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부와 계급의 그늘을 조명하며,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응원의 눈길로 바라보는 김이은 작가의 『동물농장』이 출간됐다. 『동물농장』은 각종 비리와 불법 사실을 숨기고, 여론을 조작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마루그룹의 창업자 최현백을 처단하기 위해 모인 희생자들이 최씨 일가에 은밀하게 스며들어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엄청 도덕규범 잘 챙기게 생겼는데 여기서 일할 수 있겠어요?”나를 아래위로 한 번 훑어보곤 이관석이 건성으로 물었다. 그래도 면접이랍시고 왔는데 한마디 없이 나가라고 하기가 미안했었다나. 표정만으로도 딱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일자리가 절실했다. 편의점 알바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페이가 셌으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때 이미 이관석은 속으로 불법도박장 관리까지 맡을 사람을 찾고 있던 거였다.“IMF 때 집안이 망해 엄마가 갓난쟁이인 저를 데리고 필리핀으로 도망쳤어요.”내 대답은 이렇게 시작됐다. 필리핀 하면 카지노라는 걸 연상시킬 의도는 없었다.
“내가 말했죠? 태은 씨를 진흙탕에서 꺼내줄 거라고. 내가 틀렸어요. 태은 씨를 그 구렁텅이에서 구해내는 건 오직 태은 씨만이 할 수 있어요. 지하 바닥에서 펜트하우스까지 수직 상승하는 거예요.”김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치 태은에게 다짐이라도 받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하 바닥에서 펜트하우스까지’.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떨렸다. “우리가 뒤집을 거예요. 통쾌하게. 정의를 보여주는 거죠.”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이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으며,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일리자로프의 가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코끼리가 떴다』, 『어쩔까나』, 『산책』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검은 바다의 노래』, 『11:59PM 밤의 시간』, 『열두 켤레의 여자』, 『하인학교』를 썼다. 『하인학교』는 영상화 계약과 함께 2개국에 수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