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작 『반역자와 배신자들』로 전쟁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이준호의 신간, 『생존자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세기를 비명의 늪에 빠뜨렸던 2차 세계대전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중에서도 특히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주목한다. 지옥을 알리기 위해 아우슈비츠로 걸어 들어간 폴란드 군인, 미국 정보원과 대통령 보좌관까지 지낸 ‘리옹의 인간 백정’,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지성과 창조성을 빛낸 예술가들……. 생존자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하다. 이 책은 한 사건의 집단 생존자들, 전시 성폭력의 피해자들, 영웅적 행동으로 승리자가 된 군인들, 가해자를 용서하고 트라우마를 이겨낸 사람들, 그리고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부지한 악인들 등 다채로운 사례를 조명한다.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모으면서 저자는 전쟁이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모습, 다시 말해 연대와 의지와 생명력이 전쟁 속에서 얼마나 뜨겁게 불타오르는지를 역설한다.
출판사 리뷰
★ 문화체육관광부 성장·도약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지옥을 알리기 위해 아우슈비츠로 걸어 들어간 폴란드 군인,
나치의 고문 기술자에서 중남미의 대통령 보좌관으로 변신한 ‘리옹의 인간 백정’,
체포와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지성과 창조성을 빛낸 예술가들……
2차 세계대전이라는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인간들,
역사적 맥락과 인간 존재의 본성으로 뒤얽힌 그들의 생존 기록
전작 『반역자와 배신자들』로 전쟁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이준호의 신간, 『생존자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세기를 비명의 늪에 빠뜨렸던 2차 세계대전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중에서도 특히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주목한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특정 집단과 국가의 적’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체포되거나 살해당했던 이 극한의 상황에서 기적같이 살아 돌아온 이들. 이들이 각자 살아남은 상황이나 위치는 전부 다르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읽는 것은, 굵직한 세계 역사의 연대표에서 누락된 개인들의 입장과 성취를 발굴함으로써 우리의 시선을 환기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생존자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하다. 『생존자들』은 한 사건의 집단 생존자들, 전시 성폭력의 피해자들, 영웅적 행동으로 승리자가 된 군인들, 가해자를 용서하고 트라우마를 이겨낸 사람들, 그리고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부지한 악인들 등 다채로운 사례를 조명한다.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모으면서 저자는 전쟁이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모습, 다시 말해 연대와 의지와 생명력이 전쟁 속에서 얼마나 뜨겁게 불타오르는지를 역설한다.
“우리는 이들의 극한 생존기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흉포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인간이란 존재가 자신에 대한 도전과 핍박에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또한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역시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다른 무엇보다도 위대하다.” (본문)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인간은 왜 멀리 보지 못하는가
인간은 역사 앞에서 얼마나 미약한가
……인간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
이들의 생존 역사는 곧 인류의 생존 역사다
생존자들은 저마다의 지옥을 견뎌내 결국 역사의 증인이 되었다.
1940년 반나치 예술가들의 탈출을 기획하고 지원한 미국인 배리언 프라이는, 마르세유 외곽의 한 비밀스러운 저택에 자신이 돕는 유럽 지식인 및 예술가들을 위한 안식처를 마련했다. 이 저택 ‘빌라 에르벨’에 모인 이들은 한나 아렌트, 막스 에른스트, 앙드레 브르통, 마르셀 뒤샹, 위프레도 람, 클로드 레베스트로스, 하인리히 만, 마르크 샤갈 등 다양했다. 이들은 비록 난민 신세였지만 자신들의 존엄을 잃지 않았고 신세를 비관하지도 않았다. 대개 매주 일요일이면 앙드레 브르통과 그의 부인 재클린이 주도하는 모임이 열리곤 했다. 단순한 티타임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 지성인들의 ‘지적 유희장’이자 ‘토론장’이었다. 이 모임에서는 현장에서 시와 대사가 탄생했고 노래가 즉흥적으로 흘러나왔다. 이들은 서로의 컨디션과 사기를 올리기 위해 때때로 파티를 열기도 했는데 저마다의 개성이 가득한 즉흥 복장을 만들어 참여하곤 했다. 특히 화가들이 초현실주의적인 복장으로 등장했고 다른 사람들이 의상을 만드는 데 함께했다. 술과 담배 연기가 이들의 지적 대화와 웃음소리에 어우러지면서 ‘초현실주의 파티’의 긴 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렇게 이들은 유럽을 떠날 수 있는 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절망의 시대에 진정한 유머와 사랑을 꽃피웠다.
