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동양철학의 고전 《장자》,
주석 없이 완독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깨우치는 삶의 지혜 《주역》, 《도덕경》과 더불어 중국의 삼현(三玄)이라고 일컬어지는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가 지은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내편’ 7개 장, ‘외편’ 15개 장, ‘잡편’ 11개 장, 전체 3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편은 장자가 직접 지었으나 외편과 잡편은 장자의 제자들과 후학들이 추가한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도덕경》이 5천여 자, 《논어》가 1만 5천여 자, 《맹자》가 3만 5천여 자인 데 비해 《장자》는 무려 6만 5천여 자에 이른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 때문인지 지금까지 《장자》를 완역한 책은 주석 가득한 전문서이거나 장자의 핵심 사상을 풀어 쓴 해설서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 《하루 10분 장자》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원문을 병기하지 않았으며, 독자의 가독성을 생각해 주석을 달지 않고 한글 번역문만 실었다. 현대적 의의가 없고 시대적 상황에 불일치하는 내용 일부를 배제하고 완역한 후 초역한 이 책은 주석 없이 원전을 읽을 수 있게 옮김으로써 개별 단어의 뜻에 매몰되기보다 장자가 들려주고 싶어 한 전체 맥락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하루 10분 짧은 시간을 할애해 쉽고 편하게 장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책은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장자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게 할 뿐 아니라 장자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를 온전히, 그리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우화와 풍자, 역설과 반어법이 일깨우는
사고의 유연성과 삶의 지혜 《장자》 하면 이솝 우화가 떠오를 만큼 이 책에는 우화와 풍자, 역설과 반어법이 가득하다. 그만큼 장자의 발상이 기발하고 해학적이다. 《하루 10분 장자》를 옮기고 풀어 쓴 한덕수는 장자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누구나 말할 수 없는 것을 들려주며, 그의 생각은 광대하면서도 기상천외하고, 말은 예리한 송곳 같아서 어리석음으로 부풀어진 뇌리를 콕 찌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문장에는 풍자와 역설과 반어법으로 가득 차 있지만, 고정된 사물의 관념이나 고착화된 사고의 틀을 깨고 넘어서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장자》에는 자기만의 완벽한 사상과 이념을 통찰하고 있는 철학자인 장자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한 편의 시 또는 유려한 수필을 읽는 느낌을 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장자가 만들어낸 우화나 설화들은 한 편의 짤막한 소설처럼 읽힌다. 그러한 글들 속에서 길어낸 깨달음의 울림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지엽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안목으로 삶을 대할 수 있도록 이끈다.
혼탁한 중국 전국시대에도 83세의 천수를 누린 장자,
그 비결을 《장자》에서 찾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사 장자는 제자백가 중 도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노자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켰기에 노자와 더불어 노장사상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노자와 장자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노자가 정치와 사회 현실,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혼란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무위자연 사상을 강조한 것과 달리 장자는 개인의 안심입명에 집중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유한한 인생에 허덕이지 말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중국의 전국시대는 춘추시대 다음의 기원전 403년부터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약 200년간의 과도기로, 왕이나 귀족의 말이 법보다 앞선 시기였기에 바른 소리 좋아하는 사람은 제명대로 살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장자는 그 혼탁한 시대에 83세의 천수를 누렸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장자는 형식에 따른 예의범절보다는 소박하고 솔직한 태도를 좋아했고, 권위와 위선을 비웃으며 깊숙이 뿌리내린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하였다. 그는 어슬렁거리며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소요유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을 뿐, 뒤에서 수군거리는 현실도피자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세속적인 문제와 맞부딪혔을 때는 결코 두려워하거나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잘못은 지적하고 불합리한 상황을 실컷 비판했다. 이처럼 억누르거나 억눌리지 않고 호탕하게 살았으며, 군주의 안색이 변해도 하고 싶은 말은 다했으니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았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장자가 직설화법인 정언(正言) 대신 장자 특유의 간접화법, 즉 역사적인 사실이나 설화에 빗대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자들의 표적이 되지 않았고 죽음의 화살도 피해갈 수 있었다. 그의 책 《장자》는 대부분 우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7장 ‘우언’ 편에는 아들을 직접 중매하지 않는 친아버지 이야기를 빗대어 사람들이 우언은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발언을 삼가고 우언을 쓰게 되었다고 그 경위를 밝히고 있다.
《장자》에는 장자의 유유자적하는 삶의 태도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우언을 통해 들려주는 삶의 지혜가 가득해, 장자가 천수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를 가히 짐작하게 한다.
《장자》 이해의 시야를 넓혀주는
옮긴이의 해석 《하루 10분 장자》에는 주석 없는 장자 한글 번역문에 더해 본문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옮긴이의 노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먼저, 각 장의 제목을 현대의 언어에 맞게 해석했으며, 각 장의 도입 부분에 소개글을 간략히 붙여 전체 구성과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각 장 말미의 ‘붙임 말’은 본문의 이해의 시야를 넓혀준다. 옮긴이는 장자, 노자, 공자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더불어 장자와 동시대 사상가인 맹자가 왜 《장자》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지 그 이유도 알려준다. 또한 《장자》에 실린 이야기가 다른 고전에는 어떻게 언급되었는지 세밀하게 들려준다. 예를 들어 제4장 ‘인간세’의 붙임 말에서는 초나라 광인 접여와 공자가 만난 에피소드가 《논어》에는 어떻게 실려 있는지 비교하고, 제24장 ‘서무귀’의 붙임 말에서는 관중과 제나라 환공과의 대화 내용의 뒷이야기가 《한비자》에는 어떻게 소개되었는지를 들려준다. 이러한 옮긴이의 글들은 폭넓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장자》를 읽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다.
장자 하면 이솝 우화가 떠오르는데, 그것은 그만큼 발상이 기발하고 해학적이기 때문이다. 장자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누구나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그의 생각은 광대하면서도 기상천외하고, 말은 예리한 송곳 같아서 어리석음으로 부풀어진 뇌리를 콕 찌르는 것 같다. 문장에는 풍자와 역설과 반어법으로 가득 차 있지만, 고정된 사물의 관념이나 고착화된 사고의 틀을 깨고 넘어서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장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대인의 고단함을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하루 10분씩 장자의 글을 읽으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산뜻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더불어 독자들이 주석 없이 원전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옮긴이 서문’ 중에서
사람이 기나긴 인생을 살아가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서 지식을 쌓으며 수신해야 한다. 그래서 작은 앎은 큰 앎에 미치지 못하고, 지혜가 작은 사람은 지혜가 많은 사람의 속마음을 짐작하지 못한다. 그처럼 짧은 세월을 사는 존재는 긴 세월을 헤아릴 수 없으니, 나이가 어린 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의 경험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대붕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제1장 소요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