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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낮으신
1984Books | 부모님 | 202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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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지극히 낮으신』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다룬 책이지만, 전기라기보다는 하나의 깊은 명상에 가깝다. 크리스티앙 보뱅은 성인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낮은 곳, 가장 작은 것, 가장 조용한 순간들에 시선을 머물게 하며, 그 안에서 사랑과 믿음,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세속적 삶을 살던 한 젊은이가 모든 것을 버리고 절대적 가난의 길로 들어서는 이야기, 아버지와의 단절, 거리 위에서의 설교와 동물들과의 대화, 공동체의 탄생 같은 일화들은 이 책에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재현이 아니라 사유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보뱅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드러내는 낮아짐의 의미다.

보뱅은 제도와 권위의 ‘지극히 높은 자리에 머무는 신’이 아니라, 단순함과 겸손, 친밀함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지극히 낮은 곳에 머무는 신’을 말한다. 그 신은 웅변하지 않고 속삭이며, 군중 앞에 서지 않고 바람과 침묵 속에서 말을 건다. 이 책에서 13세기는 마음에 말을 걸던 시대로, 20세기는 팔기 위해 말하는 시대로 대비되며, 그 간극은 오늘 우리의 삶과 언어, 그리고 믿음의 자리를 되묻게 한다.

종교적 신념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믿음과 사랑을 가장 깊은 자리에서 사유하게 만드는 이 책은 신자와 비신자의 경계를 넘어 읽힌다. 작가이자 신학자인 가브리엘 링글레가 보뱅을 “위대한 시인”이라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와 소음,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에게 『지극히 낮으신』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목소리다.

  출판사 리뷰

■ 진정한 믿음과 사랑이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 1993년 되마고상, 프랑스 가톨릭 문학대상 수상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믿음과 사랑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독자들을 사색으로 이끄는 시적인 언어와 간결하고 독특한 문체로 자신만의 음악을 탄생시켰다고 평가받는 크리스티앙 보뱅이 13세기의 성인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의 삶을 그려냈다.
“신앙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상관없다. 종교가 아니라 신성한 것들로 가득한 글이다.”
“그의 문장과 단어들은 모두 시와 같아서 순수한 행복을 느낀다.”
“이 책의 가치는 단지 정교하게 세공된, 시적이고 의미가 깊은 언어 사용에만 있지 않다. 보뱅이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본질에 대한 사색이야말로 이 책의 가치다.”
지금도 여전히 프랑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지극히 낮으신』은 1992년에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1993년 되마고상, 프랑스 가톨릭 문학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교황 프란체스코의 즉위식 방송 중에 가브리엘 랑레는 이 책을 인용하며 크리스티앙 보뱅을 ‘위대한 시인’이라 말한 바 있다.

■ 13세기의 성인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의 삶을 통한 깊은 사색과 깨달음

하느님을 노래한 음유 시인이며 가난한 이들의 친구, 동물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한 프란체스코. 13세기 초 청빈을 신조로 ‘작은 형제회’를 조직하고 세속화된 로마 가톨릭교회 내부의 개혁 운동을 이끈 탁발 수도승이다. 우리에겐 무엇보다 <평화의 기도>와 <태양의 노래>로 기억되는 성인. 리스트는 그의 삶에 감복해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작곡했고, 그의 삶을 연작 벽화로 그린 조토의 그림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몹시 친근한 성인이다.(옮긴이의 말)

"우리는 그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며, 이것이 오히려 좋습니다.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를 진정으로 알게 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프란체스코는 12세기 말, 이탈리아의 아시시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부유한 상인의 가정에서 자랐다. 젊은 시절 술과 여자와 노름을 즐기던 청년은 기사도와 영광을 꿈꾸며 전쟁에 나가지만 포로가 되고 감옥에 갇히고 병으로 쇠약해져 그곳을 벗어난다. 하지만 그 어두운 감방에서도 그는 쾌활함을 잃지 않는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포로가 된 동료들을 위로한다. 이는 세상이 아닌 다른 곳에서부터 온 기쁨의 발견이다. “우리가 정말로 살고 있는 곳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곳이 아니라, 무얼 희망하는지도 모르면서 우리가 희망하는 그곳이며, 무엇이 노래하게 만드는지도 모르면서 우리가 노래하는 그곳”이기에. 고향으로 돌아온 프란체스코는 삶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 삶을 버리고 다른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또다시 전쟁일 일어나고, 길을 떠난 그는 스폴레토라는 도시에서 잠 속에 찾아든 하느님을 만난다. 천둥 같은 목소리로 호령하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 아닌, 잠든 이의 귓속에 대고 속삭이는 ‘지극히 낮으신’ 분을. 페루자의 감옥, 아시시에서 앓은 병, 스폴레토에서 꾼 꿈. - 이 세 가지 은밀한 상처로 인해 야망의 나쁜 피는 사라져 버린다. 친구, 여자, 노름에서 얻는 즐거움은 시들해지고, 이 땅에서 젊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소망하게 된다.

■ 진리는 분명 높은 곳에 있기보다 낮은 곳에 있음을, 충족 속에 있기보다 결핍 속에 있음을.

