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린 시절 고모 라캥 부인에게 맡겨진 테레즈는 타고난 본능을 억누르고 냉정한 여자로 자랐다. 테레즈는 고모의 뜻에 따라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결혼하지만 파리로 이사 간 후에도 계속되는 무료한 삶에 숨 막혀 한다. 그러다 남편의 친구 로랑과 불륜에 빠지게 된다. 욕망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에 불만이 쌓인 두 사람은 이윽고 카미유가 죽기를 바라는데......
출판사 리뷰
거울처럼 서로의 본능을 비춘 테레즈와 로랑
욕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포와 혐오가 끓어오른다
본능과 기질,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인간
해부학자처럼 파헤친 인간성의 한 영역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은 다른 고전 작품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귀족도 아니고 부르주아도 아니다. 평범한 신분의 사람들이며 어찌 보면 하층민에 가깝다. 졸라에 의해 처음으로 하층민들의 삶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졸라가 하층민의 삶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이유를 정확하기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주창했던 자연주의 문학론을 알아야 한다. 졸라의 자연주의 문학론은 한 인간의 삶 역시 자연과학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탄생했다. 그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이론을 세우고, 삶의 보편적인 진리를 발견하려 했다.
그는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 인간은 어딘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귀족이나 지배 계급 같은 소수의 예외적인 존재들은 보편적인 진리를 끌어내기 위한 실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졸라는 평범한 사람들을 내세웠다. 그 평범한 인간은 본능이나 기질, 신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 ‘동물’이라는 인간이었다. 인간의 삶은 그가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어떤 ‘시기’에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졸라의 주장이었다. 그의 소설은 그 결정적 법칙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테레즈 라캥』에 등장하는 테레즈, 카미유, 로랑, 라캥 부인 등의 인물들에게서도 그러한 동물성을 엿볼 수 있다. 감정의 문제를 떠나 각 인물의 억눌린 본능, 신경질적이거나 다혈질적인 기질, 경제 상황 같은 환경의 영향이 만나 서로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그려지고 있다.
개개인의 인격이나 영혼, 의지를 배제하고 인간을 놓고 과학 실험을 하는 듯 보인 졸라의 문학론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상당 기간 전문가나 일반 독자의 외면을 받은 그의 작품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엽에 들어서이다. 그의 소설이 이론과는 달리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였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도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과연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가? 졸라는 인간들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동물적 본능을 깊이 탐구했고, 이러한 본능과 인간의 특성이 결국에는 사회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한 부분이라는 의식을 자극하였다. 졸라는 인간성을 외면한 작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졸라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더욱 폭넓은 시선에서 인간성의 영역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에밀 졸라의 작품은 평소에 의식하지 않고 있던 우리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작품을 통해 내면의 또 다른 자신을 느끼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1984』와 『이방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할 계획으로 이미 60권을 선보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고 계속해서 후속 권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
자신의 본래 체질과는 어울리지 않는 생활을 억지로 하다보니 그 애는 내성적이 되었다. 그 애는 소곤소곤 낮은 목소리로 말했으며 소리를 내지 않고 걸었고, 멍하게 두 눈을 뜬 채 의자에 꼼짝 않고 말없이 몇 시간이고 앉아 있곤 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타고난 그 애의 육체적 에너지를 고갈시키진 못했다. 그 애는 여전히 건강했다. 그 애는 불꽃같은 자신의 본능을 속에 감춘 채 살았다.
테레즈는 앞으로 그녀가 살게 될 가게로 들어가면서 마치 기름기에 절은 시궁창 속 땅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목구멍으로 구역질을 느꼈으며 무서워서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상점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 방들을 둘러보니 기가 막혔다. 가구 없이 텅 빈 방들은 곳곳이 파손되어 있었다. 그녀는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고모와 남편이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이 그녀는 주먹을 꼭 쥔 채 목이 메어 트렁크 위에 앉아 있었지만 울 수조차 없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욕망을 충족하지 못했던 그녀의 육체는 미친 듯 환락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카미유의 나약한 팔로부터 로랑의 정력적인 팔로 옮겨간 것이며, 그로 인해 잠자고 있던 그녀의 육체는 깨어났고,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았다. 여자로서의 모든 본능이 단번에 격렬하게 폭발한 것이다.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로랑은 이제까지 이런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아무도 자신을 이렇듯 정열적으로 대해준 여자는 없었다. 그는 그 정열에 굴복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밀 졸라
1840년 파리에서 이탈리아인 토목기사 아버지와 가난한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엑상프로방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7세 때 아버지를 여윈 후 1858년 파리로 돌아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루이 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두 차례 낙방한 후 학업을 포기하고 힘겹게 생활하다 아셰트 출판사에 취직했다. 1863년부터는 신문에 콩트와 기사를 기고하며 차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865년 자전적 중편소설 《클로드의 고백》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비평가이자 작가로 활동하여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 《테레즈 라캥》(1867), 《마들렌 페라》(1868) 등을 출간했다. 《마르세유의 신비》(1867)라는 통속적인 대작으로 발자크적인 사회 탐구를 시도한 후에는 발자크의 ‘인간극’에 영향을 받은 ‘루공-마카르’ 총서를 구상했다. ‘제2제정하의 한 가족의 자연사와 사회사’라는 부제가 붙은 루공-마카르 총서는 5대에 걸친 루공 가와 마카르 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총 20권의 연작소설로 그려낸 대작이다. 《루공 가의 운명》(1871)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한 편씩 발표되어 1893년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완결되었다. 총서에는 《목로주점》(1877), 《나나》(1880), 《제르미날》(1885), 《대지》(1887), 《인간 짐승》(1890) 등 졸라의 대표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1894년부터는 3부작 소설 ‘세 도시 이야기’를 집필해나가는 한편,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반유대주의에 기인한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나자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나는 고발한다>(1898)를 발표하여 진보 지식인으로서 진실과 정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 말년에는 연작소설 ‘네 복음서’ 중 《풍요》(1899), 《노동》(1901) 등을 출간했다. 1902년 9월 29일, 파리에서 가스중독으로 사망했다. 드레퓌스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네 복음서’의 세 번째 권 《진실》(1903)은 사후 출간됐으며, 1908년 유해가 국립묘지 팡테옹으로 이장되었다.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16장
제17장
제18장
제19장
제20장
제21장
제22장
제23장
제24장
제25장
제26장
『테레즈 라캥』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