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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의 일본  이미지

갈림길의 일본
다카이치의 일본, 어디로 가는가
생각의힘 | 부모님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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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026년 2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습적인 해산 총선거는 자민당의 316석 압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는 정책에 대한 냉철한 검증이 사라진 자리에 ‘사나카츠’라는 강력한 팬덤 활동과 가공된 SNS 이미지가 채워진 결과다. 1955년 체제가 지배하는 일본 정치는 이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1인 독주와 우경화의 늪으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특히 아베 장기 집권 시기 가속화된 정치-관료-재계 유착(철의 삼각형)은 국가 시스템의 자정 작용을 마비시키고 정치적 사유화를 가속화하는 병리현상을 낳았다.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의 늪에서 켜켜이 쌓인 일본 사회의 무력감은, 결국 과거의 영광과 ‘강한 일본’이라는 신기루를 쫓는 우경화의 폭주를 필연적으로 불러왔다.

번영의 정점에서 위기의 벼랑 끝으로 향하는 일본. 그들은 왜 혁신 대신 과거사 부정과 재무장이라는 퇴행을 선택했는가? 자민당과 다카이치 사나에가 그리는 일본의 미래, 그리고 사회 전반을 짓누르는 폐쇄적 구조와 사고방식의 한계는 무엇인가? 30년 장기 침체 속에서도 변화를 거부한 채 우경화의 길을 걷는 일본의 선택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 책 《갈림길의 일본》은 일본이 직면한 위기의 실체를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교육 전반에 걸쳐 냉철하면서도 심도 있게 파헤친다. 30년 넘게 일본 현지에서 ‘경계인’의 시각을 유지해 온 정치학자 이헌모 교수(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는 일본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행정의 폐쇄성을 누구보다 깊숙이 경험한 인물이다. 일본 사회를 내부에서 오랫동안 관찰한 경험과 날카로운 정치학자의 시각이 결합된 이 책은, 일본의 권력 구조와 사회 문화를 정교하게 분석함으로써 일본의 정치 변화가 동아시아 질서에 미칠 중대한 함의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출판사 리뷰

