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양자역학 100주년★★
양자물리에 대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안내서미국 최고 물리학자의 양자물리학 강의 세계적인 물리학자들조차 길을 잃고 헤매는 양자 세계를 이해하려면 어떤 선생님을 만나야 할까? 물론 좋은 선생님이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듯이 좋은 선생님도 가지가지이다. 재미있는 농담을 곁들여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시험에 나오는 요점만을 꼭꼭 짚어 주는 족집게 선생님도 있다.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의 저자 케네스 W. 포드는 한 마디로 큰 그림을 그려 보이는 선생님이다. 양자 이론에 관한 대개의 책들이 시간에 따른 연대기적 서술을 취한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지나간 이론들이 현재의 이론보다 더 깊이 머리에 남거나, 이론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쉽다. 양자 이론을 소개한 책들이 하나같이 비슷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드는 대신 거두절미하고 우리를 아원자 입자들의 세계로 초대한다. 입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푸는 까닭은 ‘가장 작은 것과 가장 날랜 것’을 다루는 양자 이론은 입자들의 행태로 설명할 때 그 활용과 의미가 가장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포드는 리처드 파인먼, 칼 세이건과 함께 미국 최고의 물리교육자에게 수여하는 외르스테드 메달을 수여받기도 하였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보스턴 대학교 등에서 교수를 역임하고 뉴멕시코 공과대학 학장, 미국물리교사협회(AAPT) 회장, 미국물리학회(AIP) 학회장 등의 굵직한 요직을 거친 뒤, 포드는 자신의 마지막 이력으로 미래의 아인슈타인, 파인먼이 될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집필에 전념하는 길을 택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묶은 것으로, 어렵다고 피해 가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하는 연륜과 지혜가 빛난다. 제자들에게 미리 읽혀 독자들의 눈높이를 세심하게 맞추었으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 동료 교사들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양자 세계의 주요한 개념들을 먼저 설명하고,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입자 가족들을 소개하며, 양자 이론에 대한 복습 문제와 도전 문제로 이해 정도를 짚어 보게 하는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은 곳곳에 스며든 저자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두 손 든 기묘하고 경이로운 양자의 세계“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빛이 입자의 속성과 파동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음을 밝혀 양자 혁명에 불을 댕겼지만, 아인슈타인 자신은 끝까지 양자 이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블랙홀’, ‘양자 거품’과 같은 용어를 만든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는 여든아홉에 심장 발작을 일으켰을 때 이렇게 말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남은 시간은 양자에 대해 생각하는 게 좋겠다.” 누구보다 깊게 양자역학을 이해했던 정력적이고 명석한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한 말은 또 어떤가? “내게 물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양자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부터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1900년, ‘진동하는 전하가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는 덩어리져 있다(양자화量子化되어 있다)’는 막스 플랑크의 주장으로 양자 혁명이 시작되고 거의 한 세기가 흘렀다. 원자로, 핵폭탄, 주사 터널링 현미경, 레이저, 마이크로 회로, 그리고 미래의 양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양자 이론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왜 여전히 양자 이론을 ‘기괴한 이론’이라 부를까? 그들은 왜 언젠가는 양자 이론보다 더 나은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리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몹시 작고 몹시 날랜 것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 하여 ‘아톰’이라 불렸던 원자는 이제 산산이 쪼개진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와 글루온으로, 쿼크와 글루온들은 또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양자의 세계는 어디에서 끝날까?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적인 세계들을 돌아보자. 고체는 단단하고, 시계들은 모두 같은 시각을 가리키며, 물체의 질량은 충돌하기 전과 후에도 변함이 없고, 자연은 예측 가능하다. 충분히 정확한 정보를 입력하면 결과에 대한 믿을 만한 예측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몹시 작은 것과 몹시 날랜 것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오늘날 물리학자들이 구축한 아원자 입자들의 표준 모형에는 렙톤, 쿼크, 힘 운반자로 나뉘는 스물네 가지 기본 입자들이 있다. 이 너무 작아 만질 수 없고 너무 빨라 볼 수 없는 기본 입자들의 세계를 다스리는 법칙은 경험 세계의 상식과는 너무나 다르다. 이 세계에서 고체는 대체로 텅 빈 공간이고, 시간은 상대적이며, 질량은 충돌을 겪은 뒤 늘거나 줄고, 입력된 정보가 아무리 완전해도 결과는 확률의 법칙을 따른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극히 작은 세계를 지배하는 기괴한 법칙들을 몇 개만 살펴보자.
