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부모님 > 부모님 > 소설,일반 > 소설
생각해 봤는데 너무하다 싶어 이미지

생각해 봤는데 너무하다 싶어
도화 | 부모님 | 2025.06.10
  • 정가
  • 17,000원
  • 판매가
  • 15,300원 (10% 할인)
  • S포인트
  • 850P (5% 적립)
  • 상세정보
  • 12.5x18.5 | 0.316Kg | 316p
  • ISBN
  • 9791192828886
  • 배송비
  • 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 (제주 5만원 이상) ?
    배송비 안내
    전집 구매시
    주문하신 상품의 전집이 있는 경우 무료배송입니다.(전집 구매 또는 전집 + 단품 구매 시)
    단품(단행본, DVD, 음반, 완구) 구매시
    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이며, 2만원 미만일 경우 2,000원의 배송비가 부과됩니다.(제주도는 5만원이상 무료배송)
    무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
    무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일 경우 구매금액과 무관하게 무료 배송입니다.(도서, 산간지역 및 제주도는 제외)
  • 출고일
  • 1~2일 안에 출고됩니다. (영업일 기준) ?
    출고일 안내
    출고일 이란
    출고일은 주문하신 상품이 밀크북 물류센터 또는 해당업체에서 포장을 완료하고 고객님의 배송지로 발송하는 날짜이며, 재고의 여유가 충분할 경우 단축될 수 있습니다.
    당일 출고 기준
    재고가 있는 상품에 한하여 평일 오후3시 이전에 결제를 완료하시면 당일에 출고됩니다.
    재고 미보유 상품
    영업일 기준 업체배송상품은 통상 2일, 당사 물류센터에서 발송되는 경우 통상 3일 이내 출고되며, 재고확보가 일찍되면 출고일자가 단축될 수 있습니다.
    배송일시
    택배사 영업일 기준으로 출고일로부터 1~2일 이내 받으실 수 있으며, 도서, 산간, 제주도의 경우 지역에 따라 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묶음 배송 상품(부피가 작은 단품류)의 출고일
    상품페이지에 묶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은 당사 물류센터에서 출고가 되며, 이 때 출고일이 가장 늦은 상품을 기준으로 함께 출고됩니다.
  • 주문수량
  • ★★★★★
  • 0/5
리뷰 0
리뷰쓰기
  • 출판사 리뷰
  • 작가 소개
  • 목차
  • 회원 리뷰

  출판사 리뷰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기억 윤리의 서사!


‘생각해 봤는데 너무하다 싶’은 일들, 곧 소설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단절과 충돌은 우리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의 축소판이다. 장두영(문학평론가·아주대학교 국문과 교수)

