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불통을 넘어 소통으로,
소통을 넘어 공존으로 가는 대화의 여정
대화는 달라지고 있고,
미래의 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지금은 대화에 관한 언어감수성,
즉 ‘대화감수성’을 키울 때대화다운 대화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화조차 효율성, 기술성, 경제성의 원리에 맞춰지면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고 협상하는 대화의 주체도 사라지고 있다. 대화의 진정성이나 대화로 구성하는 인간다움(인간성)도 소멸하고 있다. 서로 충돌하고 야유가 넘치는 곳이라면 대화의 기능은 고작 정보나 교환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 신동일 교수(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는 대화감수성(대화에 관한 언어감수성)을 통해 우리가 더욱 나은 삶을 상상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화감수성이 높아진 만큼 우리의 언어도 달라지고, 서로를 둘러싼 권력관계도 재고되며, 세상의 질서도 다르게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새롭게 실천하는 대화는 그만한 대화로 구성되는 세상과 변증법적 관계를 맺는다. 저자는 한국인이 ‘또 다른 언어’를 배우거나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탐구하는 언어감수성, 언어통치성 연구자로, 그간 우리에게 ‘언어 배우기’란 그저 교실에서 배우고 외우고 시험을 준비하는 행위일 뿐이었지만 ‘대화감수성’이라는 키워드로 대화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을 설명한다.
신간 《모두를 위한 대화감수성 수업》에서는 고립과 불통의 원인으로 치달은 대화가 인간다움을 소멸시키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며, 대화의 가치를 복원할 방안을 탐색한다. 일상의 대화, 교실에서의 대화와 대화교육, 한국어와 기타 언어들이 공존하는 공간적인 대화 환경, 인공지능 시대의 대화, 학교 안팎에서의 지속 가능한 언어와 교육에 대해 다룬다.
대화에도 기술이 있을까?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에서 찾은
‘진정한 소통’
어느 때보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던지는 화두
“왜 대화감수성인가?”우리는 흔히 대화교육이라고 하면 발음, 어휘, 문법, 원어민 회화, 토익 스피킹시험 준비 등을 연상할 뿐이다. 그만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자 서로에게 소중한 삶의 자원인 대화가 고립과 불통의 원인이자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신동일 교수의 신간 《모두를 위한 대화감수성 수업》(크레타 펴냄)은 합리주의, 경제주의, 기술주의 사회에서 왜 대화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는지 진단한다. 또한 대화교육의 관행을 비판하고, 의미협상, 상호존중, 자기배려가 사라진 현실도 날카롭게 꼬집는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대화다운 대화가 소멸하고 있다”며 이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색하며, 대화의 가치를 복원할 방안을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언어감수성 중에서도 대화감수성, 혹은 대화문해력을 키우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제임을 주장한다. 대학 안팎에서 학생 및 직장인과 꾸준히 소통해 오고 있는 저자는 기존의 대화교육이 지극히 기능적이고 표준적임을 지적하며, 삶의 기술로서의 대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대화는 내용과 형식이 분리되지 않으며 협력과 상호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런 사례로 유아부터 성인까지 일상과 교육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화기술을 소개한다.
또한 AI 시대의 언어감수성과 지속 가능한 언어교육의 방향도 함께 제시한다. 멀티링구얼, 바이링구얼, 트랜스링구얼, 링구아 프랑카 등 새로운 언어사용 환경에 대한 논의도 포함하고 공공재가 될 수 있는 대화교육의 조건과 가능성도 모색한다. 복잡한 학술개념을 쉽게 풀고, 다양한 미디어와 실제 사례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도운 《모두를 위한 대화감수성 수업》은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대화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반려동물도 대화할 수 있을까?
✓LG전자의 영어공용화는 왜 실패했을까?
✓나도 맥도날드식 대화를 하고 있을까?
