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지상의 양식』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앙드레 지드의 사상적 자서전이자, 도피와 해방의 교과서이다. 시, 일기, 여행 기록, 허구적인 대화 등 다양한 장르가 통합된 형식으로, 지드가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모든 도덕적 · 종교적 구속에서 해방되어 돌아온 후 이때의 해방감과 생명의 전율을 노래한 작품이다. 지드는 욕망에 충실하고, 순간에 온 존재를 기울이며, 모든 정신적 굴레를 벗어버리라고 말한다. 이 책은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지식은 무용할 뿐이며, 머리로 배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비워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라고 가르치는 역설의 교과서이다.
출판사 리뷰
“맨발에 닿는 세계의 생살, 혹은 소생의 희열”
앙드레 지드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것은 1893년의 아프리카 여행이었다. 그는 아프리카의 작열하는 태양과 야성적 풍토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고, 지금까지 그를 구속해 온 모든 도덕적 · 종교적 윤리에서 해방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소생의 비밀”을 안고 돌아왔고, 그 비밀의 서정적 표현이 바로 『지상의 양식』인 것이다. 그는 영혼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모든 감각을 통하여 자연과 생명을 맞아들이라고 말한다.
지드는 욕망과 본능만이 우리의 길잡이라고 말하며, 모든 가식과 껍데기를 벗고 처녀지에 벌거숭이로 설 것을 주장한다. 또한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부단한 유동성들을 뚫고 영원한 열정을 몰아가는 자만이 행복하다고 말하며, 행복은 오직 순간 속에 있다고 노래한다.
지드는 그의 놀라운 통찰력으로 바라본 세상, “맨발에 닿는 세계의 생살”을 서정적이고 수수하게 표현해 냈다. 하늘보다는 땅, 신보다는 인간, 영혼보다는 육체, 형이상학적인 관념이나 이성보다는 형이하학적인 현실의 여러 모습들과 인간의 욕망에 대해 말한다. 그는 또한 일생 동안 단 한 번밖에 없는 봄, 그 찬란한 청춘의 끊임없는 열정과 사랑을 노래하며, 과거와 미래에 살면서 정작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젊은이들에게, 순간들의 현존에 온 마음을, 온 존재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활짝 핀 꽃보다는 약속이 가득한 꽃망울을, 소유보다는 욕망을, 완성보다는 발전을 사랑”한 지드는 『지상의 양식』을 통해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지상의 양식, 영원히 새로운 우리의 양식
1897년에 지상의 양식이 발표된 후 세기가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이 책에 담긴 메시지는 그 영원한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출간 당시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너무나 새롭고 독창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지드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문학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인공적 기교와 고리타분한 냄새로 찌들어 있던 시기에 이 책을 썼다. 당시 나는 문학이 다시금 대지에 닿아 그저 순박하게 맨발로 흙을 밟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여겼다.
이 책이 얼마나 그 시대의 취미와 충돌하였는가는 당시 이 책이 인기를 얻는 데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떤 비평가도 이 책에 대하여 언급한 바가 없었다. 10년 동안 이 책은 겨우 500부가 팔렸을 뿐이다.”
다만 당시 열아홉 살이던 비평가 에드몽 잘루만이 책의 본질을 꿰뚫었다. 그는 이렇게 평했다.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책들 중 하나이다. (……) 우리가 가장 초조하게 기다려왔고 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다. (……) 금세기가 베르테르와 르네의 영향을 받았듯이 아마도 다음 세기의 문학은 이 책의 주인공인 메날크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의 평은 적절했지만 너무 일찍 나온 것이었다. “이 책이 감동시킬 대중을 발견하는 데 20년이 걸렸다.”라고 알베르 카뮈가 말했듯이, 2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독자들은 『지상의 양식』을 발견하고 그들 내면에서 폭발하는 열광과 진실에 도취되었다. 전후 세대에게 자기 내면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서슴없이 표현하라는 이 작품의 호소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자, 이 책을 먹어라. 이 책이 너의 오장육부를 쓴맛으로 가득 채우리라. 그러나 너의 입에서는 꿀처럼 단맛이 나리라.”라는 지드의 말처럼 『지상의 양식』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또 앞으로도 영원히 새로운 우리의 양식이다.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 김화영을 불문학이라는 일생의 업으로 기울게 한 작품
민음사판 『지상의 양식』은 1999년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된 불문학자 김화영이 번역하였다. 그는 뛰어난 안목과 유려한 문체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정치한 문장과 깊이 있는 분석으로 탁월한 평론을 선보인 전 방위 문학인이다. 그 스스로 『지상의 양식』이 “나의 소년 시절을 불문학이라는 일생의 업으로 기울게 한 결정적 계기”였으며, “아직 문학이 무엇인지, 독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춘기에 맹목의 열광을 이기지 못한 채 빠져 들었던 책”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작품을 옮기게 된 과정을 회고하며 이렇게 술회한다.