이 책은
박성규의 작가의 신작 소설집으로 각각 저마다의 결을 가진 다섯 편의 작품을 한자리에 묶었다. 정년퇴직을 앞둔 남성이 ‘안전지대’를 찾아 헤매는 여정, 와인의 풍미를 빌려 욕망과 관계의 ‘긴장감’을 탐색하는 이야기, 방송작가의 창작노동을 통해 젠더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고발, 굿 의례와 귀향 서사를 겹쳐 과거와 현재를 화해시키는 이야기, 그리고 유령의 시선으로 반복되는 참사의 구조를 고발하는 환상적 리얼리즘까지 그리고 있다.
「안전지대」는 정년퇴직을 앞둔 서술자인 ‘나’의 하루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던 탓인가, 회사 바깥 도시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나’의 앞에는 새로운 것들이 속속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자신이 마주한 새로움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본다. 그 결과 ‘나’의 시선을 통해 펼쳐지는 소설의 서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하나씩 스케치하게 된다. 작품은 뚜렷한 사건 없이 공간 전이형 로드무비 구성으로 진행된다. ‘회사, 카페, 서점, 지하철, 집’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안전지대를 찾으려다 끝내 “집”이라는 최소 단위로 회귀하는 원형적 궤도를 그린다.
「안전지대」는 우리가 평소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다양한 경계와 틈을 하나씩 소설의 문장으로 담아내는 방식의 작품이다. 소설은 안전지대를 찾아 돌아다니는 ‘나’의 발걸음에서 고령사회 한국이 마주한 세대 분리의 공간화 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문체는 독백에 가까운 1인칭 서술이며, 유머러스한 이름(이조원·김만년)을 통해 시스템적 폭력의 부조리를 풍자하기도 한다. 긴 호흡의 문장, 생활어·비유·회상을 교차시키는 방식은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장년 남성의 뒤엉킨 생각을 리얼하게 재현한다. 이로써 독자는 인물의 조급함·분노·허탈을 심리적 체험으로 공유하게 된다. ‘안전지대’가 어딘지 분간이 잘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태, 정년퇴직을 앞둔 장년의 눈에 비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세태이며, 점점 좁아지는 존재론적 입지에 대한 적확한 포착이 아닐 수 없다.
「바람의 시간」은 소믈리에, 와인 동호회, 미술 전시라는 전문적 취향의 영역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이다. 작품은 주인공 은영이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고르다 난감해하는 장면에서 소믈리에 현우를 소개 받으며 시작되는데. 대화 속 감각적 비유를 앞세워서 독자는 소믈리에의 언어를 맛보듯 들을 수 있다. 은영이 현우가 이끄는 와인 프로그램에 들어서면서, 독자는 본격적인 동호회 모습을 목격한다. 강의가 가라앉을 때 동철이 “표현이 떠오르지 않네”라며 머쓱해하는 모습은 초심자의 시선을 대변하고, 이를 통해 난해한 테이스팅 서사를 유머로 완충한다. 또 여성 회원 나리·지윤의 잔을 나누는 짝꿍의 묘사는 문화자본 경연장이기 쉬운 와인 클럽을 소소한 사람 구경의 장으로 환기한다. 이처럼 와인 동호회에 가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간접 경험이 된다.
그러면서 주인공 은영이 사랑을 예감하고 사랑에 빠졌다가 사랑에 배반당하는 일련의 서사를 내걸어서 소설적 흥미를 살리고 있다. 「바람의 시간」은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른 은영의 심리 묘사와 새로운 삶의 페이지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린 작품으로, 긍정적 미래에 대한 암시로 그려지는 결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루홈런」은 여성 방송작가의 퇴사와 재도전을 중심으로,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 창작노동의 불안정성과 미디어 업계 내 젠더 권력 구조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주인공 박주희가 몸담았던 방송국은 콘텐츠 제작의 현장으로 국장, PD, 작가, 서브 작가로 이어지는 위계질서는 오직 프로그램 성공률이라는 수치로만 인간을 평가한다. 이는 오늘날 플랫폼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실시간 성과 지표의 대표적인 예시로 창작이 재능과 열정의 결과가 아니라 계약직과 프리랜서 노동으로 환원되는 현실을 그려낸다. 주희가 ‘칼’과 ‘쇠뭉치’로 표현된 폭력적 피드백 혹은 잔소리에 시달리는 장면은 창작노동자의 시달림과 고통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작가는 단순한 업무 스트레스가 아니라, 창작자의 인격과 작품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품에 대한 공격이 존재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억압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사회적 고발은 성별 권력 불균형에 관한 것이다. 국장이 박주희 박 작가를 ‘방 작가’라고 잘못 부르며 상대방을 무시해버리고, 술자리를 미끼로 썸 타자고 제안하는 장면은 우리 사회 여러 종류의 조직에서 빈번히 보고되는 권력형 성희롱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주희는 문학상 발표를 기다리며 휴대폰 벨 소리에 과민 반응하지만, 기다리는 수상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시원하게 국장을 물먹이면서 쌓였던 울분을 털어버리면서도 다시 복직되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나혜의 연락을 받으면서 왠지 자신이 날려야 할 통쾌한 한 방을 빼앗긴 것 같은 기분마저 느낀다.
이 소설이 단순한 복수의 성공으로 끝났더라면 그 자체로 만루홈런은 완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홈런이 불발로 끝났다는 것은 복수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불합리한 억압과 폭력적인 시달림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한 부정적인 현실은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셈이다.
중편소설「해신당」은 굿 의례에 관한 서사와 과거 기억 속 그리운 인물에 관한 서사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작품이다. 관객, 관광객, 무속 주체들이 뒤엉킨 굿판의 장관은 산 자와 죽은 자, 과거와 현재가 한데 뒤엉키는 제의적 시간을 창출하며, 독자는 이 시간 속에서 일상적 논리를 벗어난 심층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바다는 생명과 파국을 동시에 품은 곳이며 노동과 죽음을 잇는 거대한 추로 기능한다. 어부들이 만선을 기대하며 그물을 던지고 잡은 고기로 어촌은 잠시 흥청거리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돌풍 한 번이면 배가 순식간에 전복되고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참담한 죽음이 찾아온다. 근대적인 산업화 이전부터 수천수만 년 동안 이어져 오던 어부들의 노동과 죽음이 펼쳐지던 공간으로서의 바다는 운명에 전적으로 종속된 인간의 비극성을 동시에 환기하는 문학적 장치가 된다. 이런 바다로 ‘나’를 초대한 것이 바로 굿 의례이다. 어촌의 풍어를 기원하고, 무사고를 기원하는 굿이 올해도 열렸고,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 고향 친구 해수와 만나고 굿을 구경한다.
