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세기 한국소설문학을 총결산하는 전집. 근대소설의 요람기인 1920년대부터 해방, 한국전쟁, 분단을 거쳐 4.19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1960년대까지를 1차분으로 묶어 22권에 담았다. 총 94명의 작가, 189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의 대표작과 작가의 변모를 보여주는 문제작, 사회상을 잘 반영하는 작품들을 골고루 실었다. 1910~20년대와 해방 전후의 소설, 월북작가들의 소설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각 권의 말미에 낱말풀이를 실었으며, 현장 교사와 전문연구자들이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감상 포인트를 짚어준다.
5권에는 풍자와 아이러니를 통해 식민지 현실을 고발한 채만식과 김유정의 작품을 수록했다. 식민지 지식인의 자화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낸 '레디메이드 인생', '명일', '치숙', 해방 후의 뒤틀린 현실을 풍자한 '논 이야기', 속물적 인간형을 비판한 '도야지' 등 채만식 문학의 정수를 담았다. 비참한 농촌현실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과, 민중의 입장에서 그런 현실을 직시한 '산골 나그네', '만무방', '금 따는 콩밭' 등이 함께 실려 있다."사람이란 것은 누구를 물론허구 말이다.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게 없느니라.""아첨이요?""저, 위로는 제왕, 밑으로는 걸인, 그 모든 사람이 위선 시방 이 제도의 이 세상에서 말이다, 제가끔 제 분수대루 살어가는 데 있어서 말이다. 제 개성을 속여가면서꺼정 생활에데가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것이 없고, 그런 사람같이 가련한 사람은 없느니라. 사람이란 건 밥 두 그릇이 하필 밥 한 그릇보다 더 배가 부른 건 아니니까." - 채만식, '치숙' 중에서기껏 힘들여 지어놓았다 남 존 일 한 것을 안다면 눈이 뒤집힐 일이겠다.이래서야 어디 이웃을 믿어보겠는가.확적히 증거만 있어 이놈을 잡으면 대번에 요절을 내리라 결심하고 응칠이는 침을 탁 뱉어던지고 산을 내려온다.그런데 그놈의 행티로 가늠 보면 응칠이 저만치는 때가 못 벗은 도적이다.어느 미친놈이 논두렁에까지 가새를 들고 오는가. 격식도 모르는 풋둥이가. 그러려면 바로 조낟가리나 수수낟가리 말이지. 그 속에 들어앉아 가새로 속닥거려야 들킬 리도 없고 일도 편하고. 두 포대고 세 포대고 마음껏 딸 수도 있다. 그러다 틈 보고 집으로 나르면 고만이지만 누가 논의 벼를 다. 그렇게도 벼에 걸신이 들렸다면 바로 남의 집 머슴으로 들어가 한 달포 동안 주인 앞에 얼렁거리는 거이거니와 신용을 얻어놨다가 주는 옷이나 얻어입고 다들 잠들거든 볏섬이나 두둑이 짊어메고 덜렁거리면 그뿐이다. 이건 맥도 모르는 게 남도 못살게 굴려고. 에이 망할 자식도. 그는 분노에 살이 다 부들부들 떨리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런 좀도적이란 뽕이 나기 전에는 바짝 물고 덤비는 법이었다. 오늘밤에는 요놈을 지켰다 꼭 붙들어가지고 정강이를 분질러놓으리라. - 김유정, '만무방'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김유정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은 1935년 단편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의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올랐다. 등단하던 해에 「금 따는 콩밭」, 「떡」, 「산골」, 「만무방」, 「봄ㆍ봄」 등을 발표했다. 1936년 폐결핵과 치질이 악화되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그의 왕성한 작품 활동은 이어져 그해에 「봄과 따라지」, 「동백꽃」 등을, 다음 해에 「땡볕」, 「따라지」 등을 발표했다. 1937년 지병의 악화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불과 2년 남짓한 짧은 작가 생활 동안 30편 내외의 단편과 1편의 미완성 장편, 그리고 1편의 번역 소설을 남겼다. 실감나는 농촌 소설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의 소설에서는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반전, 매우 육담적(肉談的)인 속어의 구사 등 탁월한 언어감각을 엿볼 수 있다.
저자 : 채만식
채만식(蔡萬植, 1902~1950)은 1924년 《조선문단》에 단편 「세 길로」로 문학계에 등장하였다. 기자로 근무하며 창작 활동을 병행했던 그의 작품에는 당대의 현실과 이에 대한 비판의식이 주를 이룬다.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 농민의 빈곤, 도시 노동자의 몰락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1934)은 독특한 풍자 작가로서의 채만식을 엿보게 하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 세계는 동반자 문학에서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으로 변모하였다. 「여인 전기」라는 친일 성향의 작품을 썼던 그는 해방 이후 발표한 자전소설 「민족의 죄인」에서 자신의 친일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인물의 내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목차
간행사
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명일
치숙(痴叔)
논 이야기
도야지
김유정
산골 나그네
금 따는 콩밭
만무방
봄.봄
동백꽃
이메일 해설 - 김현윤, 백지연
낱말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