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노래는 시대와 교감한다. 동시대인이 꿈에 그리거나 가슴 아파하는 것을 건드렸을 때 노래는 의미를 확장하며 세상을 뒤흔든다. 2024년 12월, 서울 곳곳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현장에서였다. 함께 부르면 힘이 난다는 이 노래는 2010년대부터 집회 현장에서 인기곡으로 부상했다. ‘시대의 노래’는 사람들의 바람과 응어리가 투영되었을 때 탄생하며 이런 노래들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문’이다. 《가요로 읽는 한국사》는 한국인이 사랑한 ‘노래’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들여다본다. 용비어천가 등 고대가요부터 민족의 응어리를 응집한 ‘아리랑’, 전쟁 속의 인간성을 담았던 ‘굳세어라 금순아’, 7~80년대의 민중가요와 2000년대 k팝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숨결과 맥박을 드러낸 가요를 통해 역사를 탐구한다. 아울러 금지곡과 군국가요 등 노래가 핍박받고 이용당한 어두운 면도 함께 살핀다.“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 슬픔 이젠 안녕”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2000년대 아이돌 노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의 ‘타이틀곡’이 된 것이다. 새로운 시위 문화를 이끈 것은 이삼십 대 젊은 층이었다. 〈아파트〉, 〈삐딱하게〉, <불타오르네> 등 케이팝 히트곡들이 떼창으로 번져 나갔다. (중략) 집회 현장에서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의 노래를 배워 불렀고 젊은 세대는 기존의 민중가요를 따라 불렀다. 〈아침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오면〉 등 부모 세대의 피를 끓게 했던 노래들이다. 이 둘은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다. 케이팝이 신나는 템포와 비트로 광장의 열기를 끌어올린다면, 민중가요는 비장하고 엄숙한 메시지로 집회의 무게 중심을 잡아줬다.― 케이팝K-POP은 한국 민주주의의 결실이다
〈반달〉은 기념비적인 동요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은하수를 건너는 하얀 쪽배…. 아름다운 노랫말과 애틋한 곡조가 나라 잃은 한국인의 설움을 다독이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누이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윤극영이 한낮에 외로이 뜬 반달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가엾게도 먼 길을 떠나는 누이와 함께 정해진 데 없이 떠도는 민족의 운명이 어른거렸을 것이다. 〈반달〉은 금세 한국인의 애창곡으로 떠올랐다. ― 상심한 어른을 응원한 아이들의 노래
1935년에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이 큰 사랑을 받았다. (중략) 그런데 이 음반은 출시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일본 경찰이 노래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오케레코드 관계자들을 불러 추궁했다. 당선자 문일석이 쓴 가사 중에 ‘삼백연원안풍三栢淵願安風은 노적봉 밑에’라는 구절을 문제 삼았다. 노래를 불러보면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라고 들린다는 것이었다. 오케레코드에서는 한자를 풀이해 ‘삼백연 연못의 평안을 기원하는 바람이 노적봉 밑에 분다’라고 해명했다. 노래는 천신만고 끝에 빛을 보게 되었다. 사실 원래 가사는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가 맞았다. (중략) 그것을 이순신 장군의 전술처럼 ‘위장 가사’로 되살린 것이다.― 유행가에 비친 식민지 조선의 두 얼굴
작가 소개
지은이 : 권경률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으며, 역사 관련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역사가는 ‘지난 일들을 서술하며 나중에 올 사람들을 생각하는 이’라고 여긴다. 또 과거의 사건들, 미래의 희망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진실을 밝혀내고,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이 ‘역사’라고 믿는다. 《가요로 읽는 한국사》 또한 그렇게 읽히기 바라며 독자들과 함께 ‘역사하기를’ 소망한다.2022년 봄부터 ‘시대의 노래’를 거울삼아 한국사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했다. 가요는 시대의 감정을 절절히 전달해 주며 한국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눈앞에 펼쳐놓았다. 매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노래를 찾아 〈월간중앙〉에 연재했으며, 3년간의 원고를 갈무리하고 재구성해 이 책을 완성했다.《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2023), 《모함의 나라》(2022),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2019), 《조선을 새롭게 하라》(2017),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2015), 《드라마 읽어주는 남자》(2011)를 썼다. 경기도교육청정책자문위원, 경기게임문화센터 워킹그룹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고용보험 적용 e-러닝 〈불패의 전략, 명량·한산·노량 그리고 이순신〉 등을 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