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일본 사회의 빛과 어둠을 선명하게 드러낸,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일본 유력 문예지에서 실시한 독자 설문조사에서 \'역대 나오키 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하였다. 이 책은 버블경제와 함께 착공되고 그 붕괴와 함께 입주가 시작된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에서 일어난 ‘4인 가족 살해사건’을 배경으로 일본 사회의 위태로운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하나의 살인사건 이면에는 그 나름의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사건이 일어난 웨스트타워는 경제대국 일본을 상징하듯 세련된 고층 건물이지만, 얇은 막 하나를 걷어내면 그 아래에 숨어 있는 \'현실의 저속한 인간\'들이 드러난다. 소설 속 인물은 \'나는 일반인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공포에 가까운 욕망과 비정상적인 상승 욕구로 인해 거액의 대출을 받아 웨스트타워 2025호를 구입한다.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자 \'버티기꾼\'을 고용, 가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서 2025호에 살게 하는데...
\'사람이 건물의 품격에 장단을 맞추려고 이상하게 되어버리는\' 세태를 날카롭게 파헤친 소설. 하나의 사건에 얽힌 여러 개인들의 내면을 그려 \'사회파 추리소설 대모\'로 불리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미야베 미유키_일본 대중문화의 원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세계는 한 사람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스펙트럼이 넓고 깊다. 일본 국내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버금가는 대중성과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시대소설에서부터 판타지, 추리소설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추리소설 분야에서는 그녀를 일본에 사회파 추리소설을 유행시킨 대가 ‘마쓰모토 세이초松本?張의 손녀’라고 칭하고 있다. 실제로 미야베 미유키는 마쓰모토 세이초를 존경해서, 그의 단편집 시리즈를 편집해서 출간한 바도 있다. 그녀의 추리소설 대표작으로는 『화차』, 『이유』, 『모방범』 등이 있다.
또한 그녀가 일본 문화계에서 차지하는 대중성은 압도적이서 10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를 다수 기록하였고, 『이유』, 『모방범』등을 비롯하여 그녀의 거의 모든 작품이 영화, TV드라마, 만화로 제작되는 등 각 문화 영역을 넘나들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수천 매에 이르는 압도적인 분량의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으며,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하루 두어 시간씩 비디오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게임 줄거리를 소설화한 작품들(『이코―안개의 성』등)도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라는 이름의 바벨탑
이 작품은 버블경제와 함께 착공되고 그 붕괴와 함께 입주가 시작된 도쿄 도 아라카와 구 사카에쵸의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의 웨스트타워 2025호에서 일어난 ‘일가족 4인 살해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을 통해서 일본 사회에 내재하는 여러 가지 ‘위태로운’ 현실을 들추어낸다.
이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부지의 대부분은 이전에는 ‘니타이’라고 하는 합성염료 회사의 것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라고 이름 붙여진 새로운 ‘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이 ‘마을’은 지상 25층 건물의 동서 양 타워와 15층 건물의 중앙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785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이곳은 “사카에쵸 일대의 영세한 공장과 상점과 낡은 단독주택이 혼재하는 거주공간하고는 차원을 달리하는 별천지”인 것이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그런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의 웨스트타워를 작중의 스나카와 사토코라는 인물을 통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나는요, 그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아파트 창문을 밑에서 이렇게 올려다보면서 생각을 했어요. 저 안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갑부들이고 세련되고 교양도 있고 옛날 일본인의 감각으로는 상상도 못할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건 어쩌면 가짜인지도 몰라요. 물론 실제로 그런 영화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은 그것대로 점점 진짜가 되어가겠지요.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가 거기에 다다르기까지는, 얇은 껍데기 바로 밑에는 예전의 생활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은 위태로운 연극이 아직은 한참 동안 계속되지 않을까요? 다들 핵가족, 핵가족 하는데, 내 주위의 좁은 세계를 보면 진짜 핵가족은 한 집도 없어요. 나이든 부모를 모시고 살거나 부모를 보살피러 자주 드나들고, 자식이 결혼해서 손자가 생기면 이번에는 저희 부모처럼 자기도 조만간 식객 취급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런 구차한 이야기라면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해요.
그 웨스트타워를 올려다보고 있을 때, 뭐랄까, 갑자기 화가 꾹 치밀어 오르더군요. 자기 안에 살고 있는 비열한 사람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저렇게 떡하니 버티고 서 있잖아요. 저런 곳에 살면 사람이 못쓰게 돼요. 사람이 건물의 품격에 장단을 맞추려고 영 이상하게 돼버리는 거 같아요.”(본문 493쪽)
하나의 살인사건 이면에는 그 나름의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_살인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현실의 위태로운 양상
사건이 일어난 웨스트타워는 경제대국 일본을 상징하듯이 세련된 고층 건축물이지만, 얇은 막 하나를 걷어내면 그 아래에 숨어 있던, 속임수가 판치는 ‘위태로운 연극’, 서글픈 ‘과거의 굴레’, 그리고 ‘현실의 저속한 인간’들이 하나의 살인사건에 의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웨스트타워의 2025호를 애초에 어렵사리 구입한 것이 고이토 노부야스다. 그는 사이타마 현 고시가야 시 출신으로, 경제적 이유로 대학을 중퇴하고 기계 제조회사에 취직한 인물이다. 그런 그는, “나는 일반인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거의 공포에 가까운 욕망과 비정상일 정도의 강렬한 상승 욕구로 인해 무리하게 거액의 대출을 받아 2025호를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아내 시즈코의 허영심도 한몫하여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결국 2025호는 압류되어 경매에 붙여진다.
그러나 이 2025호를 놓치고 싶지 않은 고이토 노부야스는, 경매 집행방해를 하여 집을 되찾을 목적으로 부동산사무소 사장과 공모하여 버티기꾼을 고용하고 가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서 2025호에 살게 한다. 그런 버티기꾼으로 고용되는 것이 ‘스나가와 일가’이지만, 일가족 4명이 모조리 살해되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는 와중에 이 ‘일가’의 뜻밖의 사실이 차츰 밝혀져 나간다. 살해된 그들도 진짜 가족이 아니었던 것이다. 집에서 가출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았던 것인데, 이 ‘일가’도 또한 ‘위태로운’ 일본의 가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고이토 가의 외아들 다카히로는 ‘스나카와 일가’와 함께 2025호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의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고이토 가의 삭막한 가정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부모랑 사는 게 훨씬 더 힘들었어요.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영문도 모른 채 부모한테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타인하고 살았다면 꼭 필요한 최소한의 규칙만 지키면 되니까 오히려 간편하잖아요.”(본문 414쪽)
작가 소개
저자 : 미야베 미유키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 \'미미여사\' 라는 닉네임이 있다. 1960년 도쿄의 서민가 고토 구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속기 전문학교와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으며, 2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공부했다. 27살이 되던 1987년, 3번의 투고 끝에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올요미모노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 후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비롯하여 사회비판 소설, 시대소설, 청소년소설, SF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품들은 출간되는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녀는 일본 최고의 인기 작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 월간지 「다빈치」가 매년 조사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순위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등을 물리치고 7년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글은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을 겸비하고 있고,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상처 받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자 : 이규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고, 과학, 인문, 역사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했다. 현재는 경기도 축령산 자락의 수동마을에 자리를 잡고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최후의 끽연자』,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2』, 『도시전설 세피아』, 『새빨간 사랑』, 『야시』, 『이유』, 『개인적 체험』, 『왕들의 계곡』, 『인터넷 자본주의의 혁명』, 『뇌를 단련하다』, 『사색기행』, 『수은충』,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천황과 도쿄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