한편 베를린이 소련군에 함락된 후 끔찍한 범죄에 노출된 이도 있다. 당시 베를린 여성들은 복수에 눈이 먼 소련군들로부터 무차별적인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 당시 얼마나 많은 독일 여인들이 자살했는지는 지금까지 아무도 그 정확한 숫자를 알지 못한다. 전후 베를린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로 상처를 받거나 성병에 걸려 치료를 받아야 했던 시민들의 숫자만 10만 명이었다. 영국 역사가 엔터니 비버에 따르면 독일 전체로는 200만 명이 전쟁 전후에 벌어진 집단 성폭행의 피해자였다고 한다. 전후 1946년에서 1947년 사이 독일 신생아의 3~4% 정도가 소련군의 성폭행으로 태어난 사생아였다. 8장에서 다루는 ‘무명 여인’ 역시 이들 중 하나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세세히 기록하여 종전 후 출간하면서 당시 승자인 소련군이 독일 여성들에 자행했던 수많은 폭력을 고발했다. 책이 나오자마자 독일 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비평가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주된 비난은 이 책이 ‘독일 여성들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부는 저자가 소련군의 만행을 강조하여 반공 분위기에 편승하려 한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 때문인지 독일에서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절판되고 만다. ‘무명 여인’은 평생 다시는 이 책을 출판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그 결심을 지켰다. 이 책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저자의 사후인 2003년의 일이었다.
생존자들 중 피해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6부 ‘악인의 생존 방법’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을 떨쳤던 두 사람의 생존기 또한 다룬다. 그중 클라우스 바르비는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나치 친위대로, 유대인과 레지스탕스 운동가들을 잔혹하게 고문하여 ‘리옹의 도살자’라는 수식어를 얻은 인물이다. 그는 고아원을 습격하여 어린 아이들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기까지 했다. 독일이 패망하면서 그의 운명도 막다른 길에 다다를 것 같았지만, 그의 대공 첩보 및 정보 수집 능력을 높이 평가한 미국이 그를 정보요원으로 활용하면서 보호하게 된다. 이후 바르비는 여러 나라를 거치며 사업으로 큰돈을 벌고 고위 권력층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당당히 양지에 나와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바르비를 끝까지 추적한 나치 사냥꾼들에 의해 결국 그의 정체가 탄로 났지만, 그를 보호해 주었던 국가 권력의 도움으로 죗값을 별로 치르지 않았다.
이처럼 생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똑같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도 각기 다른 전쟁을 치른 셈이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떠나 이들은 생존의 의지를 벼리며 전후 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세계를 다시 휘감고 있는 전쟁과 폭력의 그림자 속에서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등,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폭력과 화염이 들끓고 있다. 전쟁 기술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과거보다 더 잔혹한 살상 무기와 더 교묘한 정보 및 언론 통제가 전쟁 지역과 비전쟁 지역을 극단적으로 갈라놓는다. 오늘도 겨우 목숨을 부지한 생존자들과, 숨 쉬는 게 너무도 당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생존’의 의미는 아주 다를 것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은 누구에게나 언제라도 극악의 고통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과거 생존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거대 역사와 권력 앞에서도 살아남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생존자들. 지금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있게 한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이자 지금과 미래의 폭력 앞에서 우리 역시 살아남기를 포기하지 않게 할 힘이 되어 준다.
