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청사공원의 장점은 도심 한가운데에 ‘자연마당’을 조성한 노고라고 하겠다. 대나무 오솔길이 끝나면 암석초 화단이 나오고 군락을 이루고 있는 흰 마가리트와 노란 금계국. 옆으로는 ‘놀이 체험장’이 나와 아이들을 손짓한다. 비둘기가 뒤꿈치까지 따라오고, 명랑한 까치 떼와 목청껏 노래하는 직박구리 소리를 뒤로 두고 한 바퀴 돌면 이윽고 원형 경기장의 트랙 같은 잔디공원이 펼쳐진다. 넓디넓은 잔디밭은 체증이 뚫리듯 쇄락하다. 벤치에 앉아 잠시 신발의 먼지를 털고 먼 곳의 친구들에게 문안을 한다.
코비드-19 발발 후 비명처럼 쏟아지는 말들도 진력이 난다. 식사 한 끼를 마음 편하게 나누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나날. 생태계 고리가 끊어져 발광을 한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 아니 볼모로 잡고 있다고 할까. 우리의 무분별, 횡포, 탐욕의 소치에 바이러스도 극한으로 대립하여 인류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다. 진작에 생태계의 보존 기후변화 자연보존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자고, 고어 부통령이 대통령의 유혹을 물리치고 환경 운동가로서 전 세계를 향해 사자후를 토한 후 『불편한 진실』을 써서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기꺼운 일이나, 고어 한 개인의 치적이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생태계 파괴를 어이 물리치리요?
나의 집 데크에 벌집이 있어, 빨래를 널러 나가면 벌들이 윙윙거리며 내 주위를 돌아도 이제껏 벌에 쏘인 적은 없다. 사람만이 탐욕에 눈이 멀어 인간의 도리 인정 측은지심을 묵살하고 가시적 성과 공적에 혈안이 되어 대자연을 홀대한 결과 지금 호되게 반격을 당해 오들오들 떨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반격은 우리가 자초한 과거의 인과로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 팬데믹으로 몰아넣어 인류멸망의 조짐이라는 말까지 떠돈다.
시골 태생인 나는 대자연의 숨결이 뼛속까지 박힌 사람인지라 살얼음판 같은 이 형국에도 날마다 산책을 거르지 않는다. 루소가 외쳤듯, 소로가 몸소 월든 숲속에 들어가 살면서 본보기를 보였듯이 인간 본연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경고를 마음속 깊이 새기며, 쉬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저녁미사에 가서 촛불봉헌을 한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잠자코 가다보면 숲공원과 습지와 관목숲의 고리가 이어져 홀연 무지개가 피어오를지 누가 아는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심정임
아산 출생(1949)충남의과대학 졸업(1975)연세대학교 보건 대학원 수료후국립 정신병원 정신과 전공(1979-1983)영국 정신의학 연구소 임상 연구원(1983-1988)《시대문학》 신인상 수상(1992)법무부 치료 감호소 감정과장(1988-1996)대전 여자 의사회장(2002-2006)로사정신과 의원(2002-2008)충남의과대학 동문회장(2006-2008)대전광역시의사회 부회장(2007-2009)충남의과대학 의료인문사회학 출강(2007-2021)저서1983 『어린 혼의 죽음』 오세철 공역, 현상과 인식사1992 『Mental health gloval village』 By Louis Appleby co-author, Gaskell 1995 『구름 뒤 태양이』 지혜네2012 『지금 이 자리에』 문화의힘2013 『아침 무지개를 꿈꾸며』 문화의힘
목차
제1부 의료 인문학
제1장 강의노트
투르게네프 소개 18
투르게네프와 19세기 러시아-길고 긴 애증관계 24
괴테와의 대화 35
괴테의 혜안 38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42
모든 위대함은 44
괴테의 색채론에 대한 논쟁 49
연자의 변 54
감사의 인사 60
제2장 의학과문학의 만남
제3장 의료 에세이
제2부 한낮의 산책길
한낮의 산책길 156
무성서원-단정하고 검소한 서원 159
다시 찾은 명재고택 166
종학당과 고르바초프 171
백제 유적 왕궁리 소묘 177
퇴계와 훈데르트바서 186
바드스테나의 추억 191
리마 청년-나의 잊을 수 없는 외국인 202
샛별 순교자 208
워즈워드 찬가 211
나날이 기적 217
유월이 오면 221
현충일 단상 223
헌사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