경호 형은 이 작품에서 가장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대학생이면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기잡이배를 탄다는 사실을 어린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대학생이라면 도시적 이미지, 지적 이미지의 표상이었고 평소 보았던 어부들은 작은 시골 어촌의 땀 냄새와 비린내 섞인 육체적 이미지로 대표되었기 때문이다. 영어 원서를 탐독하고 소설 습작에 매달렸으며 마주친 눈동자가 따뜻하게 느껴지던 경호 형은 어린 ‘나’에게 큰 도시의 상상력을 북돋아 주는 존재였다. 경호 형의 권유로 ‘나’가 집을 떠나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으니 도시의 이미지는 분명히 확인된다.
도시와 바다의 경계에 끼어 있는 또 다른 존재가 바로 ‘나’이다. 현재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이지만 고향은 바다이고, 지금 굿을 보기 위해 바다로 찾아왔다. 과거의 고향과 현재의 도시 사이를 오가면서 살아야 하는 ‘나’라는 존재에게 풍랑에 휩쓸려간 대학생 소설가는 그 이루지 못한 꿈을 ‘나’가 대신 떠맡아야 하는 일종의 부채 의식처럼 남았다. 경호 형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미 죽은 자인 경호 형은 현재화되고, 이렇게 호출된 경호 형과 ‘나’의 만남은 일종의 강신술을 펼친 무당이 벌이는 굿판이랑 다를 바 없게 된다. 곧 ‘나’가 경호 형의 문장을 낭독하며 자신의 기억과 교직할 때, 작품은 한 발 물러나 ‘해신당’이라는 자기 서사의 경계를 드러내고, 이야기하기라는 행위 자체를 주술적 의례로 승격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결말에서 ‘나’는 이제 경호 형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이것을 보면 억울하게 죽은 넋을 위로하는 해신당의 굿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고, 도시에서 내려와 과거로 여행했던 ‘나’의 발걸음도 무거운 부채 의식을 다소간 해소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이렇게 본다면 이 소설은 ‘경호 형 제사 지내기’에 다름없다.
또 다른 중편소설 「기억의 실루엣」은 2022년 10월 이태원 압사 참사를 모티프로 삼아, 현실적 접근 대신 유령 시점이라는 독특한 서사 전략을 통해 참사의 비가시적 층위를 조명한다. 육신과 분리된 피해자들이 병원 복도를 떠도는 광경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구조적 방치와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해 사회적 죽음을 당한 이들의 존재 방식을 은유한다. 독자는 그 유령들의 시선을 따라 뜨거운 비명과 얼어붙은 행정 사이의 간극을 생생히 목격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가장 신랄하게 고발하는 것은 참사를 키운 구조적 방치의 메커니즘이다. 소설 속 경찰청 상황실은 신고가 쇄도하는 동안 양치기 소년 취급으로 전화를 끊고, 보고라인을 따라 위로만 책임을 전가한다. 이는 단순한 무능이 아니라 생명보다 서류와 계급(혹은 승진)을 우선시하는 행정 시스템의 내재적 모순을 드러낸다. 고발의 시선은 이내 도시 자본의 탐욕으로 이동한다. 살롱 에브리싱과 강 사장, 방송국 김 부장으로 이어지는 야간경제의 삼각구도는 값비싼 와인, 텐프로 여성, 미디어 권력이 뒤엉킨 욕망의 소비 공간을 형성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욕망하는 무한한 욕망의 악순환이 생생히 그려진다. 작품은 이 클럽카르텔을 통해 이태원이 단순 유흥지가 아니라 관광, 부동산, 연예 산업이 결합한 복합 상품이었음을 폭로한다. 욕망을 소비할수록 안전장치가 약화되는 역설적 메커니즘 속에서 군중은 그 상품의 부가가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참사는 예정된 부작용처럼 터져버린다.
유령이 된 순영과 미희가 병실을 부유하며 만나는 또 다른 원혼들은 각기 다른 재난의 희생자들로 설정되어 있다. 물에 젖은 아이들, 붕괴 현장에서 숯처럼 그을린 여성들, 배를 가득 채운 호박 가면 군중은 세월호 참사, 집창촌 화재 사고,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가리킨다. 이질적 재난을 한 병동에 겹쳐 놓음으로써 작품은 참사가 반복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사회가 사고 원인을 개인 부주의로 돌릴 때 피해자 집단은 하나의 장례식장에 갇히고, 병원은 체념과 분노가 층층이 쌓인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한다. 이 작품이 겨누는 대상은 ‘망각의 정치’다. 반복되는 참사는 쉽게 변하지 않는 관료적이며 불합리한 사회 구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도시 자본의 탐욕의 결과이기도 하다. 사회의 기득권은 희생자들을 향해 개인적인 일탈의 결과로 희생되었다고 비난하며, 정작 사건의 핵심은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사람들이 빨리 잊게 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뉴스와 찌라시를 뿌리며 관심을 돌린다. 이에 이 작품은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또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기억의 윤리’를 선명히 내걸고 있다.
박성규 작가의 신작 소설집 『생각해 봤는데 너무하다 싶어』의 다섯 편 이야기는 서로 다른 소재와 장르적 장치를 취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닿고 있는가.” 안전지대를 찾아가는 발걸음에서, 와인 잔 속에 각자 다른 향을 맡으며, 폭력적인 국장의 시선 아래에서, 굿판의 북소리와 파도 소리가 겹치는 해변에서, 그리고 병원 복도의 적막을 떠도는 유령의 눈길 안에서 작품들은 우리가 짐짓 외면해 온 사회적·정신적 경계들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곧 소설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단절과 충돌이 우리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의 축소판이라 한다면, 작가는 독자들에게 ‘너무한 것’을 정상적으로 돌릴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계속해서 안전지대를 찾기 위해 걸어가라고, 비록 만루홈런을 치지 못했어도 계속 걸어가라고, 때로는 과거를 돌아보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결코 잊지 말라고 독자들에게 거듭 권유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위에 ‘No Senior Zone’이라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쳐졌다. 휴전선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멋모르고 발을 디뎠다간 부비트랩을 밟게 된다. 지뢰처럼 매설된 곳이 곳곳에 있다. 그곳엔 ‘위험’이라는 경고판도 붙어있지 않았다. 눈치가 어두운 이들은 지뢰를 밟을 여지가 충분했다. 자신의 나이를 잊고 아무 데나 들어가다 보면 매설된 부비트랩을 밟아 상처를 입을 거다. 그 상처는 다리가 잘리고 팔이 부러지는 게 아니라 마음이 폭발하는 중상을 입게 된다.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처다. 강의에서 들은 ‘안전지대’가 다시 떠올랐다. 그래 딱 한 곳이 있기는 하다. 이제 그 유일한 안전지대로 가야 한다. 「안전지대」 중에서

