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지각이 신경계의 정보처리 결과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고전적 인지과학, 심리학, 철학의 중심을 관통해 왔다. 그러나 『지각행위』에서 노에는 이러한 전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지각의 개념을 철저히 재구성한다. 그리고 지각이 뇌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라는 급진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친다. 책 전반에 걸쳐 노에는 지각과 의식을 분리 가능한 입력-출력의 기계적 과정으로 환원하는 고전적 모델을 비판하며, 대신 ‘감각운동 상호의존성’ 이론을 전개한다. 입력-출력 모델이 옳다면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지각과 행동, 사고 역량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주요 주장은 이렇게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지각은 본질적으로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지각 경험이 내용을 획득하는 것은 지각자의 숙련된 활동 덕분이다. 행위 기반의, 감각운동적 접근에서 지각의 기초는 움직임이 자극에 변화를 초래하는 방식에 대한 암묵적이며 실용적인 지식에 있다. 따라서 노에에 따르면 모든 지각은 본질적으로 사고로 가득 차 있다.이 책의 주된 생각은 지각하기란 행위하기의 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지각은 우리에게 혹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각은 우리가 하는 일이다. 맹인이 어수선한 주변 공간을 두드리면서 한 번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숙련된 탐색과 움직임을 거쳐 촉각으로 그 공간을 지각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것이 지각에 대한 우리의 패러다임이다. 아니면 적어도 그래야 마땅하다. 세계는 신체적 움직임 및 상호작용 덕분에 지각자에게 활용 가능해진다.
행위주의(enactivism)에서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실명이 있다고 본다. 첫째, 감각 기관의 손상이나 장애로 인한 실명이다. 이것은 널리 알려진 종류의 실명이다. 여기에는 백내장, 망막 질환이나 손상, 시각 피질의 뇌 병변으로 인한 실명이 포함된다. 둘째, 감각이나 민감성의 부재가 아니라 사람(또는 동물)이 감각 자극을 움직임 및 사고의 패턴과 통합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실명이다. 이 두 번째 유형의 실명은 정상적인 시각적 감각이 있음에도 발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를 경험맹(experiential blindness)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행위 기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지각은 접촉과 마찬가지다. 단순한 감각, 단순한 자극은 지각적 인식에 이르지 못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각적 감각이 경험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즉 진정한 표상 내용을 갖기 위해서는 지각자가 감각운동 지식을 소유하고 활용해야 한다. 진정으로 비활성 상태인 지각자를 상상한다는 것은 지각 내용을 행위에 의해 생성하는 데 필요한 감각운동 지식이 없는 사람을 상상하는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알바 노에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이며 신경과학자이다. 현대 과학의 기본적 가정의 명백한 결함과 과학자들의 철학적 오류를 지적해, 의식-마음-자아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철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마음의 철학과 인지과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독창적인 연구와 신선한 주장으로 늘 논쟁을 몰고 다니며, 저널과 매스컴을 비롯하여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예술철학, 분석철학, 현상학, 비트겐슈타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학 내 인지과학 및 뇌 과학 연구소와 뉴미디어센터의 연구원이기도 하다. '시각과 마음Vision and Mind'을 공동 편집했고, 저서로 '지각에서의 행위Action in Perceptio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