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저자의 유년 시절과 이제는 점점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전라도의 옛 농촌 일상을 담아낸 소박하고도 따뜻한 기록이다. 저자가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삶의 풍경들은 공학자로 살아온 이성적인 삶과 대비되어, 어린 시절의 따뜻한 순간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책 속에 펼쳐진 이야기는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마당, 봄비 내리는 날의 여운, 여름 장마 속 대나무 숲의 서늘함, 가을 들녘의 낙엽 냄새 그리고 따스한 화롯불 옆 가족과 같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다. 당시 사용하던 단어와 사투리를 생생하게 살려, 독자로 하여금 반세기 전 시골 마을을 눈앞에 그릴 수 있게 하였다. 『오래된 풍경화』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감각과 추억을 일깨우는 따뜻한 선물이다.
출판사 리뷰
세월의 흔적으로 희미해진 풍경
그 조각들을 글과 그림으로 되살리다!
추억은 과거를 돌아보는 창
현재를 비추는 거울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다!
정년 퇴임을 앞둔 공학자 정경훈이
따뜻한 감성으로 그려낸 추억의 풍경
이 책은 저자의 유년 시절과 이제는 점점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전라도의 옛 농촌 일상을 담아낸 소박하고도 따뜻한 기록이다. 저자가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삶의 풍경들은 공학자로 살아온 이성적인 삶과 대비되어, 어린 시절의 따뜻한 순간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소박한 풍경 속에 숨겨진 감성과 기억의 조각들은 독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어루만지고 그리움의 정서로 가득차게 할 것이다.
책 속에 펼쳐진 이야기는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마당, 봄비 내리는 날의 여운, 여름 장마 속 대나무 숲의 서늘함, 가을 들녘의 낙엽 냄새 그리고 따스한 화롯불 옆 가족과 같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다. 당시 사용하던 단어와 사투리를 생생하게 살려, 독자로 하여금 반세기 전 시골 마을을 눈앞에 그릴 수 있게 하였다. 『오래된 풍경화』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감각과 추억을 일깨우는 따뜻한 선물이다.
어머니가 아랫목 벽에 기대어 솜이불 속으로 발을 넣고 뜨개질을 합니다. 우리들의 발이 이불 속에서 두더지처럼 움직이자, 애호박만 한 털실 뭉치가 이불 위를 돌돌 구르다가 이불 고랑 아래로 실을 풀어내며 달아납니다. 기다란 대바늘과 함께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어머니의 손가락 리듬에 맞춰, 붉은색 털조끼가 마치 물을 머금은 콩나물이 자라듯 점차 커 나갑니다.
온 집안에는 정적이 감돕니다. 어른들은 모두 들일을 하러 나갔나 봅니다. 멀리서 낮닭 우는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옵니다. 나무판자와 통나무로 걸쳐진 똥통 아래서부터 똥오줌이 썩는 냄새가 올라오고, 쉬파리와 벌처럼 생긴 날벌레들이 왱왱거리며 칙간 여기저기를 분주하게 날아다닙니다. 쌀 튀밥 같은 하얀 고자리들도(2) 나름대로 방향을 잡고 스프링처럼 몸을 늘였다 줄였다를 반복하면서 꼬물꼬물 똥통을 따라 열심히 기어오르고, 어딘가로 끊임없이 행진합니다. 칙간 구석에는 쟁기와 써레가 흙이 묻은 채로 놓여 있고, 그 위로 먼지가 엉켜 붙은 거미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칙간의 뒤쪽 흙 담벼락이 무너져 내려, 수수깡과 막대기가 드러난 구멍으로 햇살이 새어 들어와 칙간의 한쪽을 밝힙니다. 그 눈부신 구멍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먼지 먹은 거미줄을 흔듭니다. 칙간을 가리고 있는 거적때기에는 낡은 대바구니가 걸려 있고, 그 속에 신문지와 낡은 노트를 잘라 만든 휴지 조각이 들어 있습니다.
물속에서 한참을 놀다 보니 귓구멍을 막았던 쑥범벅이 물을 먹고 빠져나가고, 물이 귓구멍 속으로 들어가면 귓속이 둔탁한 울림으로 짓눌립니다. 물이 들어간 쪽 귀를 아래로 삐딱하게 고개를 젖혀 모둠 뜀뛰기를 반복해 보지만, 여전히 귓속이 무거운 것에 눌린 것 같이 답답하고 머릿속이 팅팅 울리기만 합니다. 강가 돌무더기에서 납작한 돌멩이를 하나 주워 물이 들어간 귀에 대면,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돌멩이의 열기가 귓바퀴로 전해집니다. 고개를 다시 젖히고 모둠 뜀뛰기를 시도하던 순간, 갑자기 따끈한 한 줄기의 물이 귓구멍을 타고 흘러나옵니다. 머릿속에 돌멩이라도 박혀 있는 것 같았던 묵직한 느낌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귓속이 개운해집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경훈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정년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그동안 만들고 모아 온 그림과 학회지에 실었던 글을 가다듬고 덧붙여 한 권으로 묶어냈다.
목차
들어가는 말
I 빛바랜 풍경화
눈이 온 날
겨울 소경(小景)
동짓날
화롯불
이(虱)잡기
목욕
정월대보름
병아리
봄빛
봄날은 간다
봄비
정적(靜寂)
보리 타작
모내기
대나무
장마
여름밤
단수수
멱감기
소나기
모정(茅亭)
풍뎅이
엿과 아이스께끼
백로(白露) 무렵
가을날
가을 운동회
나락 거두기
바가지
깡통차기
메주
만화
입동(立冬) 무렵
밤길 242
겨울 학교
강물
II 기억의 조각들
물고기
우리 개 ‘에스’
홍수
강태공 아저씨
집텃골
추석의 기억
맺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