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 20주년을 기념하는 책이 출간됐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절규했던 전태일 열사는 섬유‧봉제 노동자였다. 화섬식품노조는 그 전태일의 후예, 수많은 ‘전태일들’이 만든 산별노동조합이다. 즉 초창기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화학과 섬유산업 노동자들이 뭉쳐 만든 노동조합이다.화섬식품노조 20년사 《우리 같이 노조 해요》는 압축된 한국 노동운동사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책에는 노동자의 역사와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의 투쟁에서부터 1970년대 동일방직, 반도상사, 원풍모방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1987년 노동자대투쟁, 산업화의 동력이 되었던 섬유와 석유화학 노동자들의 투쟁, 이어서 21세기 파리바게뜨와 IT 노동자들의 투쟁까지, 100년 동안 한국 산업사의 흥망성쇠 속에서 부침과 명멸을 거듭한 노동자들의 거짓 없는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또 그동안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왔던 현장활동가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즉 이 책은 노동자들의 땀과 피어린 눈물로 가득한 조직의 기록이자,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 살아냈던 사람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노조가 있어서 든든했다” “노조가 있어서 가능했던 승리였다” 등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영웅들의 무용담이 아닙니다. 승전보도 아닙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키다가 쓰러지고 심지어 지리멸렬, 눈물을 삼키고 물러선 적도 있는 조합원들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울산 3사의 연대파업이 벌어지는 내내 노동자들은 결연하게 싸웠다. 경찰 헬리콥터들이 하늘을 선회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도, 소방차들이 쏜 소화기 분말이 눈처럼 하늘에서 쏟아져도 노동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봉고차를 타고 다니며 마이크를 잡고 선동을 하면 울산 시민들이 나와서 환호해주었다. 1980년 광주항쟁 때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울산에 혁명의 기운이 감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해고자 생활을 2004년까지 했어요. 제일 아픈 게 그런 것 같아요. 경찰 곤봉이 아픈 것도 아니고 회사 탄압이 아픈 것도 아니고. 나하고 손잡고 가던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떨어져나가는 게 제일 아팠어요. 다 떨어져나가고 마지막까지 60 몇 명 남아 있었는데 대법원까지 지고 나니까 일부가 가압류 때문에 더 이상 못 살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통장에 마이너스 49억 9999만 9999원이 찍혔었거든. 대출도 못 받고 아무것도 못하니까 결국 그것 때문에 많이 떨어져나갔죠.”(김철민, 전 태광노조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