“우리는 이제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진리는 섹스에 있고, 경제에 있고, 문화에 있다. 우리는 이 진리의 궁극적인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안다. 다름 아닌 죽음이다. 우리는 섹스를 믿고, 경제를 믿고, 문화를 믿고, 죽음을 믿는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결정적인 한마디는 결국 죽음이라 믿는다. 죽음이 이를 갈며 먹이를 단단히 물고 있다고.”

보뱅은 13세기 성인의 삶을 통해 21세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리란 무엇인가, 믿음과 사랑은 무엇인가. 그렇지만 보뱅은 그 답이 결코 책 안에 있지 않음을 알고 있다. 답변은 책 안에 있기보다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답변은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몸과 정신과 영혼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보뱅은 성 프란체스코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나열하거나 교훈을 전달하려고 하는 대신 성인의 삶에 끼어드는 사건과 장면들을 포착해 윤곽을 그리며 가볍고 정확한 터치의 언어로 그 안에 담긴 은총을 전달한다. 짧은 숨결의 문장이 동심원을 그리며 물결처럼 다가와 우리 안에 스며든다.
그 아름다운 문장들이 우리가 배워온 모든 것들의 위계를 불현듯 뒤집어 놓는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은 지극히 낮으신 하느님으로 우리 곁에 머문다, 진리는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에 있음을. 충족 속에 있기보다 결핍 속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영혼의 성장은 몸의 성장과는 반대로 이루어짐으로 어른이 꽃이라면 어린이가 열매임을 우리는 깨닫는다. 그리하여 만나게 되는 것은 기쁨. 어린아이의 순전한 기쁨, 기쁨에 넘치는 사랑이다.

■ '낮음'을 통해 도달하는 '높음'의 역설

제목인 ‘Le Tres-Bas(지극히 낮으신)’은 하나님을 지칭하는 ‘Le Tres-Haut(지극히 높으신)’을 비튼 표현이다. 보뱅은 프란체스코가 스스로를 낮추고, 가난해지고, 맨발로 땅을 딛는 행위를 통해 역설적으로 신성(神性)의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화려한 성당의 금빛 장식이 아니라, 길가의 돌멩이, 지저귀는 새들, 그리고 죽음조차 '자매'라 부를 수 있는 비움의 철학이 이 얇은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얇은 책은 빠르게 읽히지 않는다. 시간을 요구하고, 머무름을 요구한다. 그 느린 독서의 끝에서 독자는 비움과 기쁨,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감각으로 생각하게 된다. 소비와 소음,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에게 『지극히 낮으신』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목소리다.

일상의 삶에서 진정한 말들이 오가기란 아주 어렵다. 그런 말들은 몹시 드물다. 어쩌면 사랑에 빠지고 나서야 마침내 우리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떤 책의 페이지를 여는 순간 비로소 듣기 시작하는 건지도.

순수한 아름다움이 모두 사랑에서 비롯된다면,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랑은 어떤 질료로 이루어지며, 사랑의 초자연성은 어떤 본성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아름다움은 사랑에서 온다. 사랑은 관심에서 온다. 단순한 것에 대한 단순한 관심, 소박한 것에 대한 소박한 관심, 생명 일체에 대한 열렬한 관심.

예를 들어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여자를 기다린다고 하자. 그녀는 올 것이다. 그렇게 말했으니까. 약속했으니까. 이 길을 따라 올 것이다. 우리는 지평선에 눈을 고정하고 그 풍경을 바라본다. (그녀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이미 여기 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풍경 속에는 다양한 규모의 대상들(숲, 집, 도로)이 있다. 마침내 그녀가 나타나는 순간 그것들이 풍경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길 끝에 보이는 가느다란 실루엣이 대번 숲과 집들과 도로보다 더 커다랗게 보인다. 측량 기사의 눈에는 먼 곳의 한 작은 점에 불과한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온 우주보다 더 큰 무엇이 된다. 우리는 바라는 것을 보기 마련이다. 우리의 희망에 상응하여 보기 마련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크리스티앙 보뱅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다. 동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의 문단, 언론, 독자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며 사랑받는 작가다. 1951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르 크뢰조에서 태어나 2022년 11월 24일, 71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평생 그곳에서 글쓰기를 하며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해온 고독한 작가다.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마친 후 1977년 첫 작품인 『주홍글씨(Lettre pourpre)』를 출간했고 아시시의 성인 프란체스코의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지극히 낮으신(Le Tres—Bas)』이라는 작품으로 세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상, 되마고상 및 가톨릭문학대상, 조제프 델타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목차

답변이 불가능한 질문 하나 - 9p
사실 성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 21p
달콤한 무無 - 33p
일각수, 불도마뱀, 귀뚜라미 - 45p
그림자로 가득한 몇 마디 말 - 55p
보세요, 전 떠납니다 - 67p
사천 살, 그리고 먼지 - 81p
]내 형제 당나귀 - 93p
여자들의 진영, 하느님의 웃음 - 105p
노쇠한 하느님 - 115p
당신들은 저를 사랑한다 말하면서 제 마음을 슬프게 합니다 -125p
추한 이미지, 거룩한 이미지 - 139p
성 프란체스코, 가난한 자의 얼굴 (역자 후기) - 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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