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직 역사 교사가 소화 잘 되도록 풀어낸 우리 음식, 그 속의 조선 야사.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단순히 재료나 조리법 외에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 나아가서는 역사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 중에서도 음식과 관련해서 역사책엔 없는 내용이지만 조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야사를 풀어냈다. 야사지만 단순히 흥미 위주의 내용이 아닌 조선의 정치사와 생활사, 시대상, 향토사, 신분과 관련한 폭넓은 지식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조선 사람들의 SNS 역할을 했던 저잣거리의 주막을 배경으로, 이 책을 펼친 모두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고 그에 얽힌 조선 야사까지 들려준다. 지금부터 음식사와 더불어 조선사까지 부담 없이 소화시킬 수 있는 풍성한 차림상이 펼쳐진다.
한편 인조는 한양을 떠나 공주에 머무르면서 이제나저제나 반란군이 진압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조는 때때로 공주에서 가장 높은 산성인 공산성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며 다시 한양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공산성에서 내려올 때쯤이면 시장기가 가득했지만 변변한 음식도 없어 수라상엔 먹을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때 공주에 사는 한 부자가 광주리에 무언가를 가득 담아와 인조에게 바쳤습니다. 광주리를 덮은 보자기를 들추자 방금 만든 것 같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떡이 콩고물에 무쳐 있었지요. 인조는 그 맛에 감탄해 신하들에게 떡의 이름을 물었지만 어느 누구도 떡 이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임씨 부자가 가져왔다는 것만 알렸지요. 이 말을 들은 인조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다가 이 떡에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가장 맛있는 떡이라는 뜻의 ‘절미’에 임씨 집에서 가져왔다하여 ‘임절미’라고 부르게 한 것입니다.
북어, 마른 오징어, 간고등어, 굴비의 공통점은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오징어, 고등어, 조기 등을 말리지 않고 유통시켰다면 이틀도 못 가 상했겠지요. 조상들은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수산물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이렇게 건조시키거나 소금을 뿌리는 염장법, 혹은 겨우내 찬바람 속에 얼려서 숙성시키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백성들이 잡아들인 수산물들은 공납의 형태로 임금께 진상되었는데, 보통 지방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섬은 한 달 이상도 걸리기에 진상품이 상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때문에 조선 초부터 각 고을에서 현물로 바치는 공물을 한양에 살고 있는 경주인들이 대신 바치는 일이 생겨났는데, 이것을 ‘방납’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경주인들이 품질이 좋지 않은 물건을 싼값에 구입하여 바치고, 고을 백성들에게는 그 몇 배에 해당하는 비싼 값을 요구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이것을 ‘방납의 폐단’이라고 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영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 교육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서울 중동중학교에서 40여 년간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쳤습니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여러 차례 집필했으며, 지금은 다양한 책을 저술하며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세계사』, 『처음 시작하는 한국사 세계사』, 『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영화보다,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