“나는 1960년대 대학의 불문과에 입학하여 바로 이 책을 처음 번역했던 이휘영, 김붕구 교수들의 지도를 받으며 지드와 카뮈를 원서로 읽은 황홀함을 경험했다. 그로부터 다시 40여 년이 경과하여 내 나이 환갑을 넘긴 후, 그리고 대학의 강단에서 또 다른 청춘들을 향하여 바로 그 지드와 카뮈를 함께 읽고 가르치다가 나 또한 그 강단에서 물러난 다음, 마치 뜨거운 청춘 시절의 앨범을 바라보듯이 그 선생님들의 옛 번역들을 한 줄 한 줄 참고하고 원문과 대조하면서 이 책을 새롭게 번역했다. 그리고 또 초벌 번역을 덮어놓고 오랜 동안 마음속에 청춘의 시간을 발효시킨 다음 다시 처음부터 손질하는 데 몇 해가 걸렸다.”
이러한 인연을 통해 『지상의 양식』은 지드의 독특한 형식과 유려한 문체를 완벽하게 살려낸 김화영의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추천평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 이외에는 비견할 만한 것이 없다. 이 책이 감동시킬 대중을 발견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 알베르 카뮈
『지상의 양식』으로 우리의 영혼은 달라졌다. ― 자크 리비에르
작가 소개
저자 : 앙드레 지드
1869년 파리 대학 법학과 교수인 아버지 폴 지드와 루앙 출신의 어머니 쥘리에트 롱도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폴 지드는 프랑스 남부 도시인 위제스 출신의 위그노였으며, 쥘리에트 롱도는 가톨릭에서 신교로 개종한 지 몇 세대 안 된 부르주아 가문 출신이었다. 파리의 알자시엔 학교에 입학했으나 신경 발작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자주 학업을 중단했다. 1880년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주로 집 안에서 어머니와 가정교사로부터 엄격한 청교도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문학과 음악에 몰두했으며, 처음에는 수필로 시작해서 시, 전기, 소설, 희곡, 비평, 회상록, 번역에 이르기까지 발을 넓혀 갔다.
1891년에 사촌 누이 마들렌 롱도에 대한 열띤 사랑의 표현을 담은 자전적인 작품 <앙드레 왈테르의 수기>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했으며, 한동안 시인 말라르메가 이끄는 프랑스 상징주의 운동의 중심지 \'화요회\'에 참여하면서 상징주의 미학 이론의 영향을 받은 <나르시스 단장>(1891), <위리앵의 여행>(1893) 등을 발표한다.
1893년에는 엄격한 청교도식 교육이 강요하는 제약들에 불만을 품고 북아프리카 여행길에 올랐으며, 1895년 10월에 마들렌과 결혼한다. 1896년 노르망디 라로크 자치구의 시장이 되었다. 1908년에는 자크 코포, 장 슐룅베르제와 함께 「N.R.F」를 창간하여 프랑스 문단에 상당한 자극을 주었다. 이 잡지를 통해 알랭 푸르니에, 폴 발레리, 생텍쥐페리 등이 등단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 <지상의 양식>(1897), <배덕자>(1902), <좁은 문>(1909), <교황청의 지하도>(1914), <전원 교향악>(1919), <한 알의 밀이 죽지 않는다면>(1926)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자신이 목격한 제국주의의 횡포를 비판하는 <콩고 여행>(1927)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산주의에 우호적이었지만 소련을 방문한 후 크게 실망하여 그에 대한 환멸감을 담은 <소련에서 돌아와>(1936)를 출간했다.
194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 이듬해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1년 2월 19일 파리의 자택에서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역자 : 김화영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에서 알베르 카뮈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30여년 동안 고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개성적인 글쓰기와 유려한 번역, 어느 유파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으로 우리 문학계와 지성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왔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시간의 파도로 지은 城> <바람을 담는 집> <문학 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의 문학 세계> <소설의 꽃과 뿌리―나의 시대의 소설가> <미당 서정주의 시에 대하여> <행복의 충격> <공간에 관한 노트> <어린왕자를 찾아서> 등 10여 권의 저서와, 알베르 카뮈 전집(전 20권), <섬> <어린 왕자> <마담 보바리> <지상의 양식>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걷기 예찬> <프랑스 현대소설사> <프랑스 현대시사> <현대 소설론> 등 90여 권의 번역서가 있다.
목차
지상의 양식
새로운 양식
작품 해설 1 - 지상의 양식
작품 해설 2 - 새로운 양식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