다카이치의 해산 총선거 도박이 만든 316석
1955년 체제의 망령과 우경화의 늪, 일본 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26년 1월 23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습적인 중의원 해산 선언은 일본 정국을 뒤흔들었다. 다카이치의 정치생명을 건 일생일대의 도박이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일본 총리로 적합한지 심판받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이용해 정치적 악재를 정면 돌파하려는 승부수였다. 이 도박수는 적중했다. 2026년 2월 8일 총선 결과, 자민당은 전체 465석 중 316석이라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단독 의석을 확보하며 ‘지스베리(산사태)’라 불리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1955년 창당 이래 최대 의석 점유율(약 68%)로, 헌법 개정안 단독 발의가 가능한 310석마저 넘어서며 다카이치 1인 독주 체제의 서막을 알렸다.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의 늪에서 켜켜이 쌓인 일본 사회의 무력감이, ‘강한 일본’이라는 신기루를 쫓는 우경화의 폭주를 필연적으로 불러온 순간이었다.
자민당 압승의 배경에는 일본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다카이치의 강력한 팬덤, 이른바 ‘사나카츠(サナ活)’ 현상이 있었다.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에 신음하던 일본 사회의 폐색(閉塞)감을 뚫고 등장한 여성 최초·비세습 총리라는 서사는 대중을 열광시켰다. 다카이치는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 대신 SNS와 유튜브 쇼츠를 활용해 가공한 긍정적 이미지를 끊임없이 배포했다. 젊은 층은 다카이치의 패션과 소품을 소비하며 정서적 일체감 느끼기에 이른다. 정책에 대한 냉철한 검증이 없는 이미지 선거였다. 316석이라는 숫자는 숙의 민주주의의 결과가 아니라, 이미지 정치가 만들어낸 거대한 팬덤의 산물이자 우경화가 폭주할 위기라는 경고음이다. 저자는 “정치가 책임이 따르는 선택이 아니라, 여론과 분위기에 의해 아이콘을 소비하는 행위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우려한다.
1955년 자유민주당(자민당) 창당 이후 일본 정치는 사실상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른바 ‘55년 체제’는 전후 복구와 고도성장을 이끌었으나, 동시에 정경유착과 파벌 정치라는 문제적 구조를 고착화했다. 이 책의 1부와 2부는 일본의 전성기와 잃어버린 30년을 서술하며 자민당의 탄생과 발전, 최근 다카이치 해산 총선거까지의 일본 정치사를 관통한다. 저자는 일본이 왜 변화를 거부하는 정체된 국가가 되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은 정치와 행정의 문제이다. 특히 장기 집권한 아베 신조 정권 당시 가속화된 일본의 우경화는 단순한 정치적 우향우를 넘어,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마저 무너뜨리고 만다. 이는 정치-관료-재계로 이루어진 철의 삼각형을 만들어 온갖 비리를 양산하고 시민들을 절망에 빠뜨린다.
다카이치 자민당의 압도적 의석 점유와 극우 참정당의 득세는 이러한 우경화의 결정판이다. 이들은 민족주의적 감성을 자극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고, 여기에서 정치적 동력을 얻는다. 저자는 다카이치 해산 총선거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하며, 일본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해석한다. 극우적 목소리가 제도권 정치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온건 보수는 설 자리를 잃었고, 대안 없는 야당의 지리멸렬함은 자민당의 장기 집권을 더욱 공고히 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 책은 자민당 내부의 역학 관계와 선거 전략을 상세히 분석함으로써, 일본 정치가 어떻게 대중의 무관심을 먹고 자라며 기득권을 유지해 왔는지 폭로한다. 독자들은 단순히 일본의 정치 상황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일본의 변화가 어떻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정세, 나아가 한미일 관계에 위협이 될지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동력을 잃고 갈림길에 서다
일본은 왜 정체하는가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법은 성문법이 아니라 공기(쿠우키)다. 눈치, 분위기로 번역되기도 하는 이 보이지 않는 힘은 일본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동시에, 개개인의 창의성과 비판 의식을 거세하는 강력한 족쇄로 작용한다. 저자는 일본 조직사회의 문제점으로 종적 수직사회(다테)와 쿠우키, 요코나라비(옆 사람 따라 하기), 동조압력, 그리고 예정조화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이 개념들은 서로 얽히고설키며 일본이라는 국가를 거대한 침묵의 요새로 만든다.
특히 남과 다르면 배척당하는 요코나라비 문화는 일본인에게 튀지 말 것을 강요한다. 저자는 어떤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공평과 평등의 도그마에 빠져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는 일본 사회를 저격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정부 정책에 알아서 충성하며 다른 학교가 어떻게 하나 눈치만 보고 있는 대학 행정이 그 예다. 피해자는 학교도 교직원도 아닌 학생들이다. 그럼에도 튄 사람에게는 사회적 설명이 요구되며 실패에 대해서는 자비가 없다. 모든 일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예정조화의 사고방식 또한 회의를 위한 사전 회의에 늪을 만들어 일본 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
경제적으로는 이른바 중간 업자(광고 대리점)들이 지배하는 구조와 이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눈먼 세금의 실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아베노믹스의 화려한 수사 뒤에는 대기업과 특정 이익 집단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적 모순이 숨어 있었다. 국책 사업마다 등장하는 불투명한 하청 구조와 전직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는 일본 경제의 역동성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저자는 30년 넘게 일본에서 생활하며 목격한 이러한 부조리들이 어떻게 일본 국민들을 가난에 빠뜨리는지 고발한다.

