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카뮈의 《페스트》,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수많은 소설들까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그려온 문학은 언제나 질병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그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을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였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미생물학자가 문학 속 감염병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페스트, 결핵, 콜레라, 매독, 성홍열, 장티푸스, 말라리아, 인플루엔자, 광견병, 에이즈, 코로나19 등 총 14가지 감염병을 다루며, 소설에 나타난 증상과 서사, 사회적 의미가 실제 과학적 사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탐구한다.
소설이 묘사한 질병은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인간적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감염병이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 차별, 연대, 혐오, 사랑의 방식까지 바꾸어온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감염병 X’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미래의 질병을 준비하게 하는 경고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출판사 리뷰
사라진 줄 알았던 감염병, 소설 속에서 되살아나다
과학자의 눈으로 다시 읽는 카뮈와 마르케스, 김동인과 정유정
소설이 경고하고 과학이 증명하는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바이러스 이름 없이도 이렇게 정확하다니!"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은 감정
문학에서 발견한 감염병의 기록, 그리고 미래를 향한 통찰
문학과 과학의 만남
“과학자가 문학 속 미생물을 추적하다”
소설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기록하는 장르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감염병이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과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저자가 소설 속에서 의외의 주인공 ―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 을 추적한 책이다. 문학 속 감염병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 드라마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해왔다. 카뮈가 《페스트》에서 전염병의 확산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듯이, 많은 작가들이 의학 지식에 버금갈 만큼 정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저자는 이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다시 읽으며, 소설과 과학이 어떻게 교차하고 보완하는지 보여준다.
잘 알려진 소설들의 재발견
“페스트에서 콜레라까지,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과 세계문학의 다양한 질병 서사”
카뮈의 《페스트》는 도시 전체를 봉쇄한 집단적 공포를 기록했고,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결핵 환자들이 모여 사는 요양소를 통해 질병의 잠복과 발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주었다.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전염병이 사회적 차별과 연대의 문제로 번져가는 양상을 드러냈다.
한국문학 속에서도 감염병 서사는 풍부하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한센병 환자의 비극, 김유정의 〈만무방〉의 결핵, 김정한의 《제3병동》의 병든 육체와 사회적 억압은 모두 미생물학적 사실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최근에는 정유정의 《28》,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편혜영의 《재와 빨강》, 윤고은의 《도서관 런웨이》가 팬데믹과 감염 이후의 사회적 상처를 새롭게 형상화했다.
국외 작품으로는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가 소아마비의 공포를,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 공동체 속 질병의 상처와 치유를, 조지 손더스와 스티븐 킹 등이 죽음·재난·스릴러의 틀 안에서 감염병의 위협을 재해석했다. 이처럼 문학 속 다양한 작품들은 감염병이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환기시킨다.
팬데믹 이후 시대
“감염병 X를 준비하는 문학적 통찰”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소설 속 재난은 더 이상 별난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기계적 예측이 아닌 과거 서사를 통해 미래를 가늠하는 문학적 방식에 과학적 데이터가 더해질 때, 경고는 더욱 실감난다.
마르코 마라니 등(2021)에 따르면 코로나19 수준의 팬데믹은 매년 약 2%의 확률로 발생하며, 한 사람이 일생 동안 팬데믹을 겪을 확률은 약 38%다. EU의 HERA(보건 위기 준비·대응 기관) 투자, WHO 개혁, 백신 플랫폼 다변화, 가짜 뉴스 대응 등 각국이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결국 “소설 속 경고가 곧 현실”임을 확인시킨다.
인간과 사회에 드러난 감염병의 힘
“감염병은 인간을 무너뜨리는 재앙이자 사회를 바꾸는 촉매”
감염병은 언제나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동반한다. 《페스트》 속 도시 봉쇄는 공포와 연대를 동시에 낳았고, 《마의 산》의 결핵 환자들은 질병 속에서 인간 존재의 근본을 성찰했다. 한국문학에서도 감염병은 사회적 차별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김동인의 작품에서 한센병 환자가 겪는 소외, 편혜영 소설에 등장하는 격리와 낙인의 문제는 감염병이 단지 의학적 사건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대 미국 문학에서도 감염병은 공동체와 사회 정의의 문제로 다뤄진다.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는 소아마비가 한 공동체를 파괴하는 과정을 통해, 두려움과 책임, 죄의식의 문제를 탐구한다.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차별받는 공동체가 감염병 속에서 연대와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염병은 사회적 균열을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관계와 변화를 촉발하는 힘을 가진다.
소설 속 팬데믹은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감염병,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정유정의 《28》에서 묘사된 바이러스 재난,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속 감염병의 그림자는 단지 문학적 상상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소설이 상정한 재난 수위에 맞먹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소아마비(폴리오)는 사라진 줄 알았지만, 여전히 야생형 폴리오 바이러스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으며, 순환형 백신 유래 폴리오는 30개 이상의 나라에서 수백 건의 집단발생 사고가 보고되었다. 유럽에서는 일부 지역 상수도 검사에서 순환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계속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중이다.
