하, 콘테이너 사이에 카바이드를 매달아 둘 걸 그랬나? 새 고랑을 파고 흙 위에 카바이드를 그대로 뒀으니 누 군가 손댔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텐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실패한 게 틀림없다. 뒤쪽 안 보이는 곳에 숨겨 두는 게 나았나? 좀 더 꼼꼼해야 했었나?
비가 내리려는지 한라산 기슭에 먹구름이 걸려 있었다. 습기를 머금은 대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무게중심이 바닥으로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바다 쪽에서 후텁지근한 바람이 거슬러 올라와 얼굴을 때렸다. 불안했다. 앞으로 행동을 더 조심해야겠다. 마음을 다독이는 사이 불온한 침묵이 내리깔렸다. 새들도 숨죽이고 있었다. 일호광장을 지나는 차들도 색달라 보였다. 대기의 색도 누렇게 변했다.
솜반내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은 그 순간이었다. 부들부들 숨죽여 참고 있던 것이 한꺼번에 터진 느낌이었다. 뿌연 먼지 기둥 같은 게 치솟더니 버섯구름이 하늘로 쭉 피어올랐다. 동시에 사방으로 공기 압력이 팽창해 나갔다. 얼굴을 감싸고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운전하던 사람들이 놀라 그대로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정도였다.
느닷없는 폭발에 당황한 사람들이 솜반내로 몰려갔다. 어디선가 119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경찰차도 허둥지둥 현장으로 향했다. 자전거로 가까이 가보려 했지만, 보건소 입구 에서 멈춰 섰다. 빌라 유리창이 깨져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다음 건물들 유리창은 모두 박살났을 터였다.

여자와의 첫 만남 이후 상사병을 앓듯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순간 환상을 보았다. 어느 큰 강가, 어딘지 모를 낯선 모래밭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 앞에는 인민군복 차림의 총 든 군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누가 봐도 처형 현장이었다. 군인들과 달리 무리는 죽음이 목전임에도 환한 얼굴이었다. 흰옷을 입고 햇살처럼 밝게 웃음 짓고 있었다.
6‧25전쟁 때가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면 그 낯선 장소는 대동강변이 분명했다. 어디선가 신호가 울리고 인민군들이 총을 발사했다. 흰옷 무리가 모래밭으로 푹푹 고꾸라졌다. 총알이 관통한 흰옷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군인들은 어디론가 철수했고, 백사장은 그들의 피로 뒤덮였다. 구경 나온 사람 누구 하나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시체를 찾아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흰옷 무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사라지고 다시 백사장이 되었다. 그곳에서 싹이 돋아났다. 무럭무럭 줄기를 올리더니 꽃밭이 되었다. 양귀비처럼 붉고 예쁜 꽃이었다. 거기, 꽃밭을 거니는 한 여자가 있었다. 여자가 베일을 벗으니 현세희였다. 그 순간 현세희가 눈동자 속으로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어느 날 프엉은 자신이 담근 배추김치를 맛보고 탄성을 터뜨렸다. 국물 요리의 달인인 주인이 김치에도 육수가 들어가야 한다며 말린 생선 대가리 삶은 물을 부어줬다. 아, 이 맛에 김치를 먹는구나, 전율이 일었다. 조금 익기 시작한 김치를 한국 사람이 먹는 식으로 세로로 길게 찢어 흰 쌀밥 위에 올리고 한입 시식했을 때 느낀 최초의 희열이었다.
배추의 아삭함과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고 약간 발효되어 신맛이 돌았는데, 씹다 보니 전혀 다른 맛이 혀끝을 치고 나섰다. 천일염의 찬란하고도 보석처럼 빛나는 짠맛이었다. 그 뒤로 생선 대가리 육수의 감칠맛이 휘감고 돌았다. 그렇게 먹다 보니 김치 하나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되었다. 리엔과 흐엉도 마음에 드는지 표준 레시피를 정하자며 흥분했다. 주인 역시 김치 맛을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 정도였다.
그 김치를 식당에 내놨을 때는 메인 요리가 김치에 가려지는 형국이 되었다. 갈비탕이나 곰탕에 밥을 말아서 김치 올리던 손님들이 맨밥에 김치를 얹어 먹은 다음 국물을 뜨는 것이었다. 삼겹살을 시켜서 쌈 속에 넣거나 구워 먹기도 했다. 국물 요리에 진심인 주인은 곰탕 국물 베이스로 김치 찌개를 끓여 연일 대박을 쳤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중연
충청도 부여에서 태어나 월드컵이 끝나던 해 바람 따라 제주로 건너왔다. 2008년 계간 『제주작가』에 단편소설 「무어의 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역사적 팩트(Fact)와 상상력을 결합시킨 작품을 주로 쓰고 있다.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녹담만설(鹿潭晩雪)처럼 고요하고 포근한 삶을 목표로 살고 있다.

  목차

38 건입동 미스터리 / 9
39 살인자의 독백 / 26
40 고냉이소(沼) / 40
41 갤로퍼 밭은 소리 / 64
42 쌍둥이 별자리 / 79
43 국방부 79호실 / 102
44 붉은 후광을 지닌 여자 / 113
45 대나무 사다리 / 132
46 상찬계의 그늘 / 141
47 선돌의 밤 / 156
48 물 전쟁의 서막 / 179
49 반 고흐의 소용돌이 / 216
50 비선 캠프 / 237
51 후지와라 효과 / 266
52 고양이 꼬리 묶기 게임 / 285
53 세 개의 해시태그 / 309
54 월남문화센터 / 321
55 쏨고마을 학살 사건 / 348
56 시드니 탕 / 368
57 산지천 외딴방 / 401
58 새로운 한 컷의 가능성 / 411
59 남방여왕 랩소디 / 433
60 지옥 설계도 / 446
61 배드 트립 / 482
62 빈딘성의 유령 / 491
63 화 프엉(Hoa phượng) / 515
64 전쟁의 민낯 / 537
65 악의 에덴동산 / 557
66 라흐마니노프 프리퀄 / 569

에필로그 — 별이 빛나는 밤 / 589

□ 참고자료 / 612
□ 작가의 말 /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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