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이들에게, 이 책은 '망설이다 망하지 말고 일단 가보라'며 등을 떠밀어주는 다정한 친구 같습니다.
사제로 살고있는 저자는 자신의 부끄러운 실수와 아픔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오히려 그 상처를 통해 타인을 안아주는 법을 보여줍니다. 29개의 짧은 이야기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들이 숨어 있습니다.
마음이 눅눅해진 날, 이 책을 펼쳐 보십시오. 뽀송뽀송하게 마른 영혼의 위로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라는 따뜻한 위로가 한 스푼 필요한 모든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마음에 제습기 하나씩 놓으셨나요?
마음에 제습기 하나씩 있으신가요?
나는 신부다. 신부들은 발령을 받으면 발령지에 머물러야 한다. 성당에 머물게 되는 신부, 성당이 아닌 곳에 머물게 되는 신부, 공부하는 신부 등 머무는 자리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이탈리아 로마 유학 시절, 내가 지내던 기숙사는 단칸방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따로 떨어진 구조였다. 그렇게 6년을 지내고 한국에 돌아와 교구청으로 인사 발령을 받게 되었다. 이곳에 마련된 나의 공간은 유학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대궐이 따로 없었다. 방 하나에 거실과 화장실까지 딸려 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했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첫해 여름을 보내며 알게 되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 내 방은 에어컨을 돌려도 습했다. 습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제습제를 곳곳에 두거나 보일러를 때때로 가동하고, 제습기를 사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제습제 한두 개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고, 보일러를 돌리면 덥고 습한 기운이 한꺼번에 몰려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제습기를 사려 했으나, 여름이 다 끝날 무렵이라 이제 와서 사자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그냥 버티기로 했다. 어떤 상황이든 버티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첫해 여름을 나고 찬 바람이 슬슬 불자 카디건을 찾으려고 장롱을 살펴보다가, 이른바 ‘현실 자각 타임’이 왔다. 지난여름, 돈이 아까워 제습기를 사지 않고 버티며 간간이 보일러만 돌렸더니, 장롱 안에 습기가 차서 옷에 검은 곰팡이가 피고 좀이 슬어 있었다. 한 벌 한 벌 꺼내어 확인해 보았지만, 이미 상해버린 옷들은 손쓸 방도가 없었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다음에 이런 일이 없기에, 곧장 가전 매장으로 달려가 제습기를 샀다. 그것도 용량이 크고 제일 좋은 것으로 말이다.
우리가 사는 곳곳에는 습기가 있다. 습기가 적당히 유지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습기가 많은지 적은지는 직접 지내보면 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서, 혹은 건강이나 돈 문제에 치여서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검은 곰팡이나 좀벌레에 의해 눈에 보이는 피해를 입고 나서야 비로소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마음에도 어느 정도의 습기가 존재한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필요한 조치를 미루지 않고 실천한다. 즉, 마음속에 제습기를 들여놓고 작동시킴으로써 마음을 늘 보송보송하게 유지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유쾌함이 가득하다. 남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미래 계획을 이야기하며,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습기까지 날려버리는 에너지를 발휘한다.
반면에 여러 가지 삶의 핑계를 대며 마음에 제습기를 놓을 생각도 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곰팡이가 피어, 자신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검은 곰팡이로 물들게 한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자신의 곁에 오지 않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타인에게서 찾으려 한다.
나도 마음속에 제습기 하나를 넣어두었다. 하는 일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이웃과의 다툼으로 힘들 때, 그리고 몸이 아파 우울한 마음이 들 때 나는 그 제습기를 돌린다. 그것은 바로 ‘하루 10분 삶 돌아보기’와 ‘글쓰기’다. 돌아본 삶을 하나하나 메모장에 적어보며, 나의 부족한 점보다는 장점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써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볼 수 있도록 머리맡에 두고 잔다.
그러면 자는 동안 내 마음속 제습기가 작동하여 축축해진 영혼을 말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보송보송하게 만들어 준다.
여러분의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마음속 제습기를 잘 돌려 보송보송하게 유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제습기 없이 곰팡이가 피어 있는 상태로 머물러 있는가? 자신의 마음 상태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마음속 제습기를 찾아 늘 마음을 보송보송하게 가꾸어 나가기를 바라본다.
-본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