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안현배 미술사학자가 들려주는 표현주의 미술사!
박신양 화가가 읽어내는 에곤 실레의 예술 세계!
● 우리는 에곤 실레에게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안현배 미술사학자와 박신양 화가가 함께 쓴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예술가 에곤 실레(1890년~1918년)는 20세기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특히 이 책에는 에곤 실레의 그림 100점을 수록하고 소장처를 밝혔기 때문에 평소 보지 못했던 그림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고전음악의 성지 빈에서 미술은 상대적으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지만 에곤 실레의 등장은 오스트리아 회화에서뿐 아니라 20세기 서양 미술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안현배 미술사학자는 그 역사적 의미를 설명해 주고, 그래서 특히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 시대의 간격과 경계선을 뛰어넘는 지점을 설명해 준다. 한국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표현주의 화가로 주목받는 박신양 작가는 창작자로서 에곤 실레의 고민이 현대인에게 갖는 의미를 짚어 준다.
“역사 발전에서 개인의 존재가 중요해진 것은 시민 혁명 이후 유럽이 겪은 과정이다. 그 속에서 예술 역시 학습이 아니라 표현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개인의 시각 차이, 내면의 감정이 더 중요한 표현의 주제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안현배,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에서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는 작가, 그런 화가가 바라본 대상을 표현한 결과 속에서 우리는 그의 감정과 생각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진실한 감정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정작 가장 중요한 인간다움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인간적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박신양,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에서
● 예술에서 ‘감정’의 표현이 왜 중요한가?모더니즘 예술가로서 에곤 실레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솔직한 자기표현’에 있다. “인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심리적인 혼란을 실레처럼 이토록 대담하게 파고들었던 사례가 이전에 있었을까?” 에곤 실레는 “다양한 감정 상태를 실험적으로 표현했으며, 이를 통해 인체의 왜곡과 심리적 긴장감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했다. 특히 “그의 자화상들은 그의 내면에서 감정들을 끌어내 폭발시킨다.”
“실레는 자기를 괴롭히는 감정들과 싸우는 과정을 예술로 만들어 내려 했다. 본인에게 절실한 것을 가장 솔직하고 가장 파괴적인 방법으로 묘사한다는 실레의 세계관이 만들어 낸 인물들은 왜곡된 신체와 강렬한 표정으로 인간의 고통, 불안, 욕망 등을 드러낸다.”
—안현배,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에서
미술사에서 에곤 실레의 풍경화가 각별히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곤 실레의 풍경화도 고흐나 뭉크처럼 “감정의 전달이 중요한 표현주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 왜 중요한 것일까?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우리가 속한 조직에 자신의 필요성을 어필하기 위해, 때로는 가면을 쓰고 때로는 개성을 감춰야 한다. 경쟁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사회적 역할과 쓸모에만 집착하다가 정작 나 자신은 사라지고 인생의 중요한 좌표도 잃어버리고 만다. 이때 자신을 탐구한 예술가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래서 “감정을 언어로,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소중한 행위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를 표현하는 건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일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문제가 생긴다. (…)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참 좋은 근거를 자신 안에 두고 있는데도 왜 다른 데서 찾는다는 말인가? 우리는 단 한순간도 감정이 없는 채로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수많은 다양한 감정들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 있다.”
—박신양,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에서
● 우리는 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가?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좇는 사회, 목표 달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감정은 무시되고 지식과 정보만 추구하는 경향이 생긴다. 하지만 감정은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고, 공감력과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상상과 감각을 총동원한다는 건 과거를 추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래를 현재로 소환해 내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그렇다, 행동으로 연결되는 상상이 있고, 그러지 못한 채 버려져 흐물거리며 물러나는 상상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와 작품, 그림과 그림 속의 진동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머리가 아니라 감정과 감각으로 보는 것이다.
—박신양,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에서
박신양 화가에 의하면, 창작자에 의해 표현된 예술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보는 감상자의 내면이 움직이고 변화될 때 완성된다. 우리가 화가의 그림 앞에서 감동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억누르고 살아왔던가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
“에곤 실레를 바라보는 감정의 갈래들을 밀도 높은 언어로 써 내려간 박신양 작가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서 오히려 ‘나’와 마주할지 모른다.”
―우정아 미술사학자(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 예술가의 고유한 ‘표현’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문화사학자 피터 게이는 “모더니즘은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예를 들기가 훨씬 쉽다.”고 말한다. 그만큼 모더니즘은 개별 예술가들의 독창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한마디로 공통점을 요약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모더니즘 회화에서 표현주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에곤 실레는 특히 후기 인상주의자이면서 표현주의 선구자이기도 한 고흐에게 끌렸다. 고흐는 “자신만의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 형태와 색채를 왜곡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가는 본질을 찾는 전사와도 같아서 통념과 관습이 만들어 내는 억압에 저항하는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대를 앞선 그들의 작품은 비난과 외면을 당하곤 했다.
화가-작가는 보편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개별성과 고유성이 발휘되는 순간 보편성과의 대립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인상주의 이후의 ‘표현’들은 개인의 인상으로부터 촉발된 개별성과 고유성의 대폭발을 가져왔다. 그것은 보편성을 앞세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는 단어들의 의미를 규정하고 이익의 전유를 옹호하려는 줄기차고 경이로운 시도에 대한 반기였으며, 그 억압적 시도로부터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절규였다.
