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손장원 작가의 참신한 일러스트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나다"환상조선록"은 손장원 작가가 수년간 웹에 공개해 온 일러스트들(약칭 <사이버 조선> 시리즈)을 모티브로 하여, 최가야 작가가 글로 완성시킨 단편 연작집이다.
각 단편은 서로 다른 시대의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시대별로 묶고 하나의 흐름으로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완성하였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기운이 엿보이는 조선 초기의 모습들부터 천지가 요동치는 왜란/호란기를 거쳐, 격변의 시대에서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조선 말기, 나아가 우주 진출의 시대까지, 이 책은 우리가 보지 못한 '환상조선'의 다채롭고 매력적인 모습들로 가득하다. 그리하여 이야기를 읽는 동안, 여러 삽화들이 마치 처음부터 각 단편들을 위해 그려진 것과도 같은 시간 역전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진중한 역사 판타지편의상 'SF'와 '대체 역사'라는 장르로 구분되지만, "환상조선록"은 소위 '국뽕'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SF적인 소재들이 넘치는 가상의 역사 속에서, 이 작품은 시간을 거스른 '오파츠'들의 활약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과 선택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SF라기보다는 사극에 가까운 이 작품은, 실제 역사 속에서 선조들이 고뇌하였던 당시의 상황과 현실을 평행세계라는 살짝 비틀어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이야기한다.
그렇게 열일곱 개의 이야기들을 시대순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수백 년 조선의 연표가 머릿속에 정리되는 것을 느끼게 될것이다.
일견 어이없어 보이는 설정과 상황들 속에서, "환상조선록"은 올바른 왕의 모습이란 어떠해야 하며, 백성이란 또 어떠해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SF와 사극의 경계를 제대로 허물어뜨리다'SF 사극'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검색해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표현이 바로 "SF에서 사극까지" 이다.
그만큼 두 장르는 서로 극과 극의 포지션에 위치해 있는데,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극은 과거를, SF는 미래를 대표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각의 장르는 이야기 하고자 하는 포인트도, 재미도, 화법도 분명히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두 장르를 서로 믹스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종종 있어 왔다. 극과 극에 있는 두 재료를 섞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내포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는 영화 "외계+인"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던 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쫓는 일은 언제나 둘 다를 잃을 위험성 또한 존재함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사극과 SF의 혼합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
미래와 과거가 섞이려면 반드시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이 작중에 녹아들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만약에 'SF 사극'이라는 장르가 생긴다면 그것은 '시간여행' 장르의 하위에 배속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위에서 예로 든 "외계+인" 또한 그렇다고 하겠다. 즉, 기본 장르는 SF이고 그 배경이 (시간여행을 통한) 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SF 사극' 보다는 '사극 SF'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환상조선록"을 보고 있으면 이 작품은 '사극 SF'가 아닌 진짜 'SF 사극'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작품에서도 분명히 시간을 여행하는 자가 등장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변화들이 생겨나지만, 작품의 톤은 마치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담담히 기록하는 사서인 양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시점에서 미래의 일을 다룬 에피소드에서조차 그렇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작품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평행세계 저 너머의 조선의 700여년의 이야기를 다룬 또다른 "조선왕조실록"인 셈이다.
그것이 이 작품의 제목이 "조선환상록"이 아닌 "환상조선록"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