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인 백가경과 문학평론가 황유지가 함께한 『관내 여행자-되기』는 사회적, 역사적, 그리고 개인적 의미가 있는 공간을 찾아가 그곳에서 그들을/우리를 관통한 것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다. 백가경과 황유지의 인연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에서 출발한다. 당시 두 사람은 시인으로, 또 문학평론가로 첫발을 떼게 된 시기였고, 신춘문예는 서로에게 좋은 동료이자 속 깊은 친구로 나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둘이서> 시리즈에 이토록 제격인 두 사람은 무엇보다 사회 역사적인 <기억>과 개인의 <기억>을 에세이로 풀어보기로 생각하고, <관/관통>을 키워드로 정했다. 여기에서 <관>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자 공간/현장을 의미한다. 또한 <관통>은 사회와 개인이라는 공동의 기억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고 관계된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통>은 <담아냄으로써(桶) 연결되는(通) 아픔(痛)들>이라는 중첩된 의미를 담는다.
출판사 리뷰
같이 관 걷기, 같이 관 통과하기
열린책들은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둘이서>의 세 번째 책을 출간한다. 시인 백가경과 문학평론가 황유지가 함께한 『관내 여행자-되기』는 사회적, 역사적, 그리고 개인적 의미가 있는 공간을 찾아가 그곳에서 그들을/우리를 관통한 것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다. 백가경과 황유지의 인연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에서 출발한다. 당시 두 사람은 시인으로, 또 문학평론가로 첫발을 떼게 된 시기였고, 신춘문예는 서로에게 좋은 동료이자 속 깊은 친구로 나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둘이서> 시리즈에 이토록 제격인 두 사람은 무엇보다 사회 역사적인 <기억>과 개인의 <기억>을 에세이로 풀어보기로 생각하고, <관/관통>을 키워드로 정했다. 여기에서 <관>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자 공간/현장을 의미한다. 또한 <관통>은 사회와 개인이라는 공동의 기억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고 관계된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통>은 <담아냄으로써(桶) 연결되는(通) 아픔(痛)들>이라는 중첩된 의미를 담는다. 두 사람은 사회적 참사나 재난의 현장, 우리가 잊고 살던 아픔의 공간을 찾아가 우리가 모두 느낄 수밖에 없는 공동체적 슬픔뿐 아니라 개인적 경험을 함께 들려준다. 우리 역시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2014년 4월 16일 TV 화면으로 목격한 참사를, 그리고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골목에서 일어난 참사를. 그뿐인가 해마다 5월이면 가슴속에 울려 퍼지는 진혼곡과 광주의 눈물을. 그렇기에 두 사람은 잊지 않고 그곳들을 다녀와 그 아픔을 되새기듯 꾹꾹 눌러쓴 글로 공간을 기록하고 사람을 위로한다.
<도시-관통>을 주제로 함께 걷고 따로 사유하기
도시의 건축물에 유달리 관심이 있는 시인과 발아래 축적된 것에 골똘한 문학평론가는 <도시-관통>을 두루 주제로 삼고, 서로가 관심을 가진 것들이 연결되어 있기에 이 모든 것을 <관>으로 여기고 <관내>를 여행하기로 한다. <-되기>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철학자 들뢰즈의 사유를 빌려온 것으로, 너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그 자리에 놓이는 이해의 지향을 뜻한다. 누군가를 향한 온전한 이해란 불가능에 가깝기에 <-되기>는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포함한다. 두 사람이 공간을 걷고, 사유하고, 글을 쓴 것은 그들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관내 여행자-되기를 보여 주는 것이다. 유유자적한 낭만적인 여행이 아니다. 황유지는 인천 성냥 박물관에서 일했던 어린 여공들의 삶에서 친척 언니의 삶을 겹쳐 보며, 우리 이전의 소녀들이 자신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짐을 졌던 시간을 떠올린다. 함께 인천을 찾았던 백가경은 동일방직 공장의 터로 이동하여 최소한의 노동 인권을 위해 항쟁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역경을 되새긴다. 의정부에서는 미군 부대 앞 성매매 여성들이 살았던, 아니 그곳밖에 살 수 없었던 <뺏벌>이라는 곳을 찾아가 역사와 슬픔의 거주지인 언니들의 방을 목격한다. 그리고 안산과 이태원, 광주와 서대문으로 상처를 마주하러 걸어간다. 두 사람은 사회적, 역사적 공간만 찾아간 것은 아니다. 그들을 지금까지 만들어 온 고향과 일터, 그리고 둘을 이어 주게 된 <등단>의 길도 다시 한번 찾아가 결국 그 관을 모두 통과하여 밖으로 나온다. 함께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 기어이 통을 하나하나 두드려 가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안부를 묻고, 역사학자도 연구자도 아니지만 백치의 상태로 둘이서 손을 잡고 길고 긴 관을 걸어서 결국 나온 것이다.
「둘이서」 시리즈 제안에 곧장 떠오른 단어는 〈관통〉이었다.
내 눈에는 모두가 제 안에 어린아이를 껴안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성숙한 어린아이를 품고 있고 또 어떤 이는 너무도 여리고 미숙한 어린아이를 데리고 산다. 어린아이는 아주 천천히 자란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 앞에서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는가 하면 무엇을 쫓다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의 육체는 그 어린 것을 기다려 주지 않고 생체 시계에 맞추어 쑥 자라 버린다. 제 안에 만들어진 그 간극이 통증을 만드는 게 아닐까. 사람은 대체로 허약하고 자주 겁쟁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이가 가엽다. ㅡ 유지
미립자가 즐비한 이곳은 결국 내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무리 단단하고 두꺼운 벽으로 고통의 미립자를 막는다고 해도 벽은 언젠가 허물어질 테고, 그 뒤로 켜켜이 얽힌 이야기의 수관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자라났을 테다. 우리는 외면하지 않고 마리, 명, 구의 얼굴을 마주하며 길게 이어진 관을 걸을 것이다. ㅡ 가경
작가 소개
지은이 : 황유지
문학평론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지은이 : 백가경
시인.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5년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펴냈다.
목차
들어가며
통: 담아냄으로써[桶] 연결되는[通] 아픔[痛]들
같이 관 걷기
1관 인천
순옥이 언니와 곤로
갈 수 없는 곳에 가보기
2관 의정부
언니들의 방
몸, 역사와 슬픔의 거주지
3관 삶터
자동 운행 항공기 밖으로
창의적인 훼손
4관 안산
참척과 나르시시스트
304명이 만든 교실
5관 이태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울면서 춤추기, 울면서 계속 쓰기
6관 일터
비(非)사무실의 트랜스페어런트칼라
네 탓이 아니야
7관 광주
역사 기행과 성인식 사이에서
그리울 수 없는 것이 그립다
8관 서대문
목줄의 혜윰
보였다가 안 보이는 벽돌 벽
9관 고향
놀이, 기타, 편지
구멍의 존재론
10관 등단길
정동길의 끝이자 시작, 경향신문사 사옥
아빠가 있다
나가며
가경에게 연결됨으로써
유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