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 17권. 19세기에 한글로 지어진, ‘홍계월’이라는 ‘여성’이 등장하는 여성 영웅 소설이다. 여성에게 진정한 자아실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획기적인 상상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책의 ‘이야기 속 이야기’에는 영웅의 비정상적인 출생 과정과 그것이 가지는 의미, 남장과 여장을 통해 옷을 바꿔 입고 운명을 바꾸려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전쟁터를 누빈 여성들의 이야기와 여성이 갖춰 입어야 했던 특별한 복장을 함께 소개한다.
출판사 리뷰
남장 여자 홍계월, 대원수 평국이 되어
오랑캐를 물리치고 나라를 구하다
홍계월의 부모는 어렵게 얻은 딸이 어린 나이에 부모와 생이별하리라는 도사의 말에 운명을 속이기 위해 남자 옷을 입혀 아들로 기릅니다. 이런 노력에도 결국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계월은 양부모를 만나 학문과 도술을 배운 뒤 전쟁터에 나아가 큰 공을 세우고, 헤어졌던 친부모와도 다시 만나 영화를 누립니다.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과 비범함으로 전쟁터를 주름잡은 홍계월은 여성의 자의식이 점차 고조되던 사회 분위기에서 조선 후기 여성들의 마음에 피어오른 자아실현의 욕망을 고스란히 실현시켜 준 진정한 여성 영웅입니다.
1. 홍계월, 전쟁터로 나아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다?
《홍계월전》은 19세기에 한글로 지어진 고전 소설입니다. 《홍길동전》 이후에 다양한 한글 소설이 쏟아져 나왔는데,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이 영웅 소설이었습니다. 영웅 소설에서는 몰락한 가문의 주인공이 등장해 역경을 딛고 성공합니다. 그런데 《홍계월전》은 주인공으로 ‘홍계월’이라는 ‘여성’이 등장하는 여성 영웅 소설입니다. 영웅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벼슬이 높아지고 아름다운 부인을 여럿 둡니다. 부모님께는 좋은 집과 명예를 선물하고, 자식을 낳으면 효자요 충신이고 잘생겨서 모두 아버지처럼 됩니다. 그러나 홍계월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할수록 진정한 남자가 되지 못한 아픔이 깊어질 뿐이었습니다. 홍계월에게 전쟁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어쩌면 그녀에게 진짜 전쟁터는 오랑캐와 칼을 맞부딪치는 들판이 아니라, 자신이 여성임을 한탄해야 하는 방 안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 여성 영웅에게서 느끼는 기쁨과 모순
조선 사회의 여성에게는 오로지 가정에서의 삶밖에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시집가기 전에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르는 것이 여성의 올바른 도리’라는 ‘삼종지도(三從之道)’에 따라 남성에게 종속되는 인생이 조선 여성의 삶이었지요. 조선 후기에 벌어진 다양한 사회 변화 속에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자의식은 점차 커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 사회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였고, 그것은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여성들의 새로운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 준 것이 바로 여성 영웅 소설입니다.
홍계월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했고, 있을 수 없었던 삶을 살았습니다. 그것은 억눌려 살아야 했던 현실의 여성들을 위로하고 만족감을 줬습니다. 또한 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었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을 꾸게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홍계월전》의 인기 비결이었습니다.
한편으로 《홍계월전》은 가부장제 사회를 인정하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홍계월이 대원수로서 성공했던 것은 오직 남성으로 존재했을 때였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남성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본래 모습을 부정한 채 거둔 계월의 성공도 진정으로 자아를 실현한 결과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홍계월전》이 조선 후기에 지어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대적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진정한 자아실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홍계월전》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획기적인 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홍계월전》은 우리에게 소중한 작품입니다.
이 책의 ‘이야기 속 이야기’에는 영웅의 비정상적인 출생 과정과 그것이 가지는 의미, 남장과 여장을 통해 옷을 바꿔 입고 운명을 바꾸려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또한 전쟁터를 누빈 여성들의 이야기와 여성이 갖춰 입어야 했던 특별한 복장을 함께 소개합니다.
3.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
고전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문화의 원형이자 오늘날 새로이 생겨나는 이야기의 뿌리입니다. 서양의 고전 못지않게 값진 가치를 지닌 우리 고전이 어렵고 읽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청소년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여 지난 2002년부터 기획 출간되어 온 것이 바로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입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국어 교사들과 정통한 고전 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 고전을 누구나 두루 즐기며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쓰고 맛깔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재창조했으며, 그 결과 우리 고전의 새로운 방향이자 본보기가 되어 우리 고전에 대한 선입견과 고전 읽기 문화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이정원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왔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논문 〈기술 판소리 문학의 수용미학적 연구〉로 석사 학위를, 〈조선조 애정 전기소설의 소설시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안성 방각본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산업연구소에서 캐릭터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신작 구소설을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주요 논문으로 〈장화홍련전의 환상성〉, 〈애정 전기소설사 초기의 서사적 성격〉, 〈신작 구소설의 근대성〉 등이 있고, 대표 저서로 《전을 범하다》가 있습니다.
목차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를 펴내며
《홍계월전》을 읽기 전에
사내 옷을 입은 계집아이
깨어진 가족
오랑캐와의 전쟁
아, 그리운 아버지
탄로 난 비밀
다시 입은 갑옷
마지막 전쟁
이야기 속 이야기
영웅의 탄생 _ 영웅은 왜 출생이 비정상적일까?
남장과 여장의 역사 _ 옷을 바꿔 입은 사람들
여성과 전쟁 _ 전쟁터를 누빈 여성들
여성의 복식 _ 여성이 입어야 했던 특별한 것들
깊이 읽기 _ 여성 영웅에게서 느끼는 기쁨과 모순
함께 읽기 _ 내가 만약 홍계월이라면?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