언어의 사용은 도구가 아니라
‘인간다움’의 회복이다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피카츄 등 인간의 형태가 아닌 캐릭터는 “I am Groot”, “삐까” 등 제한된 어휘와 발성으로 일상적인 대화에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또 가정에서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산책 갈까”, “손” 등과 같은 어휘나 문장 정보를 제한적으로 주고받지만, 인간과 동물은 서로 말 차례를 교환하고 의미협상을 일상적으로 나누곤 한다. 이처럼 말 차례가 균형적이지 않아도, 서로의 언어를 정확하게 몰라도 서로가 위협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배우고 사용하는 대화의 모양은 어떠한가? 우리 모두 경험한 수능 영어과목 듣기평가, 토익 대화 지문, 오픽 스피킹 시험의 대화를 생각해 보자. 이러한 대화는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깔끔하다. 실제 대화처럼 보이지도 않고 마치 꽁꽁 얼어붙은 냉동식품과 같은 모습을 띤다.
우리는 표준과 규범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대화가 왜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인지 잊어버리고 있다. 영어를 능숙하게 잘하려고 수업을 들었지만 정형화된 대화만 배웠다. 직장에서는 글로벌 시대라며 영어공용화를 도입했지만 직원의 영어능력이나 대화능력을 수량화된 시험 점수로만 판단하고 관리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관행은 커뮤니케이션의 맥도날드화, 즉 ‘맥커뮤니케이션(McCommunication)’ 문화만 양산했을 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세계 어디서나 표준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된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효율성에 갇힌 채 살은 없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대화만 할 뿐이다.
대화는 단순한 언어 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의미를 채우고 편집하는 과정이다. BTS 멤버 정국이 미국 토크쇼에 나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하는 모습이나 다양한 국가, 인종이 섞인 축구 리그에서 복수의 언어로 소통하는 한국 선수들의 대화가 좋은 예다. 또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나 〈바벨 250〉같이 원어민처럼 능숙하게 말하지 않아도, 비문법적인 언어로도 충분히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대화는 문장을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조합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원을 활용해 함께 의미를 만들고 협상하는 과정이다. 제한된 상황과 불완전한 문장이라도 진심이 담긴 말하기는 깊은 상호작용과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얼어붙은 대화를 녹이고 생동감 있고 쓸모 있는 언어를 사용하길 제안한다. 딱딱한 틀을 벗어나 더 인간적이고, 역동감 있으며, 살아 있는 대화를 할 때다.
1부 ‘대화가 대화일 때’ 가짜 대화, 일방적 대화, 겉도는 대화, 협력하는 대화 등 대화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균형적이고 협력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또 저자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예능 방송 〈무한도전〉 등을 사례로 들어 의미협상 과정과 효과적인 소통 방식을 제시한다.
2부 ‘일그러진 대화의 불편한 진실’ 현대 사회에서의 대화가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한 ‘냉동식품 대화’로 변질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올리브영, ABC마트, CGV 등의 서비스 직원의 매뉴얼 대화를 떠올리면 된다. 또한 LG전자의 영어공용화 정책과 영어마을의 실패, 전화영어의 문제점 등도 짚어본다.
3부 ‘다시 시작하는 대화기술의 습득’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참조물(reference)을 적절히 설명하고 상대방과 의미를 조정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강조하는 말하기교육을 설명하고 가정이나 유치원 공간에서부터 대화를 어떻게 습득하는지 보여준다.
4부 ‘교실 밖 대화의 기술’ 대화는 단순한 언어 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암기한 문장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 정확하게 내뱉는 것이 아니다. 아상블라주를 대화의 자원으로 삼는 여러 예시를 소개한다.
5부 ‘달라진 대화, 이미 다가온 미래’ 대화는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의미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언어와 기호를 융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며, 대화교육 또한 이에 발맞춰야 한다.
6부 ‘대화의 미래, 미래의 대화’ AI는 언어와 문장을 생성할 수 있지만 인간다운 대화(즉흥성, 맥락 협상, 감정 교류 등)는 구현하지 못한다. AI는 대화와 대화교육의 보조 도구로 사용하되, 인간만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계속 대화하고 학습해야 한다.