다수의 사람들이 힘없이 죽어가는 한편 극한의 상황에서도 놀라운 정신력과 의지를 바탕으로 기적처럼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기적같이 생존한 사람들’의 놀랍고도 전율할 만한 생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 살아남은 배경이나 상황은 전부 다르지만 이들의 생존은 하나하나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했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은 전범이나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수단을 사용하여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우리는 이들의 극한 생존기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흉포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인간이란 존재가 자신에 대한 도전과 핍박에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또한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역시 알 수 있을 것이다.
일가족이 모두 죽는 경우도 다반사였는데,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당시 불과 11살의 소녀였던 타티야나 사비체바의 사례였다. 레닌그라드 출생으로 불과 6살 때 아버지를 잃었던 타티야나는, 안네 프랑크가 암스테르담의 은신처에서 일기를 쓴 것처럼 레닌그라드 포위전 당시 상황을 노트에 남겼다. 이 어린 소녀는 자신의 공책 한쪽에 가족 6명의 죽음을 분 단위까지 나눠 순서대로 기록했다. 처음에는 언니가, 이후 할머니, 오빠, 삼촌들이 죽었고 마지막으로 1942년 5월 13일에 타티야나의 엄마가 죽었다. 이후 그녀는 다행히도 레닌그라드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지만 오랜 영양실조에 따른 결핵으로 1944년 7월에 사망하게 된다. 타티야나의 일기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었다. 그녀의 일기의 마지막엔 “타냐(타티야나의 애칭) 혼자 남았다”라는 짧은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독일인들에게 최상의 편의와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배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승객들과 함께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엄청난 비극이 벌어진 가운데에서도 신생아 한 명을 포함한 1,252명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생존자들 상당수가 동부 출신 피난민들(한국으로 치면 이북 출신 피난민)이었는데, 훗날 독일 사회에서 귀환 전쟁포로, 생존 여성들(원래 의미는 폐허를 치우는 여인들) 및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1950년대 경제 부흥을 이룬 한 축이 되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준호
고려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했으며 현대자동차 해외영업 부서에 근무 중이다. 학창 시절부터 전쟁사와 무기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관련된 많은 영화, 다큐멘터리, 서적 및 자료들을 탐독했다. 이러한 관심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졌다. 유럽, 터키,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의 해외 거주 경험과 여행 등을 통해 많은 전적지와 박물관 등을 견학하며 관련 견문을 넓혀왔다. 카카오의 예비작가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www.brunch.co.kr)에서 활동하며 역사 및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글들을 나누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매스 서바이버
1장.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던 900일의 악몽, 레닌그라드 시민들
2장. 제3제국의 타이타닉, 독일 유람선 빌헬름 구스틀로프호의 생존자들
3장. 마르세유를 거쳐 자유를 얻다, 빌라 에르벨의 방랑자들
2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사람들
4장. 강요된 패장에서 최후의 승리자로, 조너선 웨인라이트
5장. 지옥을 알리기 위해 지옥으로 들어가다, 비톨트 필레츠키
6장. 검은 튤립의 전설을 쓴 사나이, 에리히 하르트만
7장. 가해자에게 할 수 있었던 최대의 복수, 알렉산드르 페체르스키
3부 전시 성폭력의 피해자들
8장. 죽을 때까지 밝힐 수 없었던 이름, 베를린의 무명 여인
9장. 살아남을 운명이었던 불굴의 여인, 비비안 불윙클
4부 예기치 못한 운명에 휩쓸리다
10장. 죄책감에 무너진 비운의 희생양, 찰스 맥베이
11장. 태평양 전쟁 제1호 포로, 사카마키 가즈오
5부 가해자를 용서하다
12장. 사선을 넘어 백악관까지 간 사나이, 조지 부시
13장. 극한의 고통을 용서로 승화시키다, 에릭 로맥스
6부 악인의 생존 방법
14장. 리옹의 인간 백정, 클라우스 바르비
15장. 일본 제국의 괴벨스, 오카와 슈메이
나가며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