•인간이 탐사한 가장 작은 세계와 가장 큰 세계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과학자들은 원자를 쪼개고 또 쪼개며 인간이 탐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인간이 탐사한 가장 큰 영역과 가장 작은 영역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현대 도시인들이 매일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거리가 약 10킬로미터(대략 서울 시청에서 강남까지의 거리이다)쯤 된다고 가정하자. 이 거리는 과학계에 알려진 최장 거리와 최단 거리의 한가운데이다. 여기에 1022를 곱하면 우주의 반경(140억 광년, 1026미터)이 되고, 1022를 나누면 현재 탐사 가능한 최단 거리(10-18미터)가 되는 것이다. 1022(100해, 곧 10에 0이 22개나 붙은 수이다!)는 얼마나 큰 수일까? 그만큼의 날을 출퇴근한다면, 우리는 무려 우주 나이의 20억 배만큼 회사에 다녀야 한다. 그만큼의 사람이 은하에 흩어져 산다면, 행성이 1조 개 넘게 필요할 것이다. 1022는 대략 따져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들의 수와 맞먹고, 한 모금의 공기에 들어있는 원자들의 수와 맞먹는다. 그러면 최대와 최소 거리의 비율 차에 해당하는 1044는 얼마나 큰 수일까? 각자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수백만 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탈출_터널링 현상 감옥 벽에 기대어 있던 죄수가 갑자기 감옥 바깥으로 튕겨 나가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지루한 수업을 듣던 학생이 갑자기 강의실 밖으로 탈출할 수 있다면? 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아원자 세계에서는 정말로 일어난다. 닐스 보어는 전자가 한 정상 상태(전자가 고정된 에너지를 갖는 운동 상태)에서 다른 정상 상태로 뛰는 것을 양자 도약이라 이름 붙였다. 이 양자 도약 현상 중에서도 특히 환상적인 것이 바로 터널링 현상이다. 고전 물리학이 절대 투과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벽에 갇힌 입자가 아주 적은 확률이나마 벽을 뚫고 반대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터널링 현상을 이용한 것이 바로 고체 표면의 영상을 단독 원자 위치까지 세세하게 드러내 주는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이다.
•사교적인 입자들과 비사교적인 입자들?_보손과 페르미온 모든 입자는, 그리고 원자나 분자 등 입자로 이루어진 모든 개체는 보손 아니면 페르미온 둘 중의 하나이다. 전자는 페르미온이다. 광자는 보손이다. 둘 사이의 최대 차이점은 같은 종류끼리 모였을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페르미온은 ‘비사교적’이라 가령 두 개의 전자는 동시에 같은 운동 상태를 취할 수 없다. ‘사교적’인 보손은 동시에 같은 운동 상태를 취할 수 있을뿐더러 그렇게 하는 편을 선호하기까지 한다. 어째서 입자들은 사교적이거나 비사교적인 ‘본능’에 따라 두 집단으로 나뉘는 것일까? 양자 이론은 그 이유는 세상에 동일한 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 전자들이 모두 정확히 동일하지 않다면 전자들은 원자 속에서 배타 원리에 따라 차례로 껍질을 채우지 않을 테고, 주기율표도 없을 것이며, 인간도, 동물도 어떤 생명체도 없이 지루한 몇 가지 화학만 존재하는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이 없는 세상_양자적 허용성 물리학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발명품인 ‘보존 법칙’은 다른 양들이 변해도 특정 양만은 변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금지의 법칙이다. 보존 법칙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여러 반응들 가운데 어느 것이 실제로 벌어지는지는 말해 줄 수 없지만, 모든 가능한 반응들은 실제로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도로가 공사로 막혀 있어 평소 출근하던 길로 갈 수 없게 된 대신 다른 가능한 길들을 매일 매일 차례대로 밟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양자 이론에 대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버린다각 장의 끝에 달려 있는 ‘복습과 도전’은 이 책의 백미이다. 초판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 및 물리 교사들의 뜨거운 요청에 힘입어 추가되었다. “양자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다.” 양자물리학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의 복습 문제와 도전 문제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제대로 진단해 보자. 더운 여름 얼음물 한 잔을 마신 것처럼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