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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엄마 이재은입니다
문학고을 | 부모님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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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엄마 이재은입니다

난 내 이름이 참 좋다. 촌스럽지 않아 좋고 흔하지 않아서도 좋다. 친구들이 ‘재은아’라고 불러 줄 때도 듣기 좋다. 이름이 정해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원래 내 이름은 ‘재운’이었다. 재는 돌림자이고 나를 낳고 운이 좋아졌다고 아빠가 붙인 이름이었다. 예전에는 아이들 출생신고를 동네 이장이 모아서 한날같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점이 하나가 빠져서 ‘재은’이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얼굴도 모르는 그 이장님이 항상 고마웠다.

난 하루 세끼가 그저 감사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집에 태어났다. 남동생 셋을 둔 고명딸이고 첫째 아이였기에 나의 권세는 단칸방에서만큼은 최고의 위치를 지녔었다. 부모님은 나를 공주라고 불렀고 언제나 호칭에 맞는 공주 대접을 해주셨다. 세계 문학 전집 속 세에라를 만나면서부터 내가 공주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동안 지켜 온 공주의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 부러 공주 흉내를 냈던 것 같다. 솜씨 좋고 부지런한 엄마 덕분에 난 시골 동네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옷차림으로 눈길을 끌었고 코흘리개 남자 친구들 사이에서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 학년이 두 반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탑의 위치를 지키려 노력했다. 그렇게 부모님의 사랑으로 포근했던 나의 유년 시절 기억은 내가 철부지 엄마로 살아갈 때 큰 위안과 지침이 되었다.
‘백설 공주의 계모 왕비처럼 거울 보면 예뻐서 좋고 나이를 십 년쯤은 줄일 수 있는 젊은 패기를 가져서 좋다. 무모할 만큼 자신 있게 말하는 내가 좋고 더 많이 알려고 하는 나도 좋다. 좋은 게 많아서 좋고 싫은 게 별로 없어서 좋다. 늘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아서 좋고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는 내가 좋다. 친절한 내가 좋고 버럭 하는 나도 좋다.’

우연히 내가 참 좋다고 쓴 삼십 년쯤 된 낡은 일기장을 찾아냈다. 참 오랫동안 철들지 않고도 잘 살았다 싶어 쿡쿡 혼자 웃다가 저 일기를 썼던 때가 스무 살 중반 무렵이었는데 환갑이 코앞인 지금도 별반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아직도 철이 없는 건지, 열정이 넘치는 건지. 이왕이면 좋은 게 좋다니까 후자로 쳐주자 혼자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런 나를 나보다 더 많이 좋아해 주는 나의 사랑하는 딸 그리고 아들. 이들이 있기에 난 정말로 살맛이 난다.

임신했는지도 모르고 지내다 떠나보낸 첫 번째 아이, 그리고 연이어 두 번째도 지키지 못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내게 찾아온 딸아이를 붙잡으려고 난 임신 초기 숨 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만 누워서 석 달쯤을 보냈다. 그렇게 귀하게 내게 와준 딸.
계획에 없던 임신 소식에 놀랄 때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술하실 거죠?’라고 물었다. 나는 놀라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병원을 뛰쳐나왔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태어난 아들. 두 아이는 그렇게 첫 만남부터 달랐다. 그리고 지금은 어른이 돼서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나를 고슴도치 엄마라고 부른다. 맞다 난 고슴도치 엄마다. 그것도 왕 큰 고슴도치 엄마. 나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최우선이다. 딸이 채 유치원도 입학하기 전 남편과 갈라섰기 때문에 아빠 노릇까지 정성을 다한 것을 어른이 된 아이들이 알고 이해하면서 내게 맞춤한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알아준다니 고마울 뿐.

딸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라이벌이 엄마라고 말한다. 사위와의 첫 만남 일 때도 ‘엄마의 매력에 빠지면 곤란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사회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며 사랑받는 아내가 된 딸을 보면서 부족한 엄마가 가질 수 있는 마음은 그저 고마움뿐인데 아이는 제 노력에 대한 성과를 오히려 나에게 돌린다.

돌이켜보면 꿈처럼 흘러온 시간, 그러나 다시 살아보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들. 거기 남겨진 추억들을 찾아서 가끔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 보곤 한다. 잘 자라주는 아이들로 위안하며 살았지만, 반쪽으로 산다는 것은 때로 시리고, 아프고, 버거웠다.
어제 일도 가물거리는 지금은 나도 내가 궁금하다.

“그 세월을 어찌 살았을까?”

오뚝이 공주

사람들은 나를 공주라고 불렀다. 엄마의 설명으로는 오뚝이라는 말이 생략된 공주라고 했다. 무엇을 하고 있더라도 엄마가 부르면 한 번에 ‘네’하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예쁜 짓 하는 딸이라는 뜻을 가진 애칭이라고. 동네 사람도 그렇게 불러서 학교 가기 전까지 나는 공주가 내 진짜 이름인 줄로만 알았다. 아무튼 사랑받고 자란 것만은 틀림없다. 
그 시절 대부분이 어려운 살림을 했듯 우리 역시 그러했지만 솜씨 좋고 부지런한 엄마 덕분에 난 겉으로는 꽤 세련된 시골 아이였다. 늘 반짝이는 구두를 신었고 엄마의 재봉틀이 몇 시간 움직이면 정장에 가까운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도시락의 모양새도 남들과는 달랐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부자가 아니란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피아노학원을 부유한 아이들만 다녔었다. 부러웠지만 난 한 번도 엄마를 조르지 않았다. 대신해 학교에서 따로 돈 들이지 않고 진행하는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대표 선수로서의 두각을 나타냈다. 어린 맘에도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대표적인 부분이 글짓기였고 웅변과 미술, 무용, 계주의 스타트 주자로까지 나섰던 것을 보면 나의 욕심도 만만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국민학교 시절 나는 엄마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는 착한 딸이었다. 

