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인간의 손으로 만든 기계식 시계는 독자적인 개성과 인격을 가진 장인의 손에서 어찌 보면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몇 년의 세월도 감수하며 탄생한다. 세상 유일의 이 한 작품은 주인의 손목 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며 그 한 사람을 위해 시간을 알린다. 이 작은 세계에는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던 인류의 오랜 욕망과 부·신분·지위를 돋보이고 싶었던 본능이 담겨 있다. 또 그것을 가능케 하는 당대 최고의 기술자가 되고자 했던 시계제작자들의 꿈과 열정이 함께 녹아 있다. 영국의 한 여성 시계제작자 레베카 스트러더스가 유려한 문장으로 쓴 책《시계의 시간》은 이러한 기계식 시계의 세계와 역사를 손끝에 만져질 듯 그려낸다. 저자 레베카 스트러더스는 영국 역사상 최초로 시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시계제작자이다. 그가 들려주는 시계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의 공학과 예술이 만나 시계가 되었고, 시계는 인간이 시간과 관계 맺는 형태를 반영하며 발전했다. 시계는 우아한 똑딱임 속에 인류가 거쳐온 사건들을 품고 있다. 시계제작자가 들려주는 시계의 역사를 살피며, 우리는 인류의 영광과 슬픔을 맛보게 된다. 책을 덮으며 독자는 우리가 시간을, 세상을 경험하는 태도를 되새긴다.시계제작자는 쌀 한 톨보다 더 작은 영역에 초점을 맞출 때가 많지만, 시계학의 영감은 우주 전체에서 온다. _ 뒤를 향한 머리말
처음부터 시계는 인간과 시간 사이의 관계를 반영했고, 그 관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시계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 인식을 측정한다. 뼈를 깎아 만든 고대 유물이든, 지금 내 작업대에서 복원하고 있는 손목시계든, 시간을 측정하는 모든 장치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세고, 측정하고, 분석하는 방식의 하나다. _ 뒤를 향한 머리말
그 시계를 손에 쥐어보고, 작업하고,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면서 나는 나 자신이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골동품 시계를 놓고 정밀한 작업을 하고 있자면 그 시계를 만들고 착용했던 사람들과 거의 손에 닿을듯한 연결감을 느낀다. 사람들의 미세한 흔적이 마치 그들이 남긴 서명처럼 내게 다가온다. 제프가 새긴 것과 같은 이름이나 이니셜이 부품 사이에 숨어 있기도 하고, 회중시계의 문자판 아래 청록색 유리에 실수로 새겨진 어느 법랑 기술자의 250년 된 지문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고, 잘 돌보면 내가 사라진 후에도 몇백 년은 더 존재할 물건의 역사에서 나 또한 하나의 장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서간 선배들이 남긴 삶의 흔적들을 주워 모은다._ 뒤를 향한 머리말
작가 소개
지은이 : 레베카 스트러더스
영국 버밍엄 출신의 시계제작자이자 역사학자. 2012년 버밍엄 주얼리 쿼터에 남편 크레이그와 함께 ‘스트러더스 워치메이커스’를 설립했다. 스트러더스 공방은 부품 제작부터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영국에 몇 남지 않은 시계제작 공방이다. 2017년 영국 역사상 최초로 시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시계제작자가 되었으며, 2021년 찰스 3세로부터 HCA(Heritage Crafts Association) 의장상을 수상했다. 과거의 시계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역사를 흡수하며, 그들의 새로운 인연을 준비하는 관리인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