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딩옌은 위화, 옌롄커 등에게서 “젊은 세대 중 최고의 작가”로 찬사받았다. 그의 문장은 수면 밑을 깊이 흐르며 종종 차가워진 빛의 반점을 건져올린다. 광막한 자연 속에 점점이 흩어져 있던 인물들은 어느덧 훠캉(온돌) 귀퉁이에 앉아 무심함, 쓸쓸함, 신경질, 버림받은 기분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감정들이 결코 발설되진 않는다. 말꼬리를 흐리며 탁 하고 뱉는 가래, 구겨 신은 신발로 그 가래를 쓱 문지르는 행위를 통해 허공에 걸린다. 티베트 고원과 설산 근방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삼키는 말은 자연이 도로 내뱉는다. 와들와들 떠는 새하얀 빛, 갑자기 방향을 바꿔 뺨을 때리는 바람, 대나무 장대가 부러지는 것처럼 거슬리는 수탉의 울음소리, 고목의 가지를 통과한 햇빛이 억눌러진 인물들의 심경을 툭툭 불거지게 한다. 문학의 언어는 먼 길을 에둘러 가야 하며 가능한 한 간접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랑시에르나 제발트 등은 강조했는데, 딩옌의 문체와 서사가 그런 문학성을 이뤄내고 있다.

한참을 가만히 누워 있었지만 밤의 기운은 도통 걷힐 줄 몰랐다. 그러나 집 밖 먼 곳에서 때아닌 수탉 울음소리가 한번씩 들려왔다. 대나무 장대가 부러지는 것처럼 귀에 거슬리는 그 소리가 하늘로 힘껏 솟구쳐 오르면서 도시 전체를 어둠 속으로 띄워올리는 듯했다. 장대 꼭대기에 이른 도시는 아무 가치도 없는 얇은 지도로 변했다.
외롭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 막상 오고 나니 아버지 얼굴 한 번 보는 것이 안내판도 종착지도 없는 길고 긴 여정이 되고 말았다. 쇠고기 냄새가 목표물을 찾는 독수리처럼 소리 없이 천천히 공기 속을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