—박신양,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에서
에곤 실레에 대하여 안현배 미술사학자와 박신양 화가가 함께 저술한 이유는, 박 작가의 그림이 “커다란 캔버스에 뿌려지고 새겨진 색들이 강한 힘을 뿜어내고” 있는 표현주의 계열의 작품들이기 때문이며, 에곤 실레 역시 다른 화가들과 공통점을 찾기 힘들 만큼 개성 넘치는 모더니스트이니만큼 서로 다른 입장과 스타일로 소개하는 것 또한 좋은 접근 방법이기 때문이다.
“박신양 작가의 회화적 기질은 상대적으로 디오니소스가, 카오스가, 그리고 파토스가 강한 편이다. 그 선례로 치자면 표현주의가 있고, 작가의 그림 역시 그 바탕에는 표현주의에서 이식된 영향 관계가 확인된다. 표현주의와 신표현주의, 그리고 통독 이후 라이프치히 화파로 대변되는 독일 표현주의의 회화적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형식적으로 드로잉과 프리페인팅, 그리고 해체주의가 부수된다.” ―고충환 미술평론가
● 예술가의 자기 탐구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창작자의 고유한 개성은 결국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화가의 자기 탐구는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화가들을 ‘나르시시스트’라고 규정한다면, 진정한 예술가에게 나르시시즘은 끈질긴 자기 탐구라고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에곤 실레의 뒤틀리고 몸부림치는 자화상들은 자기도취를 드러낸 게 아니라 죽음과 억압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적인 조건의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생명력을 드러낸다. 창작자로서 박신양 화가는 에곤 실레의 이런 끈질긴 자기 몰두의 의미와 그 이유를 짚어 준다.
이런 감정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감각이 일관되게 동원되도록 다른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나르시시스트가 감당해야 하는 희생이다. (…) 우리가 아무리 고급스럽고 그럴듯한 문명의 혜택 속에 둘러싸여 있더라도 우리의 실존은 외로움과 고독함의 옷을 입고 우리 감각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버티고 있다. 그 어떤 것도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엄숙함을 향한 우리의 강렬한 끌림을 대신할 수 없다. 영혼의 저 밑바닥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인류의 원시성과 생명력에 우리가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사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갈구하고 있다. 우리 안에 생경한 느낌으로 노스탤지어가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그것을 인정하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박신양,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신양
배우이자 화가. 십 대 때 한 편의 영화에서 받은 감동에 이끌려 배우가 되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후에 모스크바 유학을 택했다. 소련 붕괴로 세계관의 혼란을 겪는 사회에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목격하고자 러시아로 향했으며, 전통 깊은 쉐프킨 국립연극대학교와 현대적인 슈킨 국립연극대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영화 「편지」(1997년), 「약속」(1998년), 「달마야 놀자」(2001년), 「범죄의 재구성」(2004년) 등으로 데뷔하자마자 상을 휩쓸었고,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년), 「쩐의 전쟁」(2007년), 「바람의 화원」(2008년), 「싸인」(2011년), 「동네 변호사 조들호」(2016년) 등을 흥행시킨 주역으로서, 철저한 캐릭터 분석과 치밀한 배경 연구로 유명해서 ‘믿고 보는 연기 장인’으로 통하게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유학 때 오직 순수하게 예술에만 집중했던 시절이 그리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의 진심에 가닿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기에 몰두했듯이, 그렇게 같은 바람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동안 200여 점을 그렸고, 「평화의 섬 제주, 아트의 섬이 되다」(2017년), 서울아트쇼(2021년), 스타트아트페어(2022년) 등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첫 번째 개인전인 mM아트센터 초대전 「제4의 벽」(2023년)에는 2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오사카 한국문화원 ‘K-ART와 만나다’의 초대 작가로 특별전(2025년)이 개최됐다. 저서로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예술철학을 피력한 『제4의 벽: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박신양과 철학자 김동훈의 그림 이야기』를 출간했다. “생명력의 본질은 움직임에 있다. 형태든 선이든 색이든 면이든 모두 움직이고 생명에 가득 찬 춤을 춰야 한다. 나에게 정확성이란 오히려 눈의 현혹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더 뚜렷해진다.”(박신양 화가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parkcode2025)
지은이 : 안현배
미술사학자로서 예술을 사회와 역사의 관계 속에서 살피는 수업을 통해 예술을 보다 넓은 콘텍스트 안에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시야를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파리1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정치사를 공부했고,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국립사회과학고등연구소에서 ‘예술과 정치의 사회학’을 연구했고, 예술사학과 순수예술사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다음에 프랑스 국립예술사연구소에서 ‘19세기 후반 프랑스 미술의 다양성과 발전 과정’을 연구했다. 성공회대학교,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스포츠경향》에 「미술로 보는 인류학」을 연재했고,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그림의 침묵을 깨우는 인문학자의 미술 독법』을 출간했다. 『안현배의 예술 수업: 오르세미술관과 프랑스 모더니즘』은 단순히 예술가 개인의 역량에만 집중하지 않고 개성과 혁신이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사회문화적인 배경에 대해 놓치지 않는다. 그러한 성찰은 예술가처럼 혁신을 꿈꾸는 우리에게 지금 어떤 도전을 해야 하는지 고찰하게 해준다. 현재 유튜브 「아트프렌즈」에서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으며, 메가박스 「씨네도슨트」에서 ‘아트토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