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박봉준의 시집 『참, 말이 많습니다』는 제목에서부터 삶과 죽음, 말과 침묵 사이의 긴장 상태를 드러낸다. 표제작이라 볼 수 있는 「소란스러운 봄」은 겉보기에 명랑하고 활력 넘치는 계절의 풍경을 묘사하면서도, 그 소란 속에 깃든 불안과 종말의 기미를 끌어낸다. 벚나무의 ‘순산’, 손주의 갑작스러운 언어 폭발, 삐약거리는 병아리의 울음 등은 모두 ‘생명 탄생의 소란함’을 그리지만, 그것은 오히려 “삶이 언젠가 닿을 마지막을 예감하고 있는 자”의 시선처럼 읽힌다.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 ‘말 많은 봄’은 생명의 번성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 어쩔 수 없이 다가올 소멸에 대한 예감이기도 하다.이 시집의 첫 작품인 「당신은 지금 몇 시입니까」는 시간의 윤곽을 감각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시계의 초침은 군기 잡힌 훈련병처럼 똑딱이며, “죽은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로 존재를 증명한다. 그러나 시계는 또한 “심폐소생술을 받은” 존재로 묘사되며, 생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자의 비유로 자리 잡는다. 시인은 “폐기물 수거함에 /시계를 버리면 시간의 굴레에서/벗어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죽음이 시간의 종언이라면, 살아 있음이란 끊임없이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상태다. 박봉준의 시는 그 고통스러운 시간 청취의 과정을, 담담한 시적 진술로 그려낸다.시계는 가끔 품속에 저장한 시간을 꺼내 색깔을 맛보기도 합니다현재와 과거는 오로지 그의 가냘픈 손에 달렸지요사실 저 시계는 오늘 심폐소생술을 받았는데 시계 소리가 내 심장의 고동 소리 같습니다-「당신은 지금 몇 시입니까」 부분
죽지 않을 만큼 남겨진 목숨으로 살아서 다시 쓸개를 채취당하고 피를 빨려야 하는 누가 저 악의 손모가지를 끊어라-「고로쇠나무의 수난기」 부분
봄에 태어나는 햇것들은참, 말이 많습니다-「소란스러운 봄」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봉준
· 2004년 <시와비평> 등단· 시집 『입술에 먼저 붙는 말』 『단 한 번을 위한 변명』(국립장애인도서관 대체자료목록 선정) 『참, 말이 많습니다』 · 두레문학상, 제42회 강원문학상, 제61회 강원사랑시화전 최우수상 · 한국천주교주교회 『경향잡지』 수필 연재(2021)·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2018, 2025)· 현재 강원고성신문 금강칼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