내부자 이헌모 교수가 바라본
일본이라는 세계


일본 지바현 중앙학원대학 법학부에서 20년 이상 일본인 학생들을 가르쳐온 정치학자 이헌모 교수. 그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살아가지만, 동시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경계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내부자로서 일본인의 심리를 꿰뚫어 보면서도, 외부자의 시선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며 일본의 참모습을 드러낸다. 30년 이상의 체류 경험과 20년 넘는 학문적 연구가 결합하여 탄생한 이 책은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일본의 정치와 행정을 다룬 후 경제, 산업, 사회를 조망한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일본의 특징도 풍부하게 다루어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를 폭넓게 이해하게 해준다.
일본 어린이들의 가방인 란도세루를 소재로 교육을 설명하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에 대한 일본 언론의 부정적인 반응을 통해 미디어의 특징을 서술한다. 통해 책 곳곳에 배치된 ‘커피 브레이크’ 코너는 재미있는 일본 이야기를 다루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국호를 발음하는 차이부터(니혼/닛뽕) 복잡한 지명 유래와 지역 및 행정구역 구분 방식, 일본인들이 싫어하는 정치인, 행운으로 여기는 세 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이 마련돼 있다. 일본어의 미묘한 어감에서 엿볼 수 있는 일본인의 성품(겉마음/속마음), 일본어 한자에 담긴 역사적 유래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흥미로운 지적 탐험이다. 이러한 지식들이 하나로 모인 《갈림길의 일본》은 일본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가장 정교하고 풍부한 일본 총집합 가이드가 될 것이다.




내가 유학을 시작한 1990년대와 지금은 너무도 많은 것이 변했다. 당시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선진국이었으며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새로 떠오르는 네 마리의 용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경제력이나 산업기반은 물론이고 국제적 위상 또한 일본에 견줄 아시아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은 이런 후발 국가들의 롤 모델 같은 존재였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과거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이며 물가도 비싸 손쉽게 여행하기도 어려운 나라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물가도 싸고 화폐가치도 하락하여 여행하기 부담 없는 값싼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헤이세이 30년에 걸친 장기 불황으로 사회는 활력을 잃어가고,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거대한 일본호는 망망대해를 조타수 없이 밤하늘의 별자리에 의존하여 항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_ 들어가면서

자민당은 1955년 당시 좌파 세력의 대통합에 위기를 느낀 일본 우파 세력이 자유당과 민주당으로 양분되어 있던 보수 진영을 통합하여 탄생한 정당으로 정식 명칭은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ic Party, LDP)이다. 이렇게 1955년을 기점으로 일본 정치는 자민당과 사회당을 축으로 좌우 또는 보수와 혁신이라는 대립 축을 구축하게 된다.
이처럼 1955년에 성립된 좌우 세력을 대표하는 일본 사회당과 자유민주당의 양당을 주축으로 한 정치 체제를 가리켜 ‘55년 체제’라 부른다. 55년 체제에서는 자민당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권 여당의 위치를 고수하게 된다. 이런 55년 체제는 1993년의 총선에서 비자민 연합세력에 의한 호소카와(細川護熙) 연립내각이 탄생할 때까지 38년간 이어지게 된다. 이때 사회당도 크게 의석을 잃게 되면서 자민당 VS 사회당으로 대표되던 55체제가 붕괴된다.
_55년 체제와 관료 국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헌모
일본 현지에서 일본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해 온 정치학자. 한국인으로서 일본 대학에서 일본 정치와 행정을 가르친다. 성인이 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지바현 중앙학원대학 법학부에서 강의하고 연구했으며, 2010년부터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8년째 학부장을 맡으며 일본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행정의 폐쇄성을 누구보다 깊숙이 경험했다. 경계인으로서의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정치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는 지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30년의 일본 생활과 20년의 연구를 바탕으로 쓴 이 책에서 저자는 다카이치 사나에로 대표되는 자민당 우익 세력의 실체를 폭로하고, 일본 시민사회의 변화를 촉구한다. 전작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2018년)를 통해 일본 정치와 아베 정권을 다루었던 저자는, 이제 정치를 넘어 일본 사회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재일 한국인으로 분투하며 길러낸 날카로운 시선은 보수 우경화의 파고를 넘는 일본의 오늘을 분석하고 대안도 내놓는다. 이 책은 30여 년 도쿄 생활이 응축된 통찰이자 일본이라는 거울을 통해 한국 사회의 내일을 비추어보는 정직한 기록이다.

  목차

들어가면서

제1부 헤이세이平成의 ‘잃어버린 30년’
제2부 정치· 행정 이야기
제3부 경제· 산업· 사회 이야기
제4부 교육, 문화· 예술, 역사 이야기

글을 마무리하며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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