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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풍경 2024.가을
1호, 창간호
등(도서출판) | 부모님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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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문학의 본질은 인간의 본연의 자유와 존엄을 향한 사랑과 연민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적 편견과 독선에 맞서, 인간이 지향하는 문학의 자율성과 심미적 미학적 세계를 펼치고
자 이 문학지를 만들었다. 무의식의 심연에 웅크리고 있던 작가들이 모여 문학의 정한을
모국어의 숨결로 아름답게 승화시키고자 첫발을 내딛는다.
창간호는 마침‘책이있는풍경’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시인들이 멋드러진 창간 축하
시를 보내와 <대한민국을 움직인 대표 시인선>, <책풍작가 시인선>이라는 공간으로 모여
들었다. 언어가 진실로 삶에 접근해 들어갈 때, 예측 불가능하고 거대하며 분리 불가능한
혼돈의 소용돌이인 삶 앞에서 언어의 구조물은 부식되고 부스러지며 침몰해간다. 언어의
실패를 쓰는 것, 언어의 파괴를 전면적으로 드러내면서 그것을 견디면서 그 아래 우글거
리는 삶을 향한 텅 빈‘구멍’을 쓰는 것, 그것이 시의 욕망일진대 이 <책이있는풍경>에 스
며든 시인들이 모두 그러한 시적 언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비밀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존재의 비밀이기도 문학의 비밀이기도, 삶의 비밀
이기도 하다. 또한 비밀은 두려움과 호기심, 고통과 아름다움, 숨김과 드러냄, 상처와 치
유가 뒤섞인 소용돌이치는 욕망의 늪과 같다. 소설은 명료하게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의 풍
경을 낯설음의 언어로 표현한다. 그러기에 소설의 언어는 외침이 아닌 속삭임이며 소설의
사유는 개념적인 답이 아닌 감각적인 질문의 형태이다.
특집 <고창신재효소설문학상 수상자 작품 모음>과 책풍작가회 회장 김홍정을 비롯하
여 이병천, 노은희의 소설을 통한 불가피한 미래와 자본주의에 맞선 문학적 분투를 소설
에서 확인한다.
소설 6편은 한결같이 폭넓은 활동반경을 반영이라도 하듯 그들의 작품은 매우 다채로
우면서도 깊이가 있고 단일한 논리의 그물 안에 갇히지 않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작가의
문학과 삶의 연계를 밝히는 좋은 소설들이다.
창간호 기획란에는 50년 동안 동학을 연구한 조광환의‘한국 민주주의의 시작, 집강소
통치’를 김연민 교수는 예이츠, 멀둔의 작품으로 예술과 현실 사이의 미적 거리를 유지하
는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가고 있는‘아일랜드 비가’를 보내 왔다. 비밀의 속삭임에
공모하는 작업이 평론이다.
평론은 비밀의 늪에 공모의 덫을 놓는다. 평론은 비밀의 운명을 공모의 형식으로 완성
한다. ‘소설의 운명’속에‘비평의 형식’에 박성현의 평설과 나의 졸고를 통해 창작과 비
평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임을 말하고 있다.
돌이켜보면‘책이있는풍경’이 시작된 12년 전에는 내가 토로한 한탄에는 늘 괴로운 자
책이 있었지만 다가와 준 많은 작가들과 책풍지기들과의 노력이 우리가 함께 할 미래에
힘을 불어 넣어 주는 동력이었던 것 같다. 그 마음들을 엮은 시와 산문, 리뷰, 포토포엠 등
을 통해 창작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그들의 글을 심는다. 바깥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현
상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기획했는데 모두 우리의 예측을 넘어서는 글들을 보내주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무엇을 지향하며, 무
엇을 그리며 살아야 하는가, 혹은‘나’는 누구인가, ‘너’와‘나’의 관계성은 무엇이며 또
어떠해야 하는가. 그 많은 물음 앞에 각양의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아니지만 <책이있는풍경> 회원들이 자기의 방식으로 소담스런 이야기를 시와
수필, 그림으로 꺼내 들었으니 격려와 함께 그들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주기 바란다.
오늘날 문학은 사양 산업으로 여겨진다. 작가가 지녔던 예전의 권위는 그 빛을 잃어가
고 문학에 모아졌던 애정어린 시선도 빠르게 분산되어가고 있다. 문학을 둘러싼 정치, 사
회, 문화적 지형의 급격한 변화는 문학에게 이제 영원히 주변부적 위치만을 허용할 태세
를 갖추고 있으며 문학은 그런 외적 조건을 극복할 만한 그 어떤 적절한 타개책도 마련하
지 못한 채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불안하면서도 안타까운 모습만 노출하고 있다. 이 부정
적 시류속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어쩌면 돌파구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책이있는풍경》문예지 창간호를 통해 무슨 일이 자꾸만 일어날 것 같은 행복한 미
소를 머금고‘문학의 길 찾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 발행인 박영진 평론가 -

편집후기

올해보다 더 뜨거웠던 해가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사실 기상이변이 먼저다. 퍼붓는 폭우의 양은 수치를 가늠할 수 없다. 끝내 버티던 책풍 본관과 어린이도서관쪽 통로가 무너졌다. 비에 젖은 들보가 삭아 주저앉은 탓이다. 다행히 집 안에 머문 사람이 없어 다친 사람은 없지만, 어느 곳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4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에 복구작업은 더디고 부족한 자재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첫 출간 종합문예지《책이있는풍경》의 전망도 어둡다.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기대했던 이들의 관심도 식은 것처럼 느껴진다.
책풍의 힘은 회원들의 자원봉사다.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은 회원들이 달려오고, 후원자들이 힘을 보탠다. 공사를 지휘하는 건축설계사님은 냉정하게 땜질이 아니라 근원적인 수리를 명하자 건물 외관이 조금씩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미뤄두었던 책 작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할 즈음이다. 책 출간에 이골이 난 책풍작가회가 나서자 주변 작가, 회원들의 투고로 마감 시간이 이르기 전에 원고가 넘친다.
종합문예지《책이있는풍경》창간호를 올립니다. 고창 책풍은 이제 제 모습을 전할 매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회원들과 작가들의 진심이 들어 있습니다. 그들의 진심에 공감하며 밑줄로 읽으며 게을렀던 자신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이 책의 출간을 도와주신 분들을 모두 명시하고 싶지만, 그분들의 뜻이 아님을 헤아려 그냥‘고맙습니다’란 말로 대신합니다. 모두 서로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김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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