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역사학과 같은 인문학은 물론 사회과학 역시 관련 기관들을 매개로 한 국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인문사회계는 그 기반이 취약해 국가의 정책이나 예산 집행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크다. 이에 『역사비평』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라는 특정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국가와 학문의 관계를 살펴보는 특집《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통해 본 한국형 국책연구기관의 역사 : 경로, 정체성, 비교지평》을 마련했다.
《공공역사의 다양한 시선들》에서는 지난 147호에 이어 두 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하나는 한국에서 공공역사가 역사학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 즉 역사학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 어떤 조건과 노력이 필요한지 시론적인 모색을 시도했다.
그는 역사(문화)콘텐츠 연구와 문화적 전환에 대해 강조했는데, 이를 공공역사 차원에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 연구, 사회문화사 연구 등을 중심으로 한 학제간 연구, 비교 연구, 융합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현실과의 소통 및 참여를 중요시해야 하며, 개별 구체적 연구와 보편 담론으로서의 이론화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태현·김재원은 교과서, TV, 유튜브 등 다양한 역사(문화)콘텐츠 속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한민족 신화’에 바탕을 둔 ‘타국관’과 ‘과도한 민족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출판사 리뷰
‘한국형’ 국책연구기관의 역사와 나아갈 길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통해 본 국가와 학문의 관계설정
역사학과 같은 인문학은 물론 사회과학 역시 관련 기관들을 매개로 한 국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인문사회계는 그 기반이 취약해 국가의 정책이나 예산 집행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크다. 이에 『역사비평』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라는 특정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국가와 학문의 관계를 살펴보는 특집《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통해 본 한국형 국책연구기관의 역사 : 경로, 정체성, 비교지평》을 마련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으로, 경제·인문사회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가의 연구사업정책 지원 및 지식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가히 ‘한국형’ 인문사회과학 싱크탱크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국책연구기관이 과연 그만큼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는지는 냉철하게 따져볼 일이다. 특히 정부가 인사 및 예산을 지렛대 삼아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연구기관을 ‘간섭·통제’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적 가치’에도 반하는 일이다. 역사 관련 국가·공공기관들을 둘러싼 작금의 우려 및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사학과 대중 사이에서 공공역사의 자리찾기
―역사학계의 대중을 향한 엘리트적 시선에 대한 문제제기
《공공역사의 다양한 시선들》에서는 지난 147호에 이어 두 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하나는 한국에서 공공역사가 역사학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 즉 역사학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 어떤 조건과 노력이 필요한지 시론적인 모색을 시도했다. 그는 역사(문화)콘텐츠 연구와 문화적 전환에 대해 강조했는데, 이를 공공역사 차원에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 연구, 사회문화사 연구 등을 중심으로 한 학제간 연구, 비교 연구, 융합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현실과의 소통 및 참여를 중요시해야 하며, 개별 구체적 연구와 보편 담론으로서의 이론화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태현·김재원은 교과서, TV, 유튜브 등 다양한 역사(문화)콘텐츠 속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한민족 신화’에 바탕을 둔 ‘타국관’과 ‘과도한 민족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중 ‘조선구마사 사태’로 분출된 중국 혐오는, 학계와 단절된 채 교과서를 통해서만 역사를 배운 대중들이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 속 배타적인 색채가 강한 민족주의적 콘텐츠와 결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 공공역사 기획에서는 두 편의 논문 모두 학계와 대중을 단절시키는 주요인으로 역사학계가 갖고 있는 대중을 향한 엘리트주의적 시선을 지적하였다.