어휘와 문법을 많이 배운다고 말 차례를 능숙하게 교환하는 대화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화는 문법지식과는 별개의 기술이 요구된다. 내가 관찰한 빅터의 대화기술이 좋은 예시다. 그는 상대방이 한 말을 어휘 수준이나마 반복한다. 그것도 쉽지 않으면 상대방이 말할 때 동의하는 표정을 짓거나 잘 모르겠다는 손짓을 사용한다. 다수의 초급 학습자는 대화를 하다가 소통이 안 되면 포기하지만 빅터는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상대방과 눈을 맞추며 대화가 어떻게든 흘러가도록 한다. 말 차례만 계속 교환되어도 그럴듯한 대화가 만들어진다. 결국 서로에게 호기심을 갖고 배려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그루트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문장은 “나는 그루트야”일 뿐이다. 주위에 있는 대화 참여자는 그루트의 언어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제대로 알아들은 척 태연하게 응대한다. 위 장면에서도 너구리 로켓은 영화를 보는 관객과 마찬가지로 2, 4, 6번 말 차례에서 그루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말 차례 3, 5번에서 로켓이 말한 “Uh huh”는 그루트가 사용하는 말에 맞장구를 치는 의성어다. 이런 대화에서 그루트는 대화의 주체로 보이는가? 아니면 문법능력이 결핍된 바보처럼 보이는가? 그루트는 다양한 어휘와 문장 형태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자신만의 능숙한 대화기술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의미협상적인 대화에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많은 관객이 그루트를 좋아했고 지금도 사랑받는 마블 캐릭터 중 하나다.
목차
프롤로그
1부. 대화가 대화일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대화의 네 가지 유형
서로 협력하며 의미를 협상하는 말하기
초급 영어학습자도 대화할 수 있다
대화다운 대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
그루트와 깐돌이도 할 수 있는 대화
대화의 소멸, 인간성의 상실
2부. 일그러진 대화의 불편한 진실
꽁꽁 얼어붙은 냉동식품 대화
규범과 정답이 중요한 대화교육
모더니티의 과잉, 맥도날드화
효율성의 극대화, 맥커뮤니케이션 대화
합리적일 뿐인 멀티미디어 콘텐츠 대화
대화다운 대화가 사라진 말하기시험
디즈니화된 맥도날드 공간, 영어마을
서투른 전략이 실패로, LG전자의 영어공용화
왠지 지루한 전화영어 대화
대화가 사라진 디스토피아 세상
합리성의 환상만 품는 중독자의 심리
3부. 다시 시작하는 대화기술의 습득
초급부터 최상급까지. 대화에도 단계가 있다
‘미운 네 살’을 만드는 대화기술
언어발달을 방해하는 영어유치원
조기영어교육이 간과하는 것
참조물로 대화하기
세 가지만 기억하라, 참조적 의사소통법
말하기시험은 과연 참조적 의사소통일까?
참조물이 없다면 대화는 불가능할까?
참조적 vs. 비참조적 의사소통
글 문법이 아닌 ‘말 문법’으로
교과서의 대화에는 말 문법이 등장할까?
머리말과 꼬리말조차 인색하고 어색하다
4부. 교실 밖 대화의 기술
미국 토크쇼에 나온 BTS 정국, 유쾌한 대화의 표본
매력적인 멀티링구얼 캐릭터, 그들의 대화기술
트랜스링구얼, 경계를 넘나드는 다중언어적 대화자
‘공간적 전환’, 새롭게 의미를 구성하는 방법
트랜스링구얼의 공간자원 활용법
오리고, 붙이고, 편집하는 대화
아상블라주가 대화의 자원이 될 때
다화의 목적은 재현이 아니라 실행이다
대화의 기술은 ‘배치의 기술’
5부. 달라진 대화, 이미 다가온 미래
외국인이 등장하는 예능 방송
하나의 언어만 우월한 것은 아니다 〈바벨 250〉
링구아 프랑카 대화의 예시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
대화다운 대화, 링구아 프랑카 영어
대문화 사회의 공존법, 링구아 프랑카 대화
다중언어로의 전환, 이미 다가온 미래
바이링구얼과 멀티링구얼에 관한 오해
멀티링구얼로 살아가는 미래의 대화
6부. 대화의 미래, 미래의 대화
AI가 생성하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다
AI는 대화교육의 튜터가 될 수 없다
언어시험에 대화는 사라진다
참조물로 대화를 가르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대화는 공공재가 된다
대화기술은 자기배려의 기술이다
기업부터 학습 패러다임에서 벗어난다
지속가능한 대화교육을 위하여
다중언어사회 시대, 삶의 자원이 되는 대화
후기
주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