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옛 사람들의 지혜로운 여름나기 비법
자연을 슬기롭게 이용하여
더위를 이겼던 옛 사람들의 지혜를
양반 김 생원과 마당쇠 길동이의 한판 대결로 만나보자! 자연을 이용하여 지혜롭게 더위를 쫓았던 우리 조상들의 여름 나기 비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체면과 체통을 중시하며 여름을 나는 양반 김 생원과 체면보다는 몸이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고 싶은 마당쇠 길동이의 여름 나기 대결을 펼쳐집니다.
양반 김 생원은 무더운 여름에도 기운이 펄펄 나는 길동이를 보며, 이런 더위에도 기운이 넘치는 길동이는 분명 더위를 피하는 비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길동이도 김생원을 보며 같은 생각을 했지요. 푹푹 찌는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옷을 몇 겹씩이나 껴입고 한가롭게 여름을 보내고 있는 생원이 부러웠거든요.
둘은 서로의 비법이 궁금해서 내기를 하기로 했어요. 누가 여름을 더 잘 나는지 서로의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꼼수를 부린 거지요.
김생원은 체통과 체면을 지키면서 선비답게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양반들의 비법을 알려주었어요. 정신을 맑게 하고 수양하는 수반(석창포), 탁족과 같은 방법이지요. 반면, 길동이는 시원한 물에서 첨벙첨벙 노는 천렵이나 쏟아지는 폭포에 몸을 맡기는 서민들만의 비법을 알려주었지요.
각자의 방법에는 저마다 나름의 더위를 이기는 비법이 숨어 있었어요. 비등비등한 한여름의 더위나기 대결, 결국 마지막 승자는 누구 될까요?
자연을 즐기며 여름을 보내다, 한여름 유둣날지금처럼 에어컨이나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더운 여름을 지냈을까요? 지금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맞을 수 있지만, 이도저도 없었던 옛날 조상들은 지혜롭게 자연에 순응하면서 여름 나기를 즐겼습니다.
자연의 바람을 이용하거나 산이나 계곡에서 산수를 즐기며 더위를 식혔지요. 유둣날이라고 하여 더운 여름 중에 휴가를 정해 마음껏 더위를 날려 버리기도 했어요.
<더위야, 썩 물렀거라!>가 펼쳐진 날이 바로 유둣날이었어요. 이날은 농사 일로 바빴던 농사꾼들이나 아낙네들, 선비들까지 모두 계곡에 나가 머리를 감으며 더위를 날려버렸습니다. 산수를 만끽하고, 풍성한 과일이 많을 때라 햇과일을 나눠 먹으며 친지들끼리 모여 우애를 다지기도 했어요. 이렇게 유둣날을 시원하게 보내는 것이 일 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라 믿었다고 해요.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맞게 순응하며 여름날을 즐기고 마음까지 시원하게 정화하는 것이지요.
양반 VS 서민, 더위 나기 방법은 어떻게 달랐을까? 한여름의 더위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었겠지만 더위를 피하고 식히는 방법은 사뭇 달랐어요. 특히 신분별로 피서법의 차이가 났지요.
우선 양반의 여름나기는 ‘더위 피하기’였어요. 양반들은 사랑방 옆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무더위를 달랬어요. 대나무나 왕골로 만들어 차가운 감촉을 지닌 죽부인을 옆에 끼고, 삼베 옷 속에 옷감이 살갗에 닿지 않게 하는 등거리와 등토시를 걸쳐 바람을 솔솔 통하도록 했어요. 또 부채를 이용하여 햇볕을 가리고 바람을 만들어 더위를 식혔어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양반들은 아무리 덥다고 해도 길동이처럼 훌훌 옷을 벗어 던지거나 물속에 뛰어들지 못했어요. 대신 몸과 정신을 다스려 더위를 났지요. 수반에 돌과 물을 채워 작은 호수를 만들고 석창포를 심어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기도 했고, 발을 물에 담그고 시를 읊으며 산수를 즐기는 탁족회를 갖기도 했어요. 탁족회는 산간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일이지만 사대부들의 정신 수양의 한 방법이기도 했다지요.
반면 서민들의 여름나기는 ‘더위 쫓기’였어요. 계곡으로 나가 물고기를 잡고 천렵을 즐기며 시원한 물놀이로 더위를 이겼지요. 남녀노소 계곡과 바다로 찾아가 모래찜질을 즐기고 폭포를 맞기도 했답니다. 서민들은 체면보다는 더위 열기를 식히고 시원하게 한판 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쫓았답니다.
신분과 관계없이 누구나 즐겼던 여름 나기 방법도 있었어요. 바로 뜨거운 여름날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이기는 ‘이열치열’이 바로 그것이지요.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어느새 더위는 물러나고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의 뜻으로 김 생원과 길동이는 시원한 국수 대신 삼계탕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웁니다. 또 등골이 오싹해지는 귀신 이야기도 더위를 잊기엔 그만이었지요. 깜깜한 여름날 밤에 모여 앉아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싹오싹한 기분에 사로잡혀 소름이 돋으며 서늘해지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지요.
조선 시대 풍속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재치 있는 그림 <더위야, 썩 물렀거라!>의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을 볼 때마다 마치 풍속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정월대보름’ 풍경이 나옵니다. 더위 팔기, 귀밝이 술 먹기, 떡 나눠 먹기, 별신굿 등의 풍속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지요.
물에 발을 담그고 시를 읊으며 산수를 즐기는 탁족회의 모습은 마치 조선 시대 양반들의 모습을 닮은 풍속화를 닮았고,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장면은 풍속화 ‘계심어비도’의 한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해 놓은 것만 같습니다. 유둣날을 맞아 머리를 감고 있는 여인들을 훔쳐보는 장면도 유둣날의 풍속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지요.
이처럼 오밀조밀한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다보면 조선 시대 풍속을 저절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듯 개성 있는 캐릭터를 따라 가면서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본다면 공부가 되는 것은 물론 그림책이 더욱 재미있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