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독보적인 한국 현대사 연구자 정병준이 쓴 필생의 노작 “김규식의 일생을 다룬다는 것은 한국 근현대사, 한국 독립운동사의 주요 쟁점과 활동을 다루는 것과 같았다. 한마디로 평생 공부한 바를 총정리하는 것이다. 김규식의 평전을 쓴다는 것은 일생의 도전과 같은 일이었다. 그만큼의 연구와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저술 부문을 두 차례 수상한(2006년 <한국전쟁>, 2015년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정병준 교수가 해방 80주년을 맞아 <김규식과 그의 시대>(전 3권)을 출간한다. “한 장의 사진과 조각난 글자의 흔적을 찾아 세계를 떠돌고, 역사의 편린과 모자이크를 맞추기 위해 온종일 촬영하고 복사하고 스캐닝하고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는” 역사학자의 커다란 정성과 수고와 노동을 담아낸 필생의 노작(勞作)이다.
고아 소년 “존”이 3·1운동을 촉발하고 전 세계를 누비는 독립운동가가 되기까지,
처음으로 발굴된 자료들로 다시 쓴 인간 김규식의 모든 이야기 각 권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권: 미국인 선교사의 고아원에서 자란 불우한 유년기, 조선 역사상 거의 최초의 미국대학 유학생이자 장학생, 조선 복귀 후 YMCA 등에서의 선교 활동과 전방위적 학문 활동, 중국 망명과 독립운동 투신
2권: 3.1운동의 하나의 기폭제가 된 <파리강화회의> 참석, ‘한국통신국’의 1인 외교 투쟁, 이승만과의 만남과 큰 갈등, 뇌종양 수술
3권: 러시아에서의 <극동민족대회> 활동과 좌절, 임정 탈퇴, 중국인들과의 연대 반일 운동, 중국대학 교수 생활, 방미 독립운동 자금 모금, 민족혁명당 가입과 임정 복귀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미국 선교사의 고아원학교의 “존” 또는 “본갑이”로 불렸던 한 소년이 탁월한 어학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으로 지내다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중국으로 망명해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일본의 방해에도 전 세계로 진출해 한국의 독립을 부르짖고 설득한다. 특히 1919년의 <파리강화회의>에서 단기필마 1인 외교로 한국통신국을 설립하고 운영함으로써 3·1운동의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던 그의 행보는 한국근현대사 속 ‘외교’의 빛나는 순간이었다.
또한 중국인들과 연대하여 반일 운동을 전개하고, 사상·이념·정파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독립운동의 대의를 중심으로 활동해 나간다. 극단으로 기울지 않았기에 때로는 ‘중심’에서 배제되었고,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도 했지만, 언제나 투쟁의 길에서 이탈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명성에 비해 그의 진면목과 활동들은 제대로 발굴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해방 이후 5년간의 활동은 그나마 알려져 있지만, 그의 출생과 성장, 간고한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은 부분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김규식과 그의 시대는 단순한 기존 문헌 연구 분석을 훨씬 뛰어넘어 ‘인간 김규식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게 새로운 자료들을 발굴하여 공개하고, ‘그의 시대’에 관해서도 종합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그’와 ‘그의 시대’의 성취와 한계, 명과 암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온전한 역사의 진실을 채워내고 있다. 인간 김규식에 관한 기록 평전이자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관한 역사 논픽션인 것이다.
해방 80년, 들리지 않았던 역사의 목소리에서 미래를 조망한다 “정치적 성패로 따지자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역사이지만 그 삶 속에 담겨 있던 진정성과 불꽃 같은 열정의 순간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해는 해방 80주년이다. 제국주의, 파시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민족해방운동이 교차했던 2차 세계대전의 향방 속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도 위치 지어졌다. 하지만 불과 수개월 전의 내란·외환 쿠데타가 보여주듯, 미완의 해방은 전쟁과 사대, 독재의 이름으로 긴 시간 여전히 우리를 옥죄어 왔다. 그리고 2025년, 미국 일극체제의 종말과 다극화라는 전후 80년 질서의 변동 양상은 또다시 우리를 거대한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기,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역사 현실에서 충분히 조망 받지 못하고 배제되거나 무시당했던 김규식의 헌신적이면서도 합리적이고, 모든 진영에 개방적으로 합작을 도모했으며, 세계정세의 흐름 속에서 독립운동의 위치를 연결 지어 고민했던 독특한 행보는 대내외적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양한 발현 가능성을 지녔던 역사의 교훈에 귀를 기울일 때,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는 비로소 커다란 울림이 되고, 미래를 조망하는 지도로서 새로운 상상력의 출발점이 된다. 좌우합작과 민족단합을 통해 자주독립과 해방을 꿈꾼 동시에 동양과 서양,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소련)를 넘나들었던 진정한 세계인, 김규식에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다.
각 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권은 미국 선교사 고아원학교의 소년 “존”이 뛰어난 어학 실력을 인정받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고국으로 돌아와 중견 사회인이자 지식인으로 활동하다가 민족적 수난 앞에서 독립운동에 투신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시기 김규식의 삶을 복기하고 추적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부스러기 자료를 따라서 그의 삶을 재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진실을 좇는 한 명의 탐정처럼 사실에 뿌리를 두고 진실을 상상해 보았다. 제1권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기성의 김규식 연구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었고,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본문을 완성한 후 운명처럼, 2025년 초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김규식 사진들과 이를 그곳에 매각한 헐버트 선교사의 문서들을 찾아 서장을 완성했다. 스미소니언박물관 사진 이야기는 김규식의 일생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책은 책마다 다 그에 걸맞은 운명이 있다.
제2권은 1919년 파리강화회의, 1920~1921년 구미위원부 활동, 1921년 상해 귀환 등 그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대표하는 3·1운동기를 다루었다. 김규식의 일생 중 가장 빛나는 시기이자, 그가 한국근현대사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한 시기였다. 김규식 일생 중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시기는 1919년 파리강화회의 전후, 1945~1948년 해방 직후였다. 제1차 대전 이후와 제2차 대전 이후인 것이다. 물론 다른 시기의 김규식도 자기 운명의 주인공이자 역사의 주역으로서 면모를 갖추었지만, 그의 역사적 역할과 비중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 두 시기였다. 민족의 운명이 좌우되고,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김규식은 중요한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음으로써 그의 인생의 향배를 결정했다. 이런 연유로 김규식 일생 중 불과 3년에 불과한 시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된 것이다.
제3권은 1921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에서의 활동을 다루었다. 1921~1922년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 1923년 국민대표회의, 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 1933년 도미 외교, 1935년 민족혁명당, 중국 대학교수, 1943~1945년 임시정부 부주석 등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과 관련된 김규식의 활동을 다루었다. 긴 시기의 다양한 활동, 조직, 인물들을 다루게 되었고, 사실상 중국 내 한국독립운동사를 쓰게 된 셈이었다. 특히 제3부는 김규식뿐만 아니라 그를 이끈 시대, 시대정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게 되었다. 이 시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김구·한독당·임정 중심, 김원봉·민혁당·조선의용대 중심, 연안 독립동맹·조선의용군 중심의 설명 구도가 병립하는 기성의 연구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하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