페스트(흑사병) 역시 역사 속 존재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여 건의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며, 특히 미국 서부에서는 매년 평균 7건이 보고되고 있다.
매독은 과거의 질병이 아니라, 최근 더 강력하게 되살아나고 있는 감염병이다. 미국에서는 2018년 약 115,000건에서 2022년 207,000건으로 80% 증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청년층에서 유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매독이 6.3배 급증, 2022년에는 13,258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과거의 소설, 현실에서 경고가 되다
문학 속 미생물은 더 이상 추상적 장치가 아니다. 소아마비는 거의 박멸되었다지만, 아직 남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한 잔재’로 존재한다. 페스트와 매독은 사라진 병이 아닌, 사회가 일시적으로 잠재운 병일 뿐이다. 그리고 ‘감염병 X’는 어떤 병일지 알 수 없지만, 소설 속 상상은 현재의 현실보다 앞서 있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팬데믹이 단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체험했다. 문학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경고를 남기고, 과학은 그것을 수치와 시스템으로 강화해 주었다. 이 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문학적·과학적 통찰을 전하고 있다.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은 소설 속 질병 묘사
“과학자의 눈으로 다시 읽는 문학”
의학 교과서는 병리학적 사실을 정리하지만, 소설은 환자의 고통과 사회적 분위기, 질병이 남긴 문화적 흔적까지 포착한다. 김유정의 단편에서 느껴지는 결핵 환자의 피폐한 삶, 카뮈의 《페스트》에서 묘사된 세균의 전파, 마르케스의 소설 속에서 드러난 사회적 혼란은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과학자의 눈으로 문학을 다시 읽음으로써, 독자들에게 과학과 예술이 서로를 비추며 인간의 조건을 설명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과학 해설서가 아니라, 과학과 인문학이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교양서다. 팬데믹 이후 시대에 이 책은 과거의 기록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값진 자산임을 증명한다.
서양에서는 종종 광견병을 전승되는 이야기와 연결 짓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뱀파이어 전설이다. 이는 1998년 스페인의 후안 고메즈-알론소 박사가 주장한 이래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우선 광견병 증상에는 얼굴의 뒤틀림이나 경련, 자극에 대한 극도의 민감성이 있는데, 이는 사람을 마치 괴물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증상을 뱀파이어, 즉 흡혈귀와 연결 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뱀파이어가 냄새나 빛과 같은 자극을 혐오하는 것 역시 광견병 환자의 증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소크와 세이빈의 독자적인 백신 개발과 대규모 접종으로 폴리오는 거의 박멸된 상태다. 그래서 《천 개의 파랑》에서 은혜의 폴리오가 현실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폴리오가 발생하는 몇몇 국가 말고도 서구에서도 폴리오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 27년 만에, 2022년 영국에서 40년 만에 폴리오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9년 만에 환자가 발생했다.
그녀는 에이즈가 여느 병과는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깨닫고 있었다. 다른 병으로 죽음이 찾아오면 "생명이 훅하고 꺼지는" 반면, 자신의 병은 "서서히 삶에서 버림받고", "몸의 부분부분이 차례로 말을 듣지 않으면서, 삶을 무너뜨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결혼을 생각하다니…….
작가 소개
지은이 : 고관수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미생물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항생제 내성세균을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철학, 문학, 예술과 함께 과학이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자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와 교양인이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과감히 알려고 하는 노력이 서로의 거리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에 대한 학생들과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최근 몇 권의 책을 썼고, 앞으로도 계속 써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내보낸 책으로는 《세균과 사람》,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가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그 속에선 아무 차별도 없었다
- 페스트 Yersinia pestis
몇 해 전부터 잠복해 있던 병이 마침내 격발하고
- 결핵 Mycobacterium tuberculosis
의술은 아무 소용없어, 살을 썩게 만드는 병이지
- 한센병 Mycobacterium leprae
찡그린 표정, 푸르뎅뎅한 살, 우유빛 배설물
- 콜레라 Vibrio cholerae
그녀의 팔에 안겨 천국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 매독 Treponema pallidum
그렇게 봄은 떠나갔다
- 성홍열 Streptococcus pyogenes
머릿속에는 연기가 뿌옇게 차 있었다
- 발진티푸스 Rickettsia prowazekii
열로 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장티푸스 Salmonella Typhi
뜨거울 정도로 펄펄 끓었다, 새벽이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 말라리아 Plasmodium falciparum
살갗은 청보라 빛을 띠며 점차 시커매지고
- 스페인독감 Influenza virus
반쯤 벌어진 입 밖으로 검붉은 혀를 절반 정도 내밀고
- 광견병 Lyssavirus rabies
마비를 일으키는 병 때문에
- 소아마비 Poliovirus
이 병은 서서히 삶에서 버림받는 겁니다
- 에이즈 HIV
마스크로 코와 입을 다 틀어막아야 하는 시대
- 코로나19 SARS-CoV-2
나가는 글을 대신하여 -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는 법
- 감염병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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