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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사생아들
글누림 | 부모님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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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싸구려 취급받는 비(B)급 역사로서 우리 근현대 역사문예에 관한 뒷담화다. 사실과 허구가 저지른 불륜의 산물로서 역사문예 텍스트에 얽힌 비화를 테마 중심으로 추적한 일련의 연작이다. 모름지기 한국에서 역사문예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과거사로 광고될 때 그나마 역사의 서자로서 대중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그 민낯을 세세히 들여다볼 터, 독자의 인내를 간곡히 청한다.

  출판사 리뷰

역사문예를 대표하는 장르로서 역사소설의 전통은 오늘날 ‘팩션(faction)’이라는 용어를 달고서 변신한 듯 보인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더해 꾸민, 사실(fact)과 픽션(fiction)이 조합된 역사문예가 팩션이다. 최근엔 고증이나 사실 여부를 괄호 친 상태에서 기록에서 끌어온 역사적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과감하게 리모델링한 퓨전사극(fusion historical drama)이라는 이름의 역사문예도 등장했다. 언뜻 진화한 듯한 역사문예의 이들 신생 장르는 사실 공허하기 그지없는 명칭 놀음에 불과하다. 역사소설을 비롯해 역사극, 역사영화, 역사뮤지컬 등의 역사문예는 본래 기록적 사실과 가상의 허구가 만나야지만 잉태될 수 있는 이야기, 즉 서사(敍事,narrative)다. 역사학자 카(E.H. Carr)는, “사실이란 자루와 같아서 안에 무엇인가를 넣어 주지 않으면 일어서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 무언가로 역사학자의 해석을 꼽았다. 역사문예의 경우 바로 허구가 역사학자의 해석에 상응한다. 그런 맥락에서 모든 역사문예는 허구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는 팩션이다. 결과적으로 역사문예는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기록적 사실을 빌미 삼은 허구의 이야기라는 공통의 뿌리에 닿아 있다.
역사문예 작가는 마치 역사가인 양 엄숙한 포즈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역사문예를 감상하는 독자 혹은 관객의 진지함 또한 그에 못지않다. 그러면서도 대중은 은연중 역사서에 비해 역사문예가 저급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정품이 아닌 모조품, 정실부인의 자식이 아닌 첩의 자식쯤으로 역사문예를 대하는 태도다. 그러면서도 대중은 그처럼 싸구려로 팔리는 역사문예에서 역사 지식의 대부분을 구한다. 일찍이 우리 근대의 신문저널리즘은 자미(滋味, ‘맛을 돋구다’는 뜻을 지닌 ‘재미’의 옛말) 가운데 역사적 교훈을 주는 대중문화 상품으로 역사소설을 독자에게 제안했다. TV와 스크린, 그리고 인터넷 등 구입처만이 다채로워졌을 뿐 재미와 교훈의 결합이라는 역사문예의 유전자는 지금에 와서도 변함이 없다. 문제는 역사문예에 담긴 허구가 검증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역사문예에 재연된 과거가 공인된 역사가 아니라는 암묵적인 인식 때문이다. 언론이 나서 특정 역사영화의 사실 왜곡을 시비하거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사극을 두고서 실존 인물과 가상의 인물을 변별하고 그들 행적의 개연성을 따져 묻는 문서가 인터넷 여기저기에 넘쳐나는 사태는 역사문예가 역사서와 다르다는(달라야 한다는?) 전제가 여전히 굳건한 현실을 말해준다. 그러면서도 사실과 허구가 저지른 불륜의 사생아쯤으로 대접받는 역사문예가 정작 대중이 가장 즐겨 찾는 역사의 배움터라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싸구려 취급받는 비(B)급 역사로서 우리 근현대 역사문예에 관한 뒷담화다. 사실과 허구가 저지른 불륜의 산물로서 역사문예 텍스트에 얽힌 비화를 테마 중심으로 추적한 일련의 연작이다. 모름지기 한국에서 역사문예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과거사로 광고될 때 그나마 역사의 서자로서 대중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그 민낯을 세세히 들여다볼 터, 독자의 인내를 간곡히 청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병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로 한국 근현대소설 연구자이다. 저서로 『역사소설 자미에 빠지다』(삼인』, 『역사문학 속과 통하다』(삼인), 『정전의 질투』(소명출판), 『우리말의 이단아들』(글누림), 『우리 근대의 루저들』(글누림), 『우리 소설의 비급』(기파랑)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한국 최초의 역사소설은 『장발장』이다!?
마의태자 ‘김충’은 없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죽음을 내어주면서 죽음을 받아내다
‘낙랑공주’의 자명고는 스스로 울리지 않는다
‘미실’은 성 혁명가였다!?
‘황진이’를 만난 자 누구인가
역사를 삼켜버린 전설
‘의자왕’은 백마강에 몸을 던졌나
낙화암의 삼천궁녀는 세 개의 하늘이다
조선의 모차르트 Vs. 살리에리
어느 역사소설가의 최후
『임꺽정』은 『조선일보』의 비기(祕技)였다
희미한 옛 제국의 그림자
하늘의 후손 ‘주몽’은 사생아였다
‘민비’의 이름을 찾아서
내가 조선의 국모다
‘김옥균’과 싸운 ‘김옥균’
영웅은 어떻게 부활하는가
예루살렘에서 서라벌까지
아리랑국을 기억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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