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등으로 일상과 비일상의 조화가 매력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여온 에쿠니 가오리가, 한겨울에 만난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몽환적인 『차가운 밤에』의 공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유연하고 절제된 묘사, 삶과 죽음에 대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이번 단편집에는 『차가운 밤에』와 『따스한 접시』라는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두 파트에 총 21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전반의『차가운 밤에』에 수록된 9개의 단편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기이한 세계와 인물들이 매혹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후반의 『따스한 접시』를 이루는 12개의 단편은 일상적인 음식을 소재로 한 기발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단편들이 이야기성을 갖추고 있고 기존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그립고 애달픈, 절실한 느낌의 문장이 살아 있어 작가로서 에쿠니 가오리가 지닌 매력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저는 독자들에게 메시지 전하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이야기 공간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와보세요.’라고 합니다.” - 조선일보 에쿠니 가오리 인터뷰 중
출판사 리뷰
“나, 오래전부터 이런 광경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광경이라니, 어떤 광경?”
“그러니까, 이렇게…….”
때로는 매혹적으로, 때로는 환상적으로…
에쿠니 가오리가 그려내는 마법 같은 순간 『차가운 밤에』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차가운 밤에
“나, 지금까지 즐거웠어요.”
“그래, 나도.”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자, 청년이 내 턱을 잡고 살짝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줄곧, 이라고요.”
사랑하는 개 듀크를 보낸 21세의 여자(「듀크」), 중학생이 되기 싫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소년(「나는 정글에 살고 싶다」), 사무라이 유령 아버지를 둔 소년(「쿠사노조 이야기」), 이름이 비슷해 친구가 된 할머니를 만나러 매일 양로원에 가는 아이(「마귀할멈」). ‘차가운 밤’을 채우는 주인공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꿈꾸던 미래를 보기도 하고(「여름이 오기 전」), 아주 먼 과거의 어떤 존재로, 그때의 연인 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언젠가, 아주 오래전」). 시간의 흐름이 제멋대로 섞인, 휘날리는 벚꽃잎이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거품이 되는 뒤죽박죽한 공간이지만, ‘이럴 리 없잖아’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보았을, 혹은 지금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을지 모르는 작은 기적과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될 바람들이 눈앞에 그려질 뿐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인생은 마치 여행과 같아서 이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불가능하기에 한없이 슬프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머물고 싶은 순간들과 머물러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담담하게 전한다.
일상적 먹을거리가 주는 위로, 따스한 접시
“나 말이지, 지금 알바 중이거든. 별일 없으면 놀러 오라고.”
“뭐 하게?”
“뭐는…….”
난감했다. 뭘 할지 생각하고서 전화를 걸어야 했다.
“뭐는, 아이스크림이지.”
“아이스크림?”
애완견 로지와 함께 시집온 아내 나미코의 상상을 초월하는 설음식(「삼단 찬합」), 할미를 닮은 계란말이와 밀개떡(「맑게 갠 하늘 아래」), 같은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 서로 바꾸고 싶어 하는 ‘엄마’표 요리(「미나미가하라 단지 A동」), 아내와 딸이 없는 일요일 오후, ‘소싯적’ 솜씨를 발휘해 만든 해물 야키소바(「코스모스 핀 마당」), 사랑의 전령사 아이스크림(「어느 이른 아침」). 『따스한 접시』를 채우는 단편들은 웃음 한 스푼, 눈물 한 방울로 양념된 이야기에 에쿠니 가오리다운 유연한 문장이 곁들여진 맛깔 나는 요리다. 매일 시간이 되면 먹는 밥이지만 그중 어떤 음식은 지나간 세월을 추억하게 하고, 어색하고 서먹한 사이를 화해시키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한다. 사소한 먹을거리를 빛나게 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준다.
작가 소개
저자 : 에쿠니 가오리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1992)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나의 작은 새](1998)로 로보노이시 문학상을 받았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서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냉정
과 열정 사이 Rosso],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홀리 가든], [좌안 1?2], [달콤한 작은 거짓말],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등으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역자 : 김난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녀의 구제』 등 일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를 번역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번역가다. 『용의자 X의 헌신』, 『우안』 등을 번역한 양억관의 아내로, 부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가톨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목차
듀크
여름이 오기 전
나는 정글에 살고 싶다
모모코
쿠사노조 이야기
마귀할멈
밤의 아이들
언젠가, 아주 오래전
연인들
삼단 찬합
라푼젤들
아이들의 만찬
맑게 갠 하늘 아래
체리 파이
후지시마 씨가 오는 날
체크무늬 테이블클로스
미나미가하라 단지A동
파를 썰다
코스모스 핀 마당
겨울날, 방위청에서
어느 이른 아침
작품 해설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