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뇌 손상을 입고 태어난 장애인 조카를 오빠 부부와 함께 돌보게 된 작가가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 내는 조카와 보낸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조카를 돌보며 나를 돌보았다’고 고백하는 고모와 세상 그 어떤 아이보다 용감한 조카의 상부상조 성장기를 통해 ‘돌봄’의 의미를 묻는 따뜻한 그림책이다.조카의 수술을 앞둔 날 새벽. 오빠와 새언니가 집도의 교수님을 만나고 와서 전해 준 말을 잊을 수 없다. 아주 위험한 수술이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두개골을 임시로 벌려 두는 장치를 하는 수술인데, 돌이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단다. 그런데 내가 잊을 수 없는 말은 따로 있었다. “아픈 아기들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고, 사랑받고 있는지 없는지 너무 잘 안다.” 나는 좀 자신이 생겼다. ‘절대 모를 수 없게 하면 되지 뭐.’
어느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조카는 홀로 우주에 떠 있는 기분일 것”이라고. 빛도 없고, 소리도 없는 채로 말이다. 우리는 아이를 쉼 없이 안아 준다. 남들이 뭐라 해도.
2018년 3월부터 조카를 그렸는데 나조차도 이유를 몰랐다. 느닷없이 왜 조카를 그려야겠다 마음먹게 되었는지. 나는 누군가와 조카의 일상을 나누고 싶다. 그런데 다들 나의 이야기를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도화지는 다르다. 언제나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때로는 맞장구까지 쳐 주는 것만 같다. 나는 조카를 그리면서 나를 깊이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정말 못나 보였는데 이것은 이래서, 저것은 저래서 좋다. 심지어 못 그린 그림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조카를 돌본 줄만 알았는데 나를 돌보아 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