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가끔은 타인이 되어
가끔은 탐욕이
보리밭처럼 촘촘히 자라고 있다
휘청거리다
갇힌 그늘의 구름같이
나의 중심에 맴돌던 나는 없다
내 안에 고여 있는
몸 벗은 마음도 없다
새싹 몇 개가
땅 껍질을 열치고
세상에 없는 나를 깨운다
나는 이제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다만
나를 읽어가는 나일 뿐이다
自我, 결코 달아날 수 없는
어느 심장 밑에 숨은 덫인지요
뉘 아린 버팀목 같은 반란인가요
누룩처럼 부풀고 있는
이 무언無言
뭉툭한 꼬리 달랑 하나 달고 허공마다 끄집어내는
저 소리의 극점極點
생生은
굽이굽이 건반을 타고 흐르는
곡선이라는데
아닌가요?
결코 달아날 수 없는
화암사*를 가다
나는 짐 얹힌 마음 털어내려고
비틀비틀
화암사에 간다
번뇌의 품목 몇 개쯤
덜어내기 위해
산중 화암사에 간다
구름길을 지나고
산 번지 길 몇 개 등에 지고 가는데
한달음에 달려온 화암사
스님이 무릎기도 안고 와서 던진,
마디마디 속마다
대나무 속 둥근 마음 보란다
눈물보다
진한 몇 마디 그 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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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옭매인 보따리
죄다, 광목천에 둘둘 말아 내던지고
굴뚝새처럼 떠다니고 싶다
*전북 완주군 경천면에 있는 사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