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경옥 시인의 시집 『믿음이란 그런 거예요』가 시작시인선 535번으로 출간되었다. 이경옥 시인은 2020년 『시와소금』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혼자인데 왜, 가득하지』를 상재한 바 있다.
홍재현 시인의 해설처럼 이번 시집은 “이경옥 시인의 초대장이다. 시인은 우리를 을숙도, 그녀의 19호실로 초대한다. 19호실은 시간과 공간이 교차되는 SF영화 속 공간처럼 시인의 무의식과 자의식이 씨실과 날실로 교차하고, 현재와 미래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으며, 과거와 미래가 평행우주처럼 나란히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경옥의 두 번째 시집 『믿음이란 그런 거예요』는 시인의 존재론적 시공간을 탐험한 일종의 탐험일지와 같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비사물이라는 표상들을 주워 담아 내면의 방 ‘을숙도 19호실’에 들어간다. 시인은 이것들이 대상화되고 다시 어떤 현상들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 이런 시 쓰기 행위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본질적 존재를 드러내는 세계와 마주한다. 이 세계를 시인은 ‘을숙도 19호실’이라고 명명한다.
이제 이경옥 시인은 『믿음이란 그런 거예요』 시집을 통해 독자들을 19호실로 초대한다.믿음이란 그런 거예요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비오리 새끼들은제 어미 소리를 쫓아 절벽에서 뛰어내려요툭, 탁, 툭, 툭, 탁 머리를 박으며 아래로 곤두박질쳐요한때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몰렸던 마을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비오리 때문에 동강이 계속 흐르게 되었다는 후문은조금씩 잊혀 가요나는 동강댐 건설 반대 추진 위원장주례로 결혼식을 올렸어요동강을 살려야 한다는 긴 주례사에하객들 몇은 고개를 끄덕였고 대부분은 꾸벅거리며 하품했지요벼랑 같은 아파트에서 어린것들 길렀지만나의 확신이 비오리만 못해꾹, 꾹, 흑, 흑, 흑, 어설픈 울음은 믿음을 주지 못했어요어른이가 된 딸들은 아직 내 등에 매달려 뛰어내릴 생각이 없고나는 자신 있게 밀어내지 못해요해마다 4월이면 석회암 벼랑 구멍마다비오리 제 가슴털 뽑아 알을 품고깨어난 새끼들은 또 어미 목소리만 듣고 뛰어내리겠죠 믿음이란 그런 거예요한 올 의심 없이 무작정 따라나서는 첫걸음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경옥
강원도 평창 출생.2020년 『시와소금』 으로 등단. 시집 『혼자인데 왜, 가득하지』 출간. 2022년 제7회 마포문학상을 수상.
목차
제1부
성동리의 봄밤 13
구름, 호수를 산책 중입니다 14
을숙도 사용법 16
환절기 17
죽비가 내릴 때 18
미궁 19
빛나는 내력 20
복기(復棋) 21
태종대 22
궁남지 23
귤의 시간 24
잊지는 말아야지 26
바다에서 깨를 털었다 28
엄마가 뜨고 염소가 풀다 29
덕포리 그 집 뒤란 30
제2부
사량도 33
믿음이란 그런 거예요 34
한 수 배우다 36
절뚝 37
같은 말 38
장독대 39
졸혼은 생각만 했어 40
하늘공원 41
고목 42
세입자를 구합니다43
이런 사람 44
데이비드 자민 46
할머니의 보석함 48
기념일 49
11월 50
제3부
어느 봄날 53
두 집 살림 54
탄력 55
침선 어멈 56
동강할미꽃57
말의 본적 58
송악 60
연화도 61
오수(午睡) 62
숙제는 어렵고 63
붕어섬 64
제4부
간절기 67
여주 고달사지 68
그래도 69
오늘의 이슈70
몽돌의 기도 71
징검다리 하나 건너72
이름 냄새 73
쉰과 예순 사이 74
모비딕 76
합장도 없이 77
별 반지 78
햇차 우려내는 밤 79
한로(寒露) 80
해설
홍재현 | 시인의 방, 19호실로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