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스터 사이언스』를 쓴 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연구소 한성구 교수는 서양 과학 지식의 전래로 영향을 받은 중국 철학의 근대적 전환을 연구하는 등 중국 문화 전문가로 활발하게 집필 및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서양 과학 서적의 번역 상황과 중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소개하는 역사학자 쩌우전환의 대작 『번역과 중국의 근대』를 우리말로 옮긴 바 있다. 이 책은 저자가 ‘NAVER 프리미엄 콘텐츠’에 현대 중국 문화를 ‘과학’이라는 키워드로 연결지어 연재한 원고를 바탕으로 삼은 것으로, 연재 당시에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오늘날 중국 과학의 발전은 과연 소수의 능력자들이 일구거나 어떤 비약적인 발전 정책을 실시해 가능했던 것일까? 저자는 기존 중국 사회에서 진행했던 과학 관련 연구나 활동이 서구의 것과 많이 다르나, 이 두 영역은 오랜 시간을 두고 교류를 하면서 때로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충돌하면서 조정과 융합을 도모해왔다고 말한다. 이러한 역사를 거쳐오면서 현대 중국은 심리적인 열등 의식을 극복하고 자연스레 외래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으므로, 중국 과학 발전의 동력과 근원을 찾기 위해서는 근대부터 이어진 과학기술에 대한 탐구 과정을 냉철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기술 국수주의나 기술 독점, 아울러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보이는 강한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도 커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저자는 중국의 진면목과 그 안에 담긴 역사의 무게를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가카쿠(かがく)로 발음되는 일본어 ‘科學’은, 중국과 한국에서 모두 근대어이자 번역어이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과학’이란 단어가 우리말이거나 중국에서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잘못 안 것이다. 근대 이전에 동아시아에 ‘과학’에 해당하는 활동이 존재했었는지는 더 살펴봐야 할 문제이지만, ‘과학’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한국과 중국에서는 외래어이자 번역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양의 science와 일본의 かがく, 중국의 kēxue, 한국의 ‘과학’은 모두 같은 것일까? 비록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科學’이라는 용어는 science를 번역한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도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 다름을 추적하여 의미의 변화 및 수용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현대 중국의 대중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1. 동아시아에 ‘과학’은 존재했을까>에서
중국인들이 근대적 유토피아 관념에 주목하게 된 것은 계속되는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좌절감 및 수치심과 관련이 크다. 현실에서 느낀 좌절감과 나라와 민족의 암울한 미래 앞에서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위안이었다. 여기에 더해 서양 과학 사상과 진화론의 전래는 순환론적이고 정체된 관념에 갇혀 있던 중국인들로 하여금 직선적이고 역동적인 시간관을 갖게 했으며,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인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특히 전통 가치관이 무기력하게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서양 과학은 나라와 민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미래의 ‘신중국’을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것이었다.― <멋진 신세계, 유스토피아>에서
서양의 해부학이 중국에 소개되었을 때, 가장 주목받은 것은 무엇보다 뇌가 인간의 지각과 사고를 담당한다는 생각이었다. 일찍이 마테오 리치도 뇌의 역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뇌의 구조와 기능보다 영혼과 영혼의 주인인 절대자에 대한 설명에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중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홉슨은 달랐다. 그는 사유 기관으로서의 ‘심(心)’과 생명의 중심으로서의 ‘심장’을 하나로 보는 중국적 관념을 부정하고 뇌가 인체를 제어하고 지각과 사유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마음과 뇌를 별개로 보게 되면 인간은 육체와 정신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한의학의 토대는 물론, ‘심’을 인간 본성의 근원으로 여기는 성리학(性理學) 전체가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한의와 양의 논쟁>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성구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학 철학과에서 중국 근현대철학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중국의 근대, 근대의 중국』, 『원시 유교, 동아시아 문명의 축』, 『생태미학과 동양철학』(공저), 『전통 인성교육, 이렇게 한다』(공저), 『중국 6세대 영화, 삶의 진실을 말하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번역과 중국의 근대』, 『중국 윤리사상 ABC』, 『송나라 식탁 기행』, 『과학과 인생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