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1926년부터 현재까지 100년의 투자 데이터로 보는
과거의 투자 성과, 그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법미래의 투자 환경은 어떻게 될까? 그간 투자의 역사에서 가장 성과가 좋았던 자산군과 투자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앞으로는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하나만으로도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세 가지 중요한 질문에 모두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그것도 다른 어떤 책에서도 제시하지 않았던 100년이라는 가장 긴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가장 학술적이라고도 알려진 운용자산 160조 규모의 AQR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핵심 브레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안티 일마넨은 1926년에서 현재까지의 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그간의 연구들을 토대로 투자자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내용들을 풀어낸다. AQR의 CIO인 클리프 애스니스가 그의 책을 보고 “너무 많은 정보를 공유해서 남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책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안티 일마넨에 따르면 앞으로 투자자들은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의 투자 환경은 그간 우리가 누려왔던 것에 비해서 기대 수익률이 낮을 것이며, 따라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 모두 그간 상정했던 수익률을 수정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100년의 투자 데이터로 봤을 때 장기 수익률이 좋았던 9가지 프리미엄이 있으며 이를 고려한 현명한 분산 투자를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앞으로 닥칠 어려운 투자 시장에서는 그간 우리가 소홀히 했던 비용 및 수수료 관리와 나쁜 투자 습관의 통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는 것을 보인다.
100년의 투자 데이터로 보는 투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개인 투자자든 기관 투자자든 10년이 넘는 시야로 투자를 하기는 힘들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최근 또는 지난 몇 년간 성과가 좋은 자산군과 종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 본인의 기대치 때문이건 타인의 기대치 때문이건 몇 년이나 성과가 지지부진한 포트폴리오를 수정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안티 일마넨이 보기에 이런 투자 행동에는 큰 문제가 있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 지표들을 봤을 때 특정한 자산군, 또는 투자 전략의 성과는 10년을 넘는 시간을 지켜봐야 그 진정한 성과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몇 년간 성과가 좋지 않아 중간에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면 정작 기존 포트폴리오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시기를 놓치기 쉽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든 기관 투자자든 장기적인 투자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한 자료를 봐야 한다. 어떤 자산군이 언제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성급하게 포트폴리오를 수정했을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을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2011년 AQR 캐피탈 매니지먼트에 합류한 이후로 10년 넘는 세월 동안 연구한 100년의 데이터를 제시한다. 현존하는 자료의 한계로 영역에 따라서는 100년에 못 미치는 것도 있지만, 가장 긴 기간의 투자 데이터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심지어 본인이 속한 AQR의 정보, 그것도 AQR에서 공개하기를 꺼리는 정보도 공유한다. 그래서 AQR의 공동 창립자이자 CIO인 클리프 애스니스는 “너무 많은 정보를 공유해서 남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의 겨울이 오고 있다2020년대 초까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누렸다. 특히 2010년대는 최고의 10년이었다. 원자재를 제외한 모든 자산군의 수익률이 좋았고, 주식은 특히나 좋았다. S&P500은 13.2%, 나스닥은 18.6%, 글로벌 주식은 9.8%였다. 왜 이렇게 성과가 좋았을까? 이후에도 계속 이런 수익률을 기대해도 좋을까?
이 질문은 개인투자자부터 기관투자자까지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투자 수익률이 어느 정도일 것이라 전망하느냐에 따라 현재 수입의 어느 정도를 저금해야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지 정해지기 때문이다. 장기 수익률이 좋은 시기에는 조금만 저금을 해도 그 돈이 은퇴할 시기가 되면 은퇴 이후를 살아갈 수 있을 충분한 자금이 되지만, 수익률이 나빠지면 그렇지 않다. 미래에 수익률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의 높은 수익률만 믿으면 은퇴 이후에 곤란해질 수 있다. 저자가 보기에 많은 투자자가 현재 이 함정에 빠져 있다.
지난 10년, 좀 더 넓게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의 투자 수익률을 믿고 포트폴리오를 짜고 자산을 배분하고 있는데, 2020년 이후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근거는 금리다. 과거의 수익률, 특히 2010년대의 높은 수익률은 ‘미래의 수익률을 미리 끌어온’ 것이다. 그 수익률은 금리가 오랜 기간 동안 비정상적으로 낮아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기 힘들 것이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현금 수익률이 상승하고 기타 자산의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2년 이후로 금리는 빠르게 상승했다.
투자자는 이제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
100년의 데이터로 시야를 넓혀라이렇게 좋았던 시절이 가고 기대 수익률이 점차 나빠지는 시기가 되면 투자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우선 나빠지는 수익률을 그저 받아들이고 기존보다 지출을 줄여 저축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이와 달리 기존의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위험이 낮고 수익률도 낮았던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위험이 높고 수익률도 높은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채권에 있던 돈을 빼서 주식으로 옮기는 것이다.
사실 후자의 행동은 넓게 전체 투자 데이터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물건이 나빠졌으니 더 달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생활 수준을 줄이고 싶지 않은 투자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약속한 펀드매니저나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낮아진 기대 수익률을 그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고점이 높은 자산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많다.
저자는 나빠지는 수익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기존의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도박을 감행하는 것도 아닌 제3의 길을 제시한다. 무모한 도박을 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투자 수익률을 재고하려면 우선 그간 폭넓게 투자 데이터를 검토해 성과들을 검토해야 한다. 많은 투자자의 시야는 본인이 속한 국가나 주요 종목이나 자산군 그리고 스타일에 국한되어 있다. 저자는 이 시야를 넓혀서 역사적으로 장기 수익률이 좋았던 자산군과 스타일을 한눈에 보여준다. 투자자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저자가 100년의 데이터를 검토하며 꼽은 장기 수익률의 요소는 9가지다. 주식/채권/회사채/원자재 등 4가지 자산군과 밸류/모멘텀/캐리/방어적/추세 등 5가지 스타일이다. 이렇게 9가지를 골라내는 것만으로도 여러 의문이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표적인 투자 수단인 부동산은 왜 포함되지 않는가? 유능한 펀드매니저의 안목이 가져다주는 높은 수익률, 즉 ‘알파’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의문들을 포함해서 저자는 여러 의문에 데이터와 논리로 차분하게 설명을 해나가기에 독자는 이에 비추어 여러 투자 자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점검할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현실적인 투자법그렇다면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리라 전망되는 시장에서 다양한 자산군과 투자 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저자가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높은 수익률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높은 수익률에 목을 매면 어떤 종목이나 펀드매니저를 선택할까를 주로 고심하는데, 그러면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놓친다. 저자는 이렇게 놓치는 것들을 챙기는 것이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시대에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크게 비용 및 수수료, 위험 관리, 포트폴리오 구성 이렇게 세 가지를 든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위험 관리 그리고 포트폴리오 구성이며, 앞서 다양한 자산군과 스타일의 성과를 검증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의 분석을 살펴보면 하나의 자산군에 다양한 스타일을 적용한 포트폴리오든 하나의 스타일로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든, 분산화한 포트폴리오가 집중한 것보다 성과가 좋았다. 이는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10년 단위로 나누었을 때 어느 시기든 그랬다.
다만,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다. ‘분산화’를 적극적으로 해서 그 성과를 누리려면 레버리지가 필요해지는데, 그럴 수 있는 투자자는 한정되어 있을 것이고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저자는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위험 관리와 포트폴리오 구성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무엇이고 그것에 도움이 되는 수식과 이론에는 무엇이 있는지 제시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도박도 체념도 아닌 길을 가려는 투자자는 저자가 제시하는 데이터와 정보들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쉽고 단순하게 수익률을 높이는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