3학년 1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방과 후 다녀왔던 친구 집 얘기를 하다가 그 친구의 피아노, 공부방, 책장…. 정확히 책장에서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는데 도저히 수습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무슨 배짱이 생겼는지 무서운 아버지가 계시는데도 엉엉 소리 내어 계속 울었다. 모두에게 처음 있는 일이라서 가족들이 ‘얼음’이 되어버렸다. 보통은 동생들 중 누가 징징대면 아버지의 밥상스매싱이 이어지는데 이날은 어쩐 일인지 아버지도 쳐다만 보고 계셨다. 눈치 빠른 엄마의 분위기 전환으로 어찌어찌 상황은 넘어갔다. 자려고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았다. 엄마가 다정하게 나를 토닥이며 이유를 물어보셨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울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냥 눈물이 막 났어요. 친구 집에 갔는데 세계문학전집이 책장 가득 있는 걸 보니까 좀 부러웠어요.”

2학년 1학기에 시골 학교로 전학 오니 제일 아쉬운 점이 도서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있기는 한데 일년이 지나니까 모든 책의 대출카드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고 책을 사달라고 할 형편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조르지도 못했는데 친구 집에 전시된 화려한 책들에게 완전히 맘을 뺏겨버린 것이었다.
그러고 며칠 후 우리 집 툇마루에 번쩍번쩍하게 빛나는 금성출판사의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오십 권이 책꽂이와 세트로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난 또 한 번 엉엉 울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울다가 잠든 그날 부모님은 한잠을 못 주무셨다고 한다. 그리고 평생 지켜온 ‘굶을 지언정 외상은 안 한다.’는 지론을 깨고 스무 장의 지로용지와 함께 책을 받아 오셨다고 들었다. 
단칸방에 책장들일 공간조차 없어서 툇마루에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 집 보물 1호가 된 책들로 인해 나부터 아래 두 동생 그리고 그 후 이년이 지나 태어난 막내 동생까지 모두 세계문학전집을 읽었고 우리가 다 커서는 이모네 동생들에게로 넘어가 읽혔으니 그 책들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아이가 생겼을 때 그 기억이 새로워서 프뢰벨의 영유아용 전집이란 걸 샀던 기억이 있다. 책이라기보다는 장난감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신기하게 아이가 잘 가지고 놀았다. 그때는 엄마들이 유아용 전집을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구입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난 그 일곱 권짜리 한 세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이가 원하는 취향이 달랐다. 옛날 내 생각이 나서 한풀이라도 하듯 방안 가득 책으로 도배하고 싶었는데…. 대신 우리는 잘 만들어진 공공도서관을 놀이터처럼 이용했고 대형 서점에서는 신간을 공짜로 보는 특권을 누리며 우리만의 독서 배를 불려 나갔다. 

언젠가 내게도 손주가 생기면, 책 읽는 손주와 할머니의 정다운 그림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그 녀석에게는 원 없이 책 선물을 해줄 수 있으려나….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재은
65년 경기 출생수원여대간호학과 졸업강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제주대학교대학원 시각디자인 석사문학고을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수상문학고을 등단 수필가동안산병원 간호사

  목차

5 시작하는 글

1장 우리의 시간을 찾아서
15 고슴도치 엄마 이재은입니다
19 오뚝이 공주
23 첫사랑 이었다
27 두 아이
29 작은 것부터 천천히
31 홀로서기

2장 기쁜 우리 삶의 기록
37 탄생 수
41 초보 엄마 육아일기
45 노래방으로 배운 한글
50 예절 교육
53 자전거 ‘WANTED’
60 아들은 게임 왕
63 제주댁 정착기
69 아들고래 춤추게 하기
72 진로 고민과 선택
76 사랑의 매 1
81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84 봉사 활동의 참 의미를 아는 아이들
88 사랑의 매 2
94 잘 될 겁니다, 진짜로
99 고3이 말이야 1
103 고3이 말이야 2
107 인연
112 청소 반장의 전설
117 선생님 감사합니다
121 아빠 신부님

3장 나보다 더 어른 된 내 아이
129 12월 31일에 떠나는 여행
134 아이를 보내며
136 딸의 첫사랑
140 잠 안 오는 밤 1
145 잠 안 오는 밤 2
147 내가 사는 이유
150 좋은 시간 되어라
153 아들 미안해
155 아들 바라기!
157 혼자서도 잘해요
164 마중물 VS 물 마중

4장 다시 시작하는 나를 위해
171 아버지의 하늘
176 간호사의 기도
179 그거
183 호박 푸레기
188 독수리 오 자매
193 주사치료 VS 눈물치료
197 차의 기분을 읽고
202 La vie en rose(공연 관람 후기)
206 소풍 갑시다 - 나의 책읽기
210 사막의 모피코트
212 친구의 답장 ‘추카한다’
217 가장 강력한 언어는 행동이다
221 대청봉 가는 길
227 아이야 - 이태원 별들의 49재에 붙여 -
231 바이러스 이산離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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