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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방
걷는사람 | 부모님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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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박태순 중단편 소설전집』(전 7권)이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기획한 ‘박태순 전집 간행위원회’는 고인의 문학 세계를 읽고 좇아간 후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박태순이 그동안 여러 분야에 걸쳐 쌓아 온 저술 업적을 널리 알리는 데 목표를 두었다.『박태순 중단편 소설전집』은 1960년대에 문단에 등장하여 2019년 작고하기까지 소설, 국토 기행·현장 르포 같은 산문, 역사 인물 평전, 제3세계 문학 번역 등 다방면에 걸쳐 활발하게 집필 활동을 한 박태순 문학 전집의 첫 번째 성과물이다. 엄혹한 시기 무소불위의 전제와 폭압에 맞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의 창립을 주도했으며, 그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해 하나의 문학적 유산이 되게 했던 박태순. 그가 한국 현대문학사에 자못 의미 있게 남긴 발자취를 따라간다.1권은 1964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태순이 1960년대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았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적 영역의 초기작이 수록되어 있다. 먹고사는 현실의 문제와는 거리가 먼 젊은이들의 퇴폐적 내지 악동적인 세계를 주로 다루고 있다.

『박태순 중단편 소설전집』을 펴내며박태순은 한국 현대문학사에 자못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시대와의 고투 없이 쓰인 작품이 없으니, 중단편의 경우, 예컨대 「무너진 극장」에서 「외촌동 연작」으로, 거기서 다시 「3·1절」과 「밤길의 사람들」로 나아가는 계보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월남민의 자식으로 그는 도시 빈 민의 삶을 묘사하는 데 자신의 생 체험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경제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심지어 추방된 또 다른 빈민들의 집단적 형성 과정에도 집요하리만큼 큰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그는 소설을 쓰되 마치 성실한 사관처럼 당대를 생생히 기록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나아가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의 실체를 찾아내기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했다. 이는 1960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독재 정권의 흉탄에 벗을 잃은 자의 순결한 부채 의식에서 비롯했으되, 1970년 전태일의 죽음, 1980년 광주 오월에 대한 부채 의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대의 총체적인 현실은 늘 그의 소설의 기점이자 마땅히 가 닿아야 할 과녁이었다.따라서 그는 소설을 쓰되 골방에서 저만의 우주를 구축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소설은 곧 이야기였는데, 고맙게도 장삼이사 필부필부의 이야기는 사방 천지에 널려 있었다. 그는 발품을 팔아 가며 그런 이야기를 듣는 데 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국토와 민중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그를 추동했다.- 간행사 中
박태순의 소설 속 젊은 주인공들은 도시의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자기를 발견한다.집에서건 사회에서건 마치 18세기나 19세기의 유물 같은 고루한 도덕과 질서가 강요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도시의 거리로 나서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혼란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 혼란은 “여기저기서 왕상그르르 여러 소리들이 뒤섞”이고 “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가고” “음침한 고층 건물들조차도 들썩대고 있는” “도시 전체가 하늘로 둥둥 떠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감각적 무질서이기도 하고, “유보규 양의 도덕적인 이종 오빠가 개탄”하듯 도덕적 무질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무질서 속에서 그들은 자기 자신을 말끔히 잊어버리기를 원하는데, 그 ‘자기’란 18세기와 19세기의 질서에 의해 조형된 타율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기성 질서에서 보면 타락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자기에 대한 발견이기도 하다.- 1권 『서울의 방』 해설 中

  작가 소개

지은이 : 박태순
1942년 황해도 신천에서 출생했다. 이후 해주에서 살다가 1948년 월남해 서울에서 살게 된다. 서울로 이사 와서 다섯 군데나 학교를 옮겨 다니는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월남 난민으로서 체험한 소외와 빈곤의 문제가 자신의 문학적 체험이 되었다고 회상한다. 전쟁 후 1954년 대구 피난지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옮겨와 청소년기를 보낸 작가는 고교 시절 문천회, 바우회 등의 독서 클럽에 가입하면서 문학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드러내게 된다.1960년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맞이한 4·19 혁명은 작가에게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일깨우는 큰 충격이 되었다. 대학 시절에는 같은 세대였던 김승옥 이청준, 김광규 등을 만나 서로의 작품을 합평하는 모임을 갖기도 했으며, 김승옥, 김치수, 염무웅, 김주연, 이청준이 주축이 되어 간행한 《68문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시절 한동안 무허가 철거 난민촌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경험을 작품화하는 과정에 몰두했으며 문학이 지녀야 할 사회적 책임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소설가로서 박태순의 첫 활동은 1964년 권중석이라는 이름으로 응모한 단편 〈공알앙당〉이 《사상계》 신인상에 가작 입상하면서 시작되었다. 196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향연〉과 〈약혼설〉로 가작 입상한 후 같은 해 《세대》의 제1회 중편소설 공모에 〈형성〉이 당선되어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월남 난민과 도시 변두리의 삶을 바탕으로 한 박태순의 소설은 4·19를 겪은 세대로서의 현실 인식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소재들을 아우르게 된다.4·19 세대의 문학적 체험과 도시 빈민의 삶을 소설화했던 작가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대 현실에 연결되는 사회적 발언을 르포적 글쓰기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평화시장 주변을 직접 답사하면서 써 낸 〈분신-전태일〉(1970)과 〈광주단지 3박 4일〉(1971)은 사회의 모순에 대응하는 문학의 입장을 선명히 드러낸 기록들이다. 1974년 ‘문인 61인 선언’ 발기를 시작으로 하여 1974년에는 고은, 장용학, 백도기, 이문구 등과 함께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만들어 적극적인 실천 활동에 나서게 된다. 1975년 절필 선언을 하기도 했으나 1977년 《세대》에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을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작품 활동을 재개하게 되었다. 1979년 무크지 《실천문학》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지식인 선언에도 동참한 작가는 사회적 실천과 연계된 문학 활동을 지속해 왔으며, 1988년에는 중편 〈밤길의 사람들〉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지금까지 출간된 박태순의 작품은 소설집으로는 《무너진 극장》(정음사, 1972), 《정든 땅 언덕 위》(민음사, 1973), 《단씨의 형제들》(삼중당, 1975), 《신생》(민음사, 1986)이 있으며, 장편소설로는 《낮에 나온 반달》(삼성출판사, 1972),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열화당, 1977), 《어제 불던 바람》(전예원, 1979),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심설당, 1980) 등이 있다. 선집으로는 《낯선 거리》(나남, 1989), 《정든 땅 언덕 위 - 한국소설문학대계》(동아출판사, 1995), 《무너진 극장》(책세상, 2007)이 있고, 비평집 및 산문집으로는 《민족의 꿈, 시인의 꿈》(한길사, 1986), 《국토와 민중》(1983), 《나의 국토 나의 산하 1~3》(한길사,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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