멈춰 있는 바람은 없다. 빈자리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거다. 뭔지는 모르지만, 가슴이 설레었다. 설레임은 희망일 수도 있다. 미소를 짓는 거울 속 여자에 윙크를 보냈다. 오늘 함께 할 그들에게 선물도 가져가야 할 것 같았다.
‘어떤 와인을 가져갈까?’ 진열장에 있는 와인병을 둘러봤다. 회원전을 끝내고 선물로 받은 게 남아있었다. 보내준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라가 포스트잇에 남긴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 와인 풀바디야. 뭐든 오래 가라고, 파이팅이다… 보라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고마운 친구, 그 병을 집어 들었다. ‘그래 오래 가야지…’
집을 나서며 은영은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새로운 누군가의 미소를 기대하며… 그래, 다시 하는 거야. 삶은 계속 돼야 하니까. 「바람의 시간」 중에서

“언니, 살아보니 세상 바람이 너무 험하더라. 나도 정신 차리고 살아보려고 … 응원해 줘…”
“그래 힘내…”
그 험한 바람은 거기서도 분단다… 그런데 개떡 같은 이 기분은 뭐지? 만루 홈런에 열광하는 관중들이 어른거렸다. 투수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날려야 할 홈런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먼저 날린 것 같았다. 누구지…? 씁쓸해지면서 어디선가 은근한 미소를 지을 인물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만루 홈런」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성규
시를 쓰다 <문학나무>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소설집 <멈춰진 시간의 기억>장편소설 <마지막 미션> 상재 시집으로 <벌써를 찾아서> 외 5집을 상재했다.받은 문학상은 ‘객주문학상’ 외 다수 수상했다.강릉문인협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강릉소설문학회 책임을 맡고 있다.한국문협,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이다.

  목차

단편소설
안전지대 / 7
바람의 시간 / 41
만루 홈런 / 77

중편소설
해신당 / 105
기억의 실루엣 / 179

┃해설┃ 지금·여기를 향한 다섯 가지 질문 / 285
작가의 말

  회원리뷰

리뷰쓰기

    이 분야의 신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