국경으로 환원되지 않는 경계인들의 공간
―세종대 북방정책 재조명
그다음 기획은 장기 연재 중인《세종시대의 재조명》이다. 여기서 조용철은 세종대 전후 조선 초기 북방 경계 지역의 실상과 경계인의 삶을 살펴봄으로써, 이들의 변경적 성격을 파악하고 4군 6진의 설치로 대표되는 조선 북방정책의 부침을 분석하였다. 북방 지역은 조선과 명과 여진 등 여러 사회의 경계가 맞닿은 공간으로, 수많은 경계인이 경계 안팎을 넘나드는 횡단경계적 공간이었다. 이 경계 지역은 영토로 규정하기에는 너무나 유동적이었고 그 공간에 살고 있던 경계인들은 조선-명-여진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집단에나 속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혼종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따라서 근대 한국의 국경선과 영토의 원형을 세종대에 확립했다는 기존 통설은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2021년 여름(135호)부터 시작한《세종시대의 재조명》연재기획은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역비논단
―한국 근현대사를 넘나드는 다양한 관점과 논점들
역비논단에는 4편의 논문이 실렸다. 이기훈은 일제 식민지기 김정필의 살부(殺夫) 사건의 이면을, 식민지 근대 가족의 권력 구조 속에서 여성, 특히 며느리들이 자신의 상황을 세상에 드러내는 구조 신호라는 차원에서 추적했다. 노영기는 여순 사건 이후의 계엄령 및 비밀리에 이루어진 고등군법회의를 분석하여, 당시 민간인 처벌이 구타와 고문으로 얼룩진 조사, 법관의 영장도 없는 체포·구금·기소 등 헌법을 거스르는 엉터리 재판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윤충로는 베트남전쟁 당시 파월장병교육대가 있었던 강원도 화천군 오음리의 사회사를 통해 세계사적·국가적 냉전·열전이 지역사회 말단에 미쳤던 영향, 그리고 이를 통해 변해갔던 지역사회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김태호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죽염 소비의 확산 및 관련 담론 구성에 주목하여, 이 시기 한국의 사회경제적 변화가 한국인의 심성, 특히 전통과 건강에 대한 태도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역사문제연구소
우리 역사의 여러 문제들을 공동 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반에 보급함으로써 역사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1986년 설립된 순수 민간 연구단체이다. 대한민국 역사 부문 최고의 싱크탱크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목차
[책머리에] · 기관의 존재 이유 / 오제연
[특집]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통해 본 한국형 국책연구기관의 역사: 경로, 정체성, 비교지평
· 공(公)의 부재, 관(官)의 그늘―한국 국가연구체제의 원점 / 김인수
· 지원하되 간섭하기―1999~2009년 국가연구체제의 형성과 구조 개혁 / 김성은
· 지속되는 갈등과 혁신 추구 사이―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정체성 모색과 변화 / 차현재
· 의제설정의 공공성으로 본 ‘한국형’ 인문사회과학 싱크탱크의 길 / 이시윤
· 출연(出捐)의 대가―‘과학기술’에서 ‘국가과학기술’로 / 옥창준
[연재기획 1] 공공역사의 다양한 시선들
· 한국 공공역사 연구의 가능성과 지향 / 이하나
· 학교에서 태어나 미디어가 키운 ‘공공역사’, 중국을 혐오하다 / 김태현·김재원
[연재기획 2] 세종시대의 재조명 ⑦
· 조선 초기 북방 지역의 변경적 성격과 세종대 북방 정책의 재검토 / 조용철
[역비논단] · 그녀는 정말 남편을 죽였는가?―한 ‘살부(殺夫)’ 사건의 재구성 / 이기훈
· 계엄령과 군법회의―여순사건을 중심으로 / 노영기
· 오음리의 베트남전쟁 / 윤충로
· ‘죽염’의 등장과 수용―1980~90년대 한국 사회의 변화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형성 / 김태호
[서평] · 현대 중국의 기층을 이해할 수 있는 ‘날것’의 이야기 / 박석진
(샹뱌오 지음, 박우 옮김, 경계를 넘는 공동체―베이징 저창촌 생활사, 글항아리, 2024)
· “감동적인 반전(反戰) 드라마” / 최성철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독일인의 전쟁 1939~1945: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교유서가, 2024)
· 트럼프주의 이해를 넘어 미국과 세계의 변화 읽기 / 이주영
(차태서, 30년의 위기―탈단극